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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싸움(4)
추살조들이 무비와 홍수희를 향해 살기를 뿜어내며 압박해왔다.
가만히 있으면 피부가 그대로 갈라질 것만 같았다. 그만큼 그들의 살기는 예리하기 그지없었다.
‘가공할 살기, 그리고 이건 진법이다.’
무비의 안색이 싹 바뀌었다.
분명 추살조는 일정한 진법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웅혼하고 현기가 어린 정도문파의 진법과 달리 온통 사이한 기운과 살기만이 존재하는 진법,
그것은 추살조가 펼치는 진법이 살인만을 위한 진법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북령천살진(北聆天殺陣).
지금 펼쳐지는 진법의 이름이었다. 북령천살진은 십자성에서 서천이 조직된 이후
이제까지 수많은 진들을 참고해 만들어낸 대인살상진이었다.
삼백년 동안 보완에 보완을 거듭한 이 절진은 다수의 인물로 소수의 사람을 죽이는데 무척이나
효과적인 진법이었다.
파파팟!
또 다시 추살조들이 뭉쳤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며 무비와 홍수희의 주위를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채채챙!
순간 홍수희 주위에 쇠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였다.
갑자기 검은 그림자처럼 밀려오는 검은 그림자의 물결에 홍수희가 검을 들어 막는 순간 수많은 검들이 부딪친 것이다.
마치 수만 마리의 철새가 한꺼번에 하늘에서 움직이듯 북령천살진은
백 명의 추살조가 한꺼번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검을 휘두르는 진법이었다.
첫 번째 검을 막아내면 두 번째 인물의 검이, 두 번째를 막아내면 세 번째 검이 거의 시간차가 없이
순식간에 들이닥치기에 아차하는 순간 수많은 검의 습격에 손발이 어지러워져 죽을 수밖에 없었다.
따다다다당!
“크윽!”
순식간에 십여 개의 검이 부딪치자 홍수희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렸다.
턱!
그 순간 그녀의 등을 무비가 받치며 손을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콰콰콰!
노도처럼 일어나는 경력이 홍수희를 몰아치던 추살조에게 밀려갔다. 그것은 결코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순간 선두에 서있던 복면인이 눈을 빛내며 자신의 검을 들어 정면을 가렸다.
그러자 그의 주위에 있던 복면인들이 자신의 검을 선두 복면인의 검을 받쳤다.
콰-아-앙!
폭음이 터지고 복면인들이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그들의 몸에는 그 어떤 상처도 존재하지 않았다.
여러 명이서 무비의 경력을 해소했기 때문이었다.
쉬익!
다시 그들이 움직였다. 마치 방금 전에 무비의 공격이 언제 있었느냔 듯이. 그들의 모습에서 타격을 입은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음!”
무비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이것은 자신의 생각보다 더 일사 분란했다. 저런 식으로 여러 명이 달려들어 자신
의 경력을 해소한다면 그로써도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을 가운데 두고 수많은 검은 그림자들이 종으로 횡으로 스쳐지나가며
검을 휘두르는 광경은 마치 보이지 않는 우리 속에 갇힌 것과도 같았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암문의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아직 애송이에 불과하군. 제 아무리 무공이 강하다 할지라도 혼자서 진법을 상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
거기에다 계집까지 데리고 있으니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차라리 무비 혼자만 이었다면 오히려 북령천살진을 파훼하는 게 쉬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무비에 비해 현격하게 무공이 떨어지는 홍수희가 옆에 존재함으로써
움직임이 많이 제한되어 자신의 실력을 십 할 발휘할 수 없었다.
절정고수를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 그것이 바로 추살대였다.
그들은 무비같이 절정의 고수를 상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쉬익!
그들은 여전히 물 찬 제비처럼 몸을 낮게 가라앉히며 움직였다.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섬뜩한 검 날, 무비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대로 가다가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모험을 해야한다.’
무비는 자신의 목을 스쳐지나가는 검을 쳐내며 결심했다.
철강보다 단단한 그의 몸에 벌써 검흔이 생겨나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그 역시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더구나 그의 사매는 자신보다 많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이 상태로 조금만 더 지난다면 우선 그의 사매가 버티지 못할 것이다.
우웅-!
무비의 손에 금빛 광채가 몰려드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그의 손이 공작이 홰를 치듯 그렇게 활짝 펴졌다.
퓨퓨퓨퓨퓩-!
순간 그의 손가락에서 무차별적으로 뻗어나가는 금빛 광채. 그것은 무비를 향해
몰려오던 추살조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추살조의 눈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아까처럼 여러 사람이 합심해 막을 수 없는 종
류의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따다다다당!
그들이 검을 들어 전면을 막자 요란하게 금혼반선지가 검신을 두드렸다.
주르륵!
동시에 그들의 몸이 뒤로 밀렸다.
‘기회!’
무비의 눈이 빛났다.
다시 그의 손이 금빛으로 빛나더니 예의 금혼반선지가 펼쳐졌다.
따다당! 챙캉!
또다시 검신을 두드리는 지풍의 물결, 결국 거듭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많은 검들이 부러져 나갔다.
무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오무라지며 다시 주먹으로 변환하였다.
이어 터져 나오는 폭음.
퍼버버벙!
“켁!”
“흡!”
검이 부러진 충격으로 비틀거리고 있던 남자들에게 무비의 가공할 경력이 강타했다.
그에 남자들은 등과 가슴이 터져 나가며 뒤로 나뒹굴었다.
백보신권.
삼류로 전락했다던 백보신권의 진정한 위력이 세상에 현신한 것이다.
이 한수에 십여 명을 한꺼번에 전투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버린 무비, 그러나 그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 있었다.
금혼반선지와 백보신권은 모두 극도의 공력을 요하는 절기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덕분에 북령천살진의 진형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무비가 원하던 바였다.
“사매는 여기서 날 보조해라.”
“사형?”
쉬익!
무비는 홍수희만을 남겨둔 채 추살조 사이로 난입했다.
그는 마치 성난 사자처럼 그렇게 회색가사를 휘날리며 손발을 휘둘렀다.
퍼버버벙!
쉬익! 서거억!
마치 가죽 북이 터져 나가는 듯한 소리가 귀를 울렸다. 그리고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가슴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마치 미친 사람들처럼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그렇게 움직였다.
“대단하군요. 철혈나한의 존재감은······.”
마치 한 마리의 사자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무비를 보며 남궁성이 감탄을 터트렸다.
혼자서 백여 명을 상대하는 자, 그가 상대하는 자들 중 고수가 아닌 자는 없었다.
그런데도 무비는 대등한, 아니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만약 홍수희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이 싸움은 조금 더 빨리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무비의 전력은 대단했다.
“그렇구나.”
적무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무비의 움직임을 눈여겨 봐두었다.
‘확실히 대단한 절기야. 역시 소림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특히 초식과 초식사이에 펼쳐지는 연환의 움직임이 탁월하군. 때문에 전체적으로 허점이 거의 없어.’
금혼반선지를 펼치다가 항마제령수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거의 허점이 없을 정도로 무비의 움직임은 매끄러웠다.
때문에 성질이 전혀 다른 두 절기가 마치 하나의 절기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무비의 연환공격은 훌륭했다.
그러나 추살조들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잃는 것이 두렵지도 않은지 생사를 도외시하고 검을 휘둘렀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이 끊어지더라도 반드시 무비의 몸에 상처를 남기려 했고, 그런 의도는 절반쯤 성공했다.
만약 무비가 소림에서 금강동인의 수련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들의 검에 벌써 걸레조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금강동인의 피부에 철수진기까지 휘두르는 무비에게는 별로 소용없는 일이었다.
거기에 간간히 홍수희가 도움을 줬기에 이제 싸움은 무비가 압도하고 있었다.
“혼자서 저 많은 인원을 상대하다니 정말 대단하군요.”
“확실히 그렇구나.”
“하지만 저 암문이란 자, 저자가 거슬리는 군요.”
“음~!”
남궁성의 말에 적무강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그는 자신의 부하들이 죽어나가는데도 별 감흥 없는 눈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남의 일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저것은 둘 중에 하나를 뜻하지. 자신의 부하들을 믿거나, 아니면 자신을 믿거나······.”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수족을 거리낌 없이 희생할 수 있는 자. 그런 자가 상대라면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싸움이 끝났을 때 추살조의 백 명은 하나도 남김없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러나 무비와 홍수희의 상태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홍수희는 왼쪽 팔과 어깨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있었고, 무비 역시 과도한 공력
의 소모와 자잘한 외상으로 인해 움직이기가 무척이나 버거운 상태였다.
“훅····훅!”
그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암문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암문의 눈이 곡선을 이루며 휘어졌다.
아마 복면속의 얼굴은 은밀히 웃고 있으리라.
짝짝!
그가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솔직히 이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확실히 소림의 이름이 허명은 아니었군.
그래도 개개인이 일류고수를 훨씬 상회하는 아이들이었는데 이렇게 모두 죽이다니. 정말 대단해.”
“네····놈!”
빈정거리는 암문의 말에 무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암문은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살인을 꺼려하는 소림의 중들이 이렇게 수많은 사람을 죽이면서 그렇게 얼굴빛
하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살인에 익숙하다는 증거, 네놈이 소림의 철혈나한이냐?”
“그···걸 어떻게?”
“역시 그렇군. 이 일에 소림이 깊숙이 개입 돼 있어.”
부르르~!
그제야 무비는 자신이 적의 유도심문에 넘어간 것을 알고 몸을 떨었다.
무비는 급히 자신의 몸을 점검해봤다.
‘공력의 삼분지 이가 유실되었고, 어깨와 허리 근맥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
런 몸 상태로 과연 저자를 상대할 수 있을까?’
그의 눈에 갈등의 빛이 어렸다.
자신의 몸 상태가 정상이라면 충분히 자웅을 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저자는 부상을 입은 상태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 한 자가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기도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무비는 은밀히 옆에 있는 홍수희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사매는 이곳을 빠져 나가라. 내가 저자를 막을 테니.’
‘사형을 혼자 두고 갈수는 없어요. 어떻게 나만 혼자.’
‘넌 그 문건을 사문에 전해야 한다. 이것은 강호의 운명이 달린 문제이다. 그러니까 너 혼자만이라도 몸을 피하거라.
네가 없으면 이곳은 나 혼자서도 충분히 빠져 나갈 수 있으니까.’
‘사···형!’
홍수희의 눈에 뿌연 습막이 어렸다.
그 순간 암문이 비웃음이 담긴 음성을 토해냈다.
“흐흐~! 도망가려고? 그것이 네 마음처럼 될 것 같으냐? 우선 중놈은 죽이고 네
년은 내가 특별히 어여뻐 해주마.”
“간악한 놈!”
“본래 무림이란 것이 그런 것이다. 애송이들아.”
웅 웅 웅!
순간 그의 손이 진동을 일으키며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검은 기운이 몰려드는 그의 손을 보며 홍수희가 경호성을 터트렸다.
“설···마 부골흑마수(腐骨黑魔手). 그렇다면 당신은 우두반선(牛頭半仙) 곽만해?”
“흐흐~! 그렇다. 이 몸이 바로 우두반선 곽만해니라. 계집 용케도 알아차렸구나.”
“어····떻게 당신이 십자성에, 당신은 예전에 십자성의 추살령을 받고 죽지 않았던가?”
홍수희의 얼굴에 불신의 빛이 떠올랐다.
지금으로부터 이십년 전에 광동 땅에 한명의 살인마가 나타났다. 그는 마치 소의 머리같이 길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스꽝스런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비웃음을 날렸다.
그러나 그에게 비웃음을 던진 사람들은 이제까지 단한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것이 일반인이든, 아니면 무림인이든 간에 말이다.
물경 삼백의 인원이 단지 그의 외모를 비웃었다는 이유로 죽었다. 그만큼 그는 희대의 살인마였다.
결국 그의 패악이 하늘을 찌르자 십자성에서 추살대를 내보냈고,
석 달의 추적과 격전 끝에 간신히 그를 죽였다고 알려졌다.
그때 그가 펼친 부골흑마수에 무려 삼백 이상의 십자성의 정예가 죽었다고 한다.
그런데 죽었다고 알려진 곽만해가 자신의 눈앞에 멀쩡히 서있다니.
부골흑마수가 펼쳐질 때 일어나는 독특한 저 현상은 그가 곽만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곽만해는 이제까지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던 복면을 벗었다. 그러자 흉측한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마치 소처럼 생긴 얼굴에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끔찍한 흉터들, 그것은 꿈에서 볼까 두려운 얼굴이었다.
“용케도 노부의 정체를 알아봤구나. 그렇다면 노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다.
고통스럽게 죽고 싶지 않다면 네년이 숨긴 문건을 내놓아라.”
“흥! 어림없는 소리하지 마라.”
무비가 홍수희를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그러자 곽만해가 비웃음을 흘렸다.
“너의 몸 상태가 정상이라면 노부의 훌륭한 상대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몸
상태라면 힘들다. 그것은 너도 잘 알 것이다.”
“이놈! 어떻게 네놈이 십자성에 있다는 말이냐? 정도를 추구하는 방파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그래서 세상을 요지경속이라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 나도 내가 십자성에서 이런 직책을 맡을 줄 생각하지 못했으니.
이젠 더 이상 떠들기도 귀찮구나. 어서 문건을 넘겨라.”
곽만해의 몸에 살기가 떠올랐다. 그러자 그의 손에 어린 흑색의 기운이 더욱 짙어지며 무언가 썩는 듯한 냄새를 내뿜었다.
그것은 곽만해가 살심을 품었다는 증거였다.
‘젠····장! 하필 이런 괴물이······.’
그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홍수희가 외쳤다.
“웅풍대를 이용해 음모를 꾸미다니. 도대체 너희 십자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흐흐흐~! 계집,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감히 그런 말을 떠들다니. 네년이 감히
올릴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곽만해의 살기가 더욱 짙게 뿜어내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압박감이 더욱 심해졌다. 반대로 홍수희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무의식중에 십자성에서 훔친 문건이 들어있는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
그러자 곽만해의 눈빛이 더욱 음흉해졌다.
“이···놈! 나부터 상대해야 할 것이다.”
무비가 홍수희를 가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곽만해가 손을 뿌리며 외쳤다.
쉬익-!
“네 주제를 알거라.”
콰-아-앙!
“크흑!”
무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부골흑마수를 막아낸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나마 그가 불문의 정종무공을 익히지 못했다면 독수가 순식간에 그의 몸으로 침투했을 것이다.
역시 평상시의 삼분지 일밖에 되지 않는 내공으로 곽만해를 상대하기는 무리였던 것이다.
그때 낯선 소리가 그들의 귀를 울렸다.
“웅풍대를 이용한 음모라······. 듣고 싶군. 그 이야기.”
“넌 또 뭐냐?”
곽만해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빛이 떠올랐다. 어느새 그의 등 뒤로 피풍의를 걸친 허름한 남자가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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