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이 3년 전 조성한 상림연밭이 그 모양새를 완전히 갖춰 상림과 시너지 효과를 보이면서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 |
절기상으로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건만 무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년의 경우 이맘 때쯤이면 차가워진 바닷물의 온도도 그렇고 우리네 정서상 해수욕장을 찾는 것은 무리였다.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곳이 하염없이 그립기만 하다. 그래서 경남 함양을 추천한다.
북으로 남덕유, 남으로 지리산이 포진해 있고 금원 기백 거망 황석 월봉 백운 괘관산 등 1000m급 고봉준령들이 넘쳐나는 산의 고장이다. 옛 이름도 하늘과 맞닿은 고개라는 뜻의 천령(天嶺)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함양은 화림동 용추 등 내로라하는 계곡을 비롯해 나라땅 최초의 인공림인 상림, 이 상림과 어우러져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연밭 그리고 우리나라 현대불교미술의 결정판이라 불리는 서암정사 등 볼거리들이 차로 20, 30분 거리에 있어 한나절 여름나기에 안성맞춤이다.
함양IC로 나와 5분쯤 계속 직진만 하면 함양군청. 그 유명한 상림은 여기서 차로 2, 3분 거리. 잠시 군청 맞은편의 학사루를 보고 가자. 무오사화의 빌미가 됐던 역사의 현장이다.
상림은 통일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이 함양 태수 부임 후 조성한 무려 1100년 된 인공활엽수림이다.
당시 함양은 고을을 가로지르던 위천의 범람으로 물난리를 자주 겪었다. 이에 최치원은 수해 예방을 위해 둑을 쌓아 물줄기를 돌리고 강둑에 인근 지리산과 백운산 일대의 활엽수를 옮겨다 인공숲을 조성해 대관림이라 명명했다. 흔히 최치원의 애민정신이 깃든 숲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연유됐다.
세월이 흘러 대홍수로 대관림의 허리가 꺾여 상림과 하림으로 구분됐고, 하림엔 마을이 들어서 이제 상림만 남았다. 그래도 숲의 길이가 1.6㎞, 11만9000여 ㎡(3만6000평)다. 단풍이 절정인 만추 즈음이나 그 이후 낙엽천국을 이룰 땐 전국에서 관광객이 쇄도한다.
최근에는 상림 옆의 도로를 폐쇄, 조경을 가미해 새 산책로를 조성했다. 그 입구에는 '천연기념물 제154호 상림 최치원 공원'이라고 새긴 커다란 이정석도 세워놨다.
주변엔 붉은 백일홍이 한창인 가운데 6만6000여 ㎡(2만여 평)의 면적에 백련 홍련 황련 등 다양한 연꽃들이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고 그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은 아기자기한 연못과 연꽃 모양의 탐방로를 조성했다. 연못에는 특히 화려한 꽃의 각종 수생식물들도 심어 놓았다.
이곳은 무안 백련지나 경산 방죽 등과 같이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줄기를 꼿꼿이 세워 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연밭의 기원은 현 주차장 건너편의 운림리 연밭머리. 지금은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군은 이 운림리 연밭머리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상림 인근의 농지를 점진적으로 매입, 새롭게 조성했다.
사실 연꽃 관람은 뙤약볕이라는 난적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 연밭은 바로 옆에 한낮에도 서늘이 바람이 부는 상림이 있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용추계곡(아래)과 마천면 군자리 다랑이논. | |
함양에 왔다면 지리산을 안 보고 갈 수 없지 않은가. 오도령으로 향한다.
남원가는 24번 국도를 달린다. '지리산 칠선 백무 오도령'이라 적힌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속리산 말티고개를 연상시키는 꼬불꼬불한 지안재를 넘어 오도령 정점에 서면 성곽길이 38.7m, 높이 8m, 폭 7.7m, 문루 81㎡의 웅장한 '지리산 제일문'에 닿는다.
오도령을 넘어 마천 쪽으로 가다 보면 지리산 조망공원을 만난다. 전망대인 지득정(智得亭)에 올라서면 길이 25.5㎞의 지리산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마천 쪽으로 조금 더 가면 지리산 전망대가 하나 더 기다린다. 천년고찰 금대암이다. 이정표가 있어 찾기는 쉽다. 절까지 차가 올라간다. 지리산 조망공원과 마찬가지로 조망안내판이 있어 봉우리 이름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다.
절에서 내려오는 길에 건너편 산자락에 펼쳐지는 다랑이논도 빠뜨려선 안 될 볼거리다. 일명 군자리 다랑이논이다. 흔히 다랑이논 하면 남해 가천마을을 떠올리지만 마천 군자리 다랑이논도 이에 버금간다. 군 관계자는 "군자리 다랑이논도 남해 가천마을의 그것과 함께 국가지정 명승지 후보로 올랐지만 만일 지정되면 건축행위가 제한된다며 면민들이 극구 반대해 제외됐다"고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귀띔했다.
칠선계곡 입구의 서암정사도 들러보자. 한국 현대불교미술의 결정판이라 불리는 석굴법당 때문이다. 석굴법당인 극락전에는 바닥을 제외한 벽과 천장에 아미타여래불과 지장보살이 조각돼 있다. 10여 년간 불국토를 꿈꾸며 일군 주지 원응스님과 한 장인의 불력이 이룬 결실이다.
함양읍에서 지곡 방향 24번, 이후에는 김천 거창 방향 이정표를 보고 달리다 교북삼거리에서 장계 쪽으로 좌회전하면 화림동계곡, 직진한 후 좌회전하면 용추계곡에 닿는다. 둘 다 남덕유산이 발원지다.
먼저 화림동계곡. 계곡을 따라 기이한 바위와 소, 담 등이 비경을 이루며 장장 60리에 걸쳐 뻗어 있다. 예로부터 팔정팔담(八亭八潭)이 있었다고 전해오지만 지금은 동호정 군자정 거연정 등 세 곳의 정자만 남아 있다. 화림동의 간판인 농월정은 수년 전 화재로 사라졌다. 하지만 너럭바위 위로 쉴 새 없이 흐르는 옥류 앞에선 탄성이 절로 나온다.
5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 차일암 바로 옆에 위치한 동호정을 지나면 이내 군자정과 거연정을 만난다. 정여창 선생이 즐겨 찾던 군자정이 아래 쪽에 있고 바위를 뚫고 자란 소나무와 검푸른 소, 기암괴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위쪽의 거연정은 이곳이 '정자문화의 메카'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거연정을 지나면 육십령으로 연결되는 서상면과 남덕유산의 들머리인 영각사로 이어진다. 서상에는 논개의 묘가 있다. 백두대간을 사이에 두고 함양과 이웃한 장수가 고향인 논개가 장수 대신 함양에 묻힌 기구한 사연이 가슴 아프게 한다.
용추계곡 입구에 위치한 용추사에는 지금 백일홍이 한창이다. 그 백일홍 위로 보이는 경사진 피바위도 일품이다. 사진을 찍으면 한 화면에 나온다. 구렁이의 애절한 전설이 전해져오는 피바위는 바로 아래 용추폭포에서 봐도 한눈에 잡힌다. 언제나 유량이 풍부한 용추계곡의 백미 용추폭포는 폭포 아래에 단 몇 분만 앉아 있어도 옷이 흠뻑 젖을 만큼 물방울이 분무된다.
# 근처 맛집 총정리
상림 주차장 건너편에 위치한 하늘바람(055-962-8700). 상림연밭에서 수확한 연(蓮)으로 만든 수제비 세트(사진)가 주메뉴다. 연근은 들깨 북어포 등과 함께 국물맛을 내고 연잎은 갈아서 반죽에 섞기 때문에 연두빛을 낸다. 버섯 감자 등 각종 야채를 곁들여 고소하면서도 담백하다. 연근조림 연근양갱 연잎차가 한 세트로 나온다. 요즘 보기 드문 별미이다. 실내 인테리어가 카페풍이라 너른 창 너머로 괘관산이 시원하게 펼쳐져 눈맛까지 더해준다. 7000원. 상림 주차장 인근 함양여중 후문에 위치한 늘봄가든(055-962-6996)은 오곡밥 정식을 잘 한다. 오곡밥에 사태수육 등 20여 가지의 반찬과 된장찌개 꼬리곰탕 등이 한 상 가득 나온다. 7000원.
함양에 오면 흑돼지 일명 '마천 똥뙈지'를 맛봐야 한다. 마천면 소재지 경남식육식당(055-962-5037)과 월산식육식당(055-962-5025)이 유명하다. 함양군청 인근 삼일탕 맞은편에 위치한 허름한 한옥의 대성식당(055-963-2089)은 40년 전통의 쇠고기 국밥 전문점이다. 토란 줄기를 듬뿍 넣어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하다.
첫댓글 상동아 잘 지내는가? 지척에 살면서도 얼굴한번 보기 어렵네 자네는 벌초하러 않왔더구만 지난주에 자네의 친척들 벌초했는데 나도 벌초하고 왔네 그리고 함양의 여기저기 아름다운 모습 잘보고왔다
글네요 가까이 살면서 얼굴함못뵙고 ㅋㅋ 죄송함다 제가 쬐매 바빠서 담에 시간함내보죠 건강하시구여...
자세하게 내고향 자랑거리 제대로 써주어서 감사..모두다 개인 블러그로 펌해가면 저절로 홍보가 될텐데,내 블러그 개설한지 얼마안되 하루 방문자 30~40명 그러면 일년에 얼마야 ㅎㅎ 아니근데 우리 백전 백운산 용소는 와?? 빠졌을까 ~~
감사감사 용소는 저번에 갔다왔는디 디카도 없고 ㅋㅋㅋ 다들 감사합니다 바로이게 고향의 정인가요......
선후배님 ..모두다 개인 블로그나 개인 카페로 펌해 가시길 부탁드립니다~~~내는 몇글자 더붙여 내 블로그에 올렸읍니다..
하늘바람은 찻집인줄 알고 차마시러 서너번 들렸지요..... 담엔 주메뉴인 연 수제비 세트를 먹어러 가야겠어욤~ 같이 갈까용~?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