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받는 월급명세서와 ‘원청 보고용’ 따로 있다"
정재은 기자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하청노동자 A/S기사의 월급명세표가 매월마다 2개씩 작성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A/S기사들에 의하면 협력사 측은 노동자 본인에게 주는 월급명세서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 제출하는 월급명세서를 각각 따로 작성한다.
특히 노동자 한 사람에 대한 두 개의 월급명세서는 총액만 같을 뿐 항목과 항목에 따른 금액이 일치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의 월급명세서를 살펴본 노동법 전문가들은 “개인의 월급명세서가 두 개인 경우는 처음 본다”며 “근로기준법 위반을 숨긴 엉터리 월급명세서에다 위장도급 의혹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임금명세표가 왜 두 개인지 이유를 모른다.
노동자가 받는 월급명세서와 ‘원청 보고용’ 따로?
월급 총액만 같고 임금항목, 금액 모두 달라
위장도급 의혹...삼성전자서비스센터 임금 진실 아무도 몰라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들은 기본적으로 건당 수수료로 임금이 책정된다. 사측으로부터 콜(업무 지시)을 받아 고객 자택에 방문해 에어컨, 냉장고, 컴퓨터 등 삼성전자 모든 제품을 수리한다. 에어컨 한 건을 수리하면 삼성전자서비스 회계프로그램(GMS)에 입력되어 수수료가 책정되고, 한 달 간의 수수료를 합친 금액이 월급이다.
노동자들은 협력사가 이 같은 건당 수수료 임금에서, 다시 기본급과 수당 등을 넣어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가짜 월급명세표’를 재작성 한다고 주장했다(아래 관련기사 참고).
그러면서 노동자들은 이 월급명세서를 협력사가 A/S기사들에게 주고, 또 다른 월급명세표를 재작성해서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에 보고한다고 주장했다. ‘대외비’가 적힌 원청 보고용 월급명세서는 삼성전자서비스 내부 전산망인 K-ZONE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 7월 노조가 결성된 뒤 K-ZONE 일부가 차단되면서 이를 확인할 수 없다.
천안센터 노 모 씨의 경우, 2011년 10월 월급명세표가 두 개다. 두 개의 월급명세표는 167만9,990원으로 총액이 같은데, 항목과 항목에 따른 금액이 다르다. 본인이 받은 월급명세표는 지급항목 18개, 공제항목 18개 등 총 36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본사 제출용 월급명세표는 지급항목 18개, 16개 등 총 34개의 항목으로 구성됐다. 지급항목도 기본급, 성과급, 차량유지비 등 7개 항목명만 같고 모두 다르다. 공제항목도 마찬가지다.
두 개의 월급명세표는 각 항목에 따른 금액도 다르다. 심지어 기본급과 시간외수당 금액이 다르고, 근로소득세와 주민세 등 노씨가 10월 달에 낸 세금도 다르다.
▲ 천안센터 노 모 씨의 2011년 10월 두 개의 월급명세표. 노 씨가 받은 월급명세서(사진 위)와
'원청 보고용'(사진 아래) 월급명세서가 다르다.
김태오 노무사는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은 맞춰서 줘야 하는데 회사 맘대로 주고 있다”면서 “노사 근로계약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 센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구 칠곡센터 임 모 씨는 2013년 9월 132만6,230원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두 개의 월급명세표는 각 항목이 다르고, 항목에 따른 금액도 다르다. 특히 협력사 측은 시간외수당과 휴일수당 등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며 마이너스 성과급 13만5,224원을 책정해 임 씨의 월급명세표를 재발급했다(아래 사진에서 왼쪽 명세표).
▲ 칠곡센터 임 모 씨의 2011년 10월 두 개의 월급명세표. 임 씨가 받은 월급명세서(사진 위)와
'원청 보고용'(사진 아래) 월급명세서가 다르다.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도 부산 동래센터에서 근무할 당시 2012년 9월 61만3,688(9)원의 월급을 받았고, 두 개의 명세서를 가지고 있다. 실제 월급은 최저임금 미만인 61만원을 받고도, 사측이 93만4,776원으로 기본급으로 책정하면서 1만2,550원의 근로소득세를 냈다. 위 지회장과 협력사가 맺은 근로계약을 보면 기본급과 직위수당, 차량유지비와 통신비, 식대보조비 등 5가지 임금항목만 있다. 근로시간도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위 지회장은 “근로계약은 형식에 불과하다.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는 삼성이다”면서 “물건을 팔지 않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수십억의 영업이익을 남길 수 있는 이유는 하청노동자의 피와 땀을 쥐어짜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두 개의 임금명세서와 관련해 김 노무사는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의 도급계약에 따른 규정이 있다”면서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의 임금지급까지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협력사는 이 기준에 맞춰 삼성전자서비스에 감사보고용 임금명세서를 작성해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청이 협력사 노동자들의 일상적 노동과 시간을 관리하고, 근로조건을 지휘, 감독하는 셈이다.
김 노무사는 이어 “노동자 본인이 협력사에게 받은 명세서는 임의적으로 법 위반 사항이 없도록 재조정된 것”이라며 “어떻게 금액이 분배되고,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삼성은 관련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 임금의 진실은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건당 수수료를 합한 것이 ‘총매출’이라는 것 딱 하나 밖에 없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은 두 개의 임금명세서와 관련해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천안센터 협력사, 대구 칠곡센터 협력사 모두 취재를 거부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최근 몇몇 협력사를 노동청에 고발했다. 금속노조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대장 등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를 3년간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임금 그 밖의 필요한 서류 제공을 요청할 경우 즉시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노동자들로부터 근로관계에 기인하는 제 증명서의 청구권한에 대해 위임을 받아 임금산정근거에 관한 증명서 발급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대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