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학생들은 스토리를 잘 만들어 수시로 대학에 가면 됩니다. 특목고, 자사고, 서울 강남 아이들이 정시(수능)로 대학에 가는 겁니다.”
지난 4월 양구중, 양구여중 남녀공학 전환 설명회에서 나온 도교육청 관계자의 말이다. 남녀공학 학교가 발표, 토론 능력과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데 유리하고 대학 수시(학생부종합평가) 입학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면서 이 말을 보탰다. 이 같은 설명 덕분인지 양구중과 양구여중은 60%에 가까운 찬성률을 보이면서 2019학년도 남녀공학 전환 학교로 확정됐다.
새 정부 들어 교육 정책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했지만 대학 입학과 관련한 정책의 큰 줄기는 수능 절대평가 확대와 수시 강화로 요약된다. 도교육청도 교육부의 정책에 찬성하는 모양새다. 도내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 수시가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부종합평가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생기부에 기재된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내용과 과목별 세부 특기사항, 교내 수상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신입생을 선발한다. 그런데 학교의 프로그램과 교사의 열정에 따라 학생의 생기부 내용이 달라진다. 경제력을 갖춘 부모들은 수천만원을 들여 자녀의 생기부 작성을 입시 컨설팅학원에 맡긴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어떤 담임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생기부 내용이 달라지고,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생기부 두께가 달라진다면 이미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서울대 수시 합격자 배출 상위 고교도 대부분 특목고와 자사고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소위 SKY 대학 전체 재학생 중 73.1%가 국가장학금 혜택이 필요 없는 부유층 자녀라는 집계도 있다. 부유층 자녀들이 최상위권 대학을 더 많이 간다는 이런 집계를 보면 서민층 부모들은 무기력해진다. 교육의 `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도내 학생들의 수시 합격률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주요 대학으로 범위를 좁혀도 과연 수시가 도내 학생들에게 유리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민사고와 강원외고를 제외하면 SKY 대학에 합격하는 상위권 학생은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안타깝게도 강원도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은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교육이야말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강원도와 같이 교육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도, 집안 형편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많이 나와야 건강한 사회다. 수시에 도움이 된다는 남녀공학 학교가 늘어나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증가할까. 도교육청의 보다 세밀한 분석과 체계적인 진학 지원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