지난 토요일이었습니다.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입 안에 차돌맹이가 굴러들어온 듯한,
그러니까 울구럭툴구럭(?) 난리가 난 느낌이었습니다.
제 아랫니('브릿지'로 묶여있던 세 개의 이빨 덩어리)가 빠졌던 것입니다.
깜짝 놀라(처음엔 아무 정신이 없었답니다.) 그 덩어리를 빼들고 물로 씻어낸 다음 다시 끼우려니,
들어가지가 않는 겁니다.
역시 당황한 나머지 다시 잘 시도해 보았지만 이제는 방바닥으로 툭 떨어져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약간 핏기도 보였구요.
그래서 정신을 차려본 결과,
여태까지는 그 뿌리가 일부 잇몸에 붙어 있었는데, 그게 아주 떨어진 모양이었습니다.
왜냐면 그 전까지는 약간 빠져나와도 잘 수습하면 제 자리엔 붙어있었(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들어가는 것 자체가 되질 않아, 그저 힘없이 툭툭 떨어져내리는 것이었지요.
아, 이젠... 이빨 빠진 노인네로구나!(물론 근 몇 개월을 그렇게 지내오긴 했지만, 이젠 영영 수습할 방도도 없을......) 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어쩌겠습니까?
밥을 막 먹던 순간이어서, 나머지 밥도 먹어두어야만 했는데......하는 수 없었습니다.
그게 전혀 힘을 받지 못하니(입안의 그저 불필요한 이물질일 뿐이었습니다.), 차라리 그걸 빼놓고 어금니 쪽으로만 씹어서 먹어야만 했지요.
이렇게 내 몸(신체)의 기능 하나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으니, 앞으론 또 한 단계 '죽음'과 가까워진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어찌 느긋하게 밥을 먹고 있겠습니까만,
그 밥을 어찌하겠느냐구요.
한숨 반, 체념 반... 그 덩어리를 한 쪽에 빼둔 채(그렇잖으면 음식과 섞여 뒤죽박죽이 되기 때문에), 앞니가 없는 허전한 상태로 왕모레 같은 밥알을 씹고 있었답니다.
물론, 여태까지는 겁이 나서 병원에 가질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어찌 됐든 병원(치과)에 가봐야만 했는데,
아, 하필이면 토요일 점심이어서(저는 꼭 토요일에 아픕니다. 그것도 참 이상하지요?), 그 당장은 병원에도 갈 상황도 안 돼서,
하는 수 없다. 어찌됐든 주말을 버틴 뒤, 월요일에나 치과에 가던지 문의를 하던지 해보자...... 하고 마음을 추슬렀답니다.
그런데, 그 상태로도 밥은 먹혀지드라구요.
처음엔 너무 당황했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지만,
그 이빨 덩어리가 없다고 당장 죽는 것도 아닐 테고,
제가 그 지경이 되고나서야,
옛날에 내가 이 없이 살아가는('합죽이 모습'으로도 식사를 하던) 사람들(노인들)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하는 생각마저 들드라구요.
그리고 또,
일을 그만 둔 제 이웃이자 친구인 '치과 의사'는 요즘, 몸도 안 좋은데다, 일을 그만 둔 뒤부터는 일절 치과 일은 얘기조차 꺼내지 않기 때문에 조언을 구하기도 애매해서,
이제는 하는 수 없이 다른 치과에 가야만 하는데,
그동안 치과에 가지 못한 건, 겁나서였다고는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치과'라는 곳은 한 번 가게 되면 치료기간도 길 뿐더러 돈도 엄청 들기 때문에, 돈 없어서도 못 갔던 실정이라,
이제 하는 수 없이 일단 치과에 가서, 현 상황을 정확히 알아낸 뒤(의사의 진단),
틀림없이 임플란트를 하라거나 '틀니'를 할 수도 있을 텐데,
돈이 너무 많이 들면, 또 이대로 한 동안은 버텨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식의 앞으로의 대비책도 세워두는 등,
그리고,
어찌 됐든 그 이빨 덩어리를 제자리에 넣고 지낼 수밖에 없다 보니, 이제는 안에서는 혀로 밖에는 입 안 살을 이용해 그저 끼워두는 식으로 유지는 하고 있는데,
밥 먹을 땐 당연히 빼놓고 먹어야 하는 등...
월요일이 되었는데, 병원에 전화를 거니.. 당장 예약은 안 된다며,
그마저 다른 취소된 예약이 하나 있다면서 화요일 오후에나 가능하다고 해서, 또 하루를 더 미적대고 있는 등...
그러는 과정에도 거울 앞에서 이를 끼워넣다 보니,
이빨 빠진 제 모습이... 영락없는 노인네드라구요.
아, 그렇게... 어수선하고 서글픈 주말을 보내고 있답니다.
(그 와중에도 이런 사진(아래)도 찍어두었답니다. 어차피 이 얘기를 이 까페에도 해야만 하니, 그 실상을 밝혀야 할 것 같아서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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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국적으로 물난리가 난 상황이라,
이렇게 좋지 않은 (제 개인)소식을 올리기도 꺼려졌지만,
그렇다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아 글을 올리니, 이해 바랍니다.
첫댓글 나이 들면 이가 매우 중요한 존재인데 걱정이군요.
나는 임플란트가 벌써 다섯 개.
항상 조심 조심 먹습니다.
이는 상하면 무서워져요.
잘 대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걱정입니다.
임플란트를 3개 하라더군요.
임시 틀니도 해서 끼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