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나(魚)와 일본 (서영찬 저, 동아시아, 2024)
비릿 짭짤한 일본의 어식(魚食) 문화이야기이다. 무척 재미있고, 유익하다. 그것 알아서 어디다 쓰느냐고 묻지 말라.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얼마나 무례하고 무식한 일이냐.
이 책에 나오는 재밌는 이야기 하나를 옮긴다. 고쓰유(骨湯)라는 것이다. 글자만 가지고 짐작하면 완전히 틀린다. 이것은 구운 생선을 먹을 때 마지막 단계에 구사하는 초간단 조리법이다.
너무나도 일본적인 방법인데, 일단 젓가락으로 살을 발라먹고 난 다음에 이 조리법이 시작된다. 먹고 남은 생선의 뼈, 꼬리, 머리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흥건히 붓는다. 거기에 짜겁지 않을 정도로 간장을 뿌린다. 그런 다음에 젓가락으로 뼈에 붙어 있는 살점을 하나도 남김 없이 발라 먹는다. 마지막에는 국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후루루 마신다. 마치 스님이 발우 공양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것이 바로 고쓰유란 것이다.
세상에 원, 이렇게까지 철저할 수가 있는가. 이것은 과연 일본인의 빈곤을 증명하는가. 아니면 완벽을 추구하는 그들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가. 해석의 여지는 어느쪽으로든 활짝 열려 있다고 본다.
하여간 일본에는 지난 1960년대까지도 이처럼 지독한 조리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일본사람들은 고쓰유를 모른다고 하니, 문화란 이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다른 무엇과도 같이 그 또한 불쑥 나타났다가는 사라져 간다.
저자 서영찬은 입담도 좋고, 아는 것은 더 많다. 어느 날 어스름에 이 책을 손에 쥐고는 놓을 줄을 몰랐다. 안사람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여보! 그 책 진짜 재미있나 봐~”
- 백승종
첫댓글 알뜰한 것이 좋지만 좀 ..,.^^
알뜰한것은
지구촌에서 제일 일것 같습니다
저도 첨엔 많이 많이 놀랐답니다
이젠 익숙해져서 저도 억수로 알뜰한 편이긴 합니다만ㅎㅎ
그 당시는 일본이 가장 어려운 시기였기도 했었겠죠.
@botorang 일본인들의 검소함은 널리 알려져 있지요. 의식주를 보면 정말 검소하다고 느껴 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점에서 많이 주문해서 남긴 음식들은 버리고 갑니다만.....중국도 그렇지요.
미국 친구들은 적당히 주문하고 음식이 남으면 반드시 포장해서 가지고 가는 걸 많이 보았습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젊은 이들은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는 걸 자주 봅니다. 현명한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