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님,
이 사람은 국수를 참 좋아하지요. 그 중에서도 잔치국수요.
맛이 세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니 혼자서 돈 주고 무엇을 사 먹을 때면 잔치국수를 찾네요.
20대때는 학교 뒷골목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하셨던 약간은 어둡고 좁은 국수집을 혼자서 자주 갔었지요.
참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었지요. 낡고 어두웠지만 그곳에서 경건함마저 느꼈었지요. 아마 그분들은 이제 소천하셨겠지요.
이제 삼십여년이 지난 지금, 아랫장을 가면 종종 찾는 국수집이 있어요.
어제 박남준 시인과의 시간을 앞두고 근처의 그 국수집을 찾았어요.
추석대목을 앞둔 아랫장날이어서 매우 북적북적한 아랫장 분위기였지요.
국수집 안을 들어가니 딴 세상인 것처럼 아주 조용했지요.
이 집도 부부가 운영하는 국수집인데 아저씨가 국수를 삶아주시지요.
국수의 모습이 차분해서 제 마음도 차분해지는 듯하지요.
그릇을 놓아주시는 모습이 정성스러워서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식당에 손님이 저 혼자였는데, 중간에 옆 가게 아주머니가 와서 무어라 자기이야기를 하는 데 주인 부부는 다정하면서도 조용하니 대꾸하시더군요.
큰 시장 한 쪽에 자리한 조용하고 편안한 쉼터 같은 국수집.
그곳에서 국수 한 그릇 먹을 수 있으니 참 고마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옴.
첫댓글 조용하고 한적한..차분하고..편안한..경건함..참 고마웠습니다. 국수 한 그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