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용산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장모(54)씨. 그는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펜션 운영 수익이 기대했던 것만큼 발생하지 않아 호가를 낮춰 매물을 내놨지만 사려는 사람을 찾을 수 없어서다.
3년 전부터 이 펜션을 운영 중인 장씨는 "장사가 안돼 두 달 전 7억원에 팔려고 매물로 내놨으나 팔리지 않아 한달 전에는 매도 호가를 5억5000만원으로 낮췄는 데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2. 5년 전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전원주택을 마련한 펜션을 이모(49)씨는 '여름나기'가 겁난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지만 펜션 예약자가 예년에 비해 확 줄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지금쯤이면 여름 휴가철 예약이 끝나 피서객 맞이에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게 정상이지만 올해 여름 휴가 대목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이 성큼다가왔지만 펜션·전원주택 등 레저형 부동산시장은 썰렁하다. 운영 중인 펜션은 객실 가동률이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경우 기름값 상승 등으로 객실 가동률이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강원도 횡성·인제·평창 등지의 연평균 객실 가동률은 요즘 일부 펜션을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40~50%대 미만에 머물고 있다.
여름 성수기 앞두고 매매시장 '울상'
대부분 펜션 운영 수익이 은행 예금 금리(4~5%대)을 밑돌다 보니 레저형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드물다. 매수세가 없다보니 가격도 약세다.
분양 펜션도 쉽사리 팔리지 않는다. 경기도 가평과 강원 홍천·횡성·평창 일대에선 2~3년 넘게 미분양된 펜션이나 전원주택이 적지 않다. 지오랜드컨설팅 문제능 대표는 "공급 과잉에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고유가에 따른 이용객 감소 등으로 운영 수익이 떨어지자 펜션 등 레저형 상품 소유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매기가 없다"고 말했다.
2002~2003년 사이 펜션·전원주택 투자 열풍을 타고 펜션 등이 잇따라 들어섰던 강원도 평창과 횡성 일대에는 중개업소마다 매물이 1∼2건씩 쌓여 있다. 평창군 도암면 M공인 관계자는 "임대 수익도 올리고 시세 차익도 얻으려는 목적으로 펜션에 투자했다가 별 재미를 못 본 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매물을 내놓고 있으나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 5월 5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던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소재 한 전원주택은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자 현재 매도 호가가 5억원으로 떨어졌다. 이 전원주택 주인인 이모씨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전원주택을 팔면 사려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았으나 휴가 대목이 사라진 때문인지 매기가 없다"고 말했다.
고유가에다 공급 과잉도 영향 미쳐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경기 침체와 고유가 등으로 레저형 부동산에 대한 매력이 크게 상실된 탓도 있지만 공급 과잉 영향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걸쳐 1만4500여실 규모의 펜션이 공급된 상태다. 주로 2002년∼2004년 사이 일었던 펜션 붐을 타고 강원도와 충남 서해안, 제주도 등에 집중적으로 들어섰다. 결국 수요가 한정된 일부 지역에 펜션 등이 집중 공급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충남 서산·태안 일대 펜션·전원주택시장도 한산하다. 여름 휴양지로 인기가 높은 충남 태안에서는 가격을 30% 이상 낮춘 펜션 급매물이 적지 않다. 안면읍 H펜션은 올해 초 시세보다 1억원 싼 8억원에 급매물로 나왔지만 두달 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경기 침체에다 기름 유출 사고 여파로 펜션 및 전원주택 수요가 줄면서 시장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원주택·펜션 전문업체인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지금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지만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면 펜션 및 전원주택 수요는 늘 수밖에 없다"며 "강원도와 서해안 등을 연결하는 교통망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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