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피어대는데
목련꽃그늘 아래 편지를 읽노라는 사월
이제 그 사월이다
허나 목련은 이미 홀연히 옷을 벗어 버리고
사방 팍팍 터지는 게 벚꽃이다
이런 땐 어디로 눈을 돌려야 하나?
일정한 방향이나 목적 없이 헤매는 걸 방황이라 한다
배회라면 어떤 곳을 중심으로 어치렁거리며
이리저리 거닐어 다니는 건데
방황이나 배회 모두 방향과 중심을 마음에 두고 하는 말일테다
언제부턴가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이를 찾아 헤매는 습성이 생겨선지
거기 누가 들어앉아 있을 것만 같아 호수를 한참이나 들여다보지만
늘어진 꽃가지만 잠겨 있을 뿐 혼탁한 눈으론 찾을 길 없고
거기 누가 있어 수런수런 하는 것만 같아
물안개 피어오르는 강나루 건너 고개도 돌려보지만
어두워진 귀로는 지나가는 바람소리뿐
풀숲 흔들리는 모습만 아른거리느니
그럴 때면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 소회 끼적거려 보곤 하나
이 또한 들여다보면 마뜩잖아 늘 뒷덜미만 스멀거릴 뿐이다
이런 땐 그냥 덮어둔 채
마음을 안으로 걸어 닫고 긴 긴 휴면을 하거나
방황의 주변을 배회하게 되느니
곧잘 지하철 두어 정거장 거리쯤에 있는 시장에 이르기도 한다
그곳엔 삶이 연신 파닥거리기에
한시도 눈 팔 겨를이 없어
함께 저자 거리의 숨을 들이마시며 내 숨도 고르게 되느니
그러노라면 눈과 귀는 밖으로 조금씩 트이고
그러노라면 또 안으로 무언가가 보이고 들리는 듯도 싶은 것이다
이렇듯 밖에서 안으로 찾아들기도 하고
안에서 맴돌다가 밖으로 나대기도 하면서
나의 중심을 찾아보는 것이요
그래서 이렇게 방황을 배회하는 거지만
이 화창한 봄판엔 어디에 서야 하는 것인지
그걸 몰라 꽃가지 따라 바람에 흔들려볼 뿐이다
살맛이란 이렇게 이리저리 방황이나 배회하며 살아 숨 쉬는 맛인데
그게 재미나 의욕으로 불붙으면 얼마나 살판나랴~
남의 살과 서로 맞닿았을 때 느끼는 감정도 살맛이다
그래서 스킨십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건 살뿐만 아니라 언어의 교감에서도 짜릿함을 느끼게 되느니
이 몸판에 차 한 잔 따라놓고 마주 앉아
한담을 늘어놓는 것도 괜찮으리라
살맛은 성행위에서 상대편의 육체로부터 느끼는 체감,
그걸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나
그것 말고 속살 보드레한 오월의 백합철이 다가와도 좋으리라
삼월은 가고 사월이 왔다
사월은 사월로 즐기며
오월도 기대 속에서 살아야겠다.
첫댓글 꽃샘추위로 도무지 올 거 같지 않던
꽃피는 봄날이
드뎌!왔네요~ㅎ
살맛나는 봄날에
봄바람 한번 피워봄도
그리 나쁘지 않을 듯 하지요..
우리 모두
봄바람을 위하여! ㅋ
봄바람 피우고싶다고요?
내일 잠실로 오세요.
봄바람 피우죠 뭐.
12시 반쯤 잠실 롯데백화점 트레비분수대 앞으로요.
밥이나 먹게요.
내일 영영이 여사 등 비교적 원로들 콜해봤더니 인연이 안되네요.
천상 다음에나~
@석촌 네..
좋은밤 되세요!
석촌호수에 벚꽃이 만개했나 봅니다
천안시청앞 가로수길에도 벚꽃이 만개했습니다
요즘에야 뭐 꽃 천지지요.
삶의 진정한 맛은 살맛이군요...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선배님 즐거운 하루 되세요...
맞아요.
이리저리 살맞나는 삶이길 빌어요.
어머니의 벚꽃
-------------------------------- 박 민 순
꽃망울 터지는가 싶더니
어머니 시린 마음처럼
길 위로 자욱하게
떨어지는 꽃잎을 보니
내 마음도 조바심을 칩니다
저 멀리 흔들거리며 손짓하는 아지랑이
다가설수록 자꾸 멀어져 가듯
이제는, 아들 눈에 밟히는
희미한 어머니의 그림자
아득한 어린 날
강이 보이는 언덕배기에 올랐던
그 어느 날이었던가요
어머니는 물줄기를 마냥 바라보고 계셨지요
당신의 푼푼한* 품속에서 칭얼대던 나는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단잠에 빠져들었지만요
세상이 온통 봄물로 가득 차
꽃잎들은 바람 타고 놀다가 헛발 디뎌
허공을 몇 바퀴 돌다가 땅 위로 떨어지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오간 데 없는 어머니
내 마음도 떨어진 꽃잎처럼
어머니 가신 길 위에 눕고 싶은
지금은 화사한 봄날입니다.
* 푼푼한 : 모자람이 없이 넉넉한.
절창입니다.
그렇게 우리들 어머니도 가셨지요.
머잖아 벚꽃도 다 질테지만 말입니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석촌' 회원님의 닉네임이기도 하고.
저는 요즘 날마다 석촌호수 서호쉼터로 나가서 호수 한 바퀴를 천천히 돌면서
흐드러지게 피는 왕벚꽃을 올려다보지요. 꽃 피는 절정기에 달했더군요.
이제 곧 꽃잎이 하염없이 떨어지며 봄바람에 흩날리겠지요.
위 시에서는 어머님을 떠올리셨군요.
이제는 그 모습을 찾을 수도 어머니.
저도 2025. 2.말까지 엄니가 계셨는데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만나뵙지 못했지요.
글과 사진 고맙습니다.
엄지 척! 합니다.
위 시는 박민순 시인의 시지만
우리들 어머니는 누구네랄 것도 없이 모두 가버리신 것 같습니다.
석촌 호수 둘레에 벚꽃이 화려하네요
오늘 내린 비에 꽃들이 상처 입을 까봐 걱정됩니다
하지만 꽃이 진 곳에 잎이 새로 새로 나면
세상도 또 달라지겠지요
이쁜 사진과 맛있는 글 즐감 하였습니다
일교차가 큽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기쁜 4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봄이 원래 이래요.
그러다가 더워지지요.
언제부터인가
고향읍내 를 서성이며
혹시 아는사람 사촌육촌 지나가나...
반세기 전의 迷妄에 빠진 채 로,
해마다 4월이면 흐드러집니다
이 타이밍을 즐겨야 할텐데요
혹시~
만나면 반갑겠지만
다 떠나갔으니.
깊이가 석촌호수 만큼이나 깊은
석촌 님의 글을 읽으며, 그리운 사람 하나
생각해보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감성이 매말라 버렸는지
모르겠어요.ㅎ
방황과 배회의 차이.
살맛의 중의적 의미를
석촌 님 글을 통해서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늘 좋은 글 감사드리면서 잘 읽었습니다.
네에 고마워요.
와우~~
벚꽃이 만개를 했네요
잘 보고 갑니다
금방 질테지만
그래도 즐겨야지요.
눈부신
벗꽃
너무 아름다워요
개심사 그쪽으로도 장관일겁니다.
봄이 되니..
4월이 되니..
선배 님도 마음이 흔들리나 봅니다.
이런 저런 모임이 많으니 자주 나들이 하시죠.
그러게요.
무리하면 안 되는데
여기저기서 손짓하네요.ㅎ
금년벚꽃은 전국에서 동시에 피는가 봅니다~~
제가 사는곳 에도 만개 했습니다
퇴근 하는길에 비내리는 무심천 벚꽃을 데려 왔습니다
무심천변도 장관이죠.
멋집니다.
당분간 비가 좀 참아줘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