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 삶의 마지막 인연이 될 여인은 이런 스타일이었음 하는 바람으로 주절거려 봤는데...
몇 개의 단어나, 몇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보단, 흥미를 주고 싶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엮어 봤다.
얼마 전 거래처 미팅이 잡혀 부산으로 출장을 가게 됐을 때다.
혹시나 차가 막혀 KTX를 놓칠까 봐 일찍 나섰는데, 다행히 여유 있게 역에 도착 했다.
아침을 바나나와 사과주스로 때웠더니 출출해 대합실에서 고급 호두빵을 사서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미팅 관련 서류를 꺼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는데, 하나 비어 있는 옆자리에 중년 여인이 앉는다.
"서류에 집중하느라" 호두빵 먹을 생각을 깜빡 했었다.
서류를 보면서, 옆에 꺼내 놓은 호두빵을 하나 입으로 가져갔다.
그 순간...허걱!....옆에 있던 그녀도 내 빵을 하나 꺼내 먹는 것이 아닌가?
뭐야 이 여자...맛 보고 싶다고 얘기하면 그냥 몇 개 줄 수도 있는데, 그냥 대 놓고 먹는 게 아닌가.
좀 무례하게 행동하는 그녀를 곁눈질로 슬쩍 쳐다보니, 50초 중반에 "미인은 아니지만", 세련미와 순박미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묘한 분위기의 여인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또 하나의 과자를 입에 넣으려 하는데, 헉...대박!
그녀가 또 호두빵을 꺼내 먹는 게 아닌가.
좀 비싼 빵이라 뭐라 한 소리 하려다가, 내가 빵을 손에 쥘 때 나를 보며 가볍게 미소 짓는 표정이 꾸밈
없다고 할까...제법 괜찮게 보여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서류에 몰두했다.
(호기심에 빵 맛을 보려 했거나, 장난 끼가 발동해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대응을 안 했다.)
그렇게 먹다가 마침내 빵이 하나 남았다.
호기심이랄까...재미가 붙어, 그녀가 어떻게 하는지 숨죽이며, 모른 채 하고 지켜 봤다.
.
그런데 ....헉!!...왕 대박!!....
그녀는 마지막 남은 빵을 "반 쪼개서" 내게 내미는 게 아닌가.
표정이나 눈빛을 볼 땐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여자는 절대 아닌데...혹시 날 자겁 타켓으로 삼았나.
도저히 그녀의 장난치는 듯한 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한 마디 건네려고 입을 열었다.
"저기..."...
마침 그때 큰 소리로 부산행 탑승 안내 방송이 나온다.
그래...그냥 소소한 애피소드로 생각하고, 지나치자는 마음으로 탑승장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기 직전 그녀는 뭐하나 싶어 살짝 돌아 봤는데, 그녀는 너그러운 표정으로 날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짓는다. 후~훗~
잠시 후 열차에 올라 편한 자세로 앉아 서류를 꺼내려고 가방을 열었다.
헉!!... 이게 뭐야!...아까 쌌던 호두빵이 "온전히 그대로 가방 안에" 있는 게 아닌가.
호두빵을 사자마자 급한 마음에 가방 안에 넣어둔 걸 이제야 생각이 났던 거다.
그러면 뭐야? 방금 내가 먹었던 그 빵이...그녀의 것이었단 말인가?...아...
무례한 여자로 생각했던 내가 진짜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걸 알았다.
그런 와중에 열차 창 밖으로 다른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헉!..
열차가 출발 전이라, 순간 본능적으로 가방을 후다닥 챙기고, 통로를 지나 그녀에게 향했다.
"꼭 사과하고 싶고, 오해를 풀고 싶었다"
아니,,,솔직히 말하면 "그녀의 연락처"라도 알고 싶은 마음이었다.
열차 통로를 지나 출입구 문 앞으로 다가 서는데....
방송에서 곧 열차가 출발한다는 방송과 동시에 출입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게 아닌가.
아.....
멀쩡한 남자가 아무런 꺼리낌 없이 자기의 빵을 먹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얼마나 당황했을까.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하는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인상을 찌푸리기는커녕, 따뜻하게 미소 짓던 그녀.
출중한 외모가 아닌, 평범하지만 그녀의 "재치와 센스"에 마음 속으로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짝짝짝~^^
우리 세대 여인의 반반한 외모는 유효 기간이 길지 않지만, "고운 내면"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점점 빨려
드는 "스펀지 같은 마력"이 있는 것 같다.
거기에다 "재치와 센스"까지 겸비하고, 내 잘못을 알면서도 너그럽게 받아 주던 그녀의 "천사 같은 미소"
깐깐함 없이 "빈틈이 제법 보였던 그녀"
이런 "볼매녀 여인"이라면 내 삶에 마지막 인연으로 여기고 정성을 다 바쳐 배팅하고 싶다...^^
첫댓글
예전 짧은 영화에서
본 내용이랑 흡사하네요
살다보면 순간 착각도 하면서
그것이 인연이 되기도 하는데
아쉽네요
스벅에 앉았는데
옆에 남자 훔쳐볼까나
근데 50대가 아닌
낡은여인이라
쳐다도 안볼것같아
커피만 음미하렵니다 ㅋ
평일 오전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 잔 들고 있는 정아 님 우아한 모습이
연상되는군요...ㅎㅎ
부럽습니다.
지금의 그 여유 있는 모습이...
글에 나오는 그 호두빵 여인과 무척 닮았지 않을까 싶어요.
넉넉한 봄 날 되셔요...^^
@정 아
스토리텔링이 너무 잘 됐습니다!
기차 앞에 서 있는 여인에 사진이
영화에 한 장면 같네요!
저런 볼매녀와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ㅎㅎ
최근 들어 외모 보다는, 내면이 고운 사람이 끌리더라고요.
이제 저도 철이 좀 드는 것 같아요...ㅋㅋ~~
ㅎㅎ
부디 볼매녀 만나기를 바래 봅니다..
파이팅~~!
여기 카페에 볼매녀 분들이 제법 계시다는 걸 알았어요.
칼라풀 님 역시 포함이고요...ㅎㅎ
그 볼매녀 님들이 싱글이라면...대쉬해 봤을 텐데...아쉽습니당..ㅋㅋ~~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스토리가
깔끔 담백 멋집니다~
글은 매끄럽고, 곱다는 얘길 종종 듣는데...
얼굴이 몬생겨서 문제에요...ㅋㅋ
흐흐흐~~~~우야둥 '내가 잘못했습니다' 가 명언 입니다.ㅎㅎ ^^
잘못 했을 당시 바로 깨우치고 사과를 해야 하는데...
항상 뒤늦게 알고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이젠 뒷 북 그만 치고 살고 싶어요...ㅋㅋ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면서
난 아직 멀었구나...ㅋㅋ
글이 넘 잼있어서
구독 꾹 누르고 갑니다~^^
들길따라서 님 역시 호두빵 여인처럼 센스 있게 행동 했을 거로 짐작 됩니다..~
만약 저런 상황에서 보통의 50대 여인은...
부산 50대 여인: 보이소!! ...지금 뭐하능교?...ㅋㅋ
충청도 여인: 좀 봐유~ ...뭐여~
전라도 여인: 쪼까 보더라고잉...오메 거시기 혀!
지금 생각나는 대로 막 지어 봤습니다...ㅎㅎ
알수록 끌리는 사람은
누가 만드는것이 아닌 내 자신이 먼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맛점하세요
볼매녀는 나이가 들어도, 매력은 늙지 않는 것 같습니다.
홍실이 님 역시 매력은 살아 있을 듯 싶어요...ㅎㅎ
든든한 점심 되셔요...^^
참으로 매력 있는 여자 입니다
그런분 만나시길
그런 여인 만난다면...이젠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요.
모든 걸 몰빵 해서라도 꽉 잡으려 합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납치라도 할 생각입니다...ㅋㅋ..^^
@세븐힐스 그건 범죄에요 ㅎ
@홍실이 그렇군요...범죄...ㅎㅎ
싱글에겐 치명적 계절, 4월을 맞으니 점점 미쳐가나 봅니당...ㅋㅋ
남의 호두빵을 ?
끌리기 이전에 그것부터 거슬리는
저는 빵점 ㅋㅋ
아마 저런 상황에 놓이면, 대다수 여인들은 나무 님처럼
불쾌한 기분에 짜증을 냈을 겁니다.
그런데 빵 먹는 남자 인상이 "정우성 필"이 나면, 아마 상황은
좀 달라졌을 지 않았을까 싶어요...ㅋㅋ
@세븐힐스 본문을 다시 읽으니 제가 잘 못 알았네요
세븐님이 여인의 호두빵을 ㅎㅎ
그 여인의 부드러운 여유가 보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인데?
이게 소설인거 같이 느껴집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흥미롭게 읽히고 싶어 단막극 소설 형식으로 엮어 봤습니다.
4월은 소설같이 살고 싶어서요...ㅎㅎ^^
아마 그 여인은
참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좀 안됐구나 생각했을지도요..
멀쩡한 중년 남자가...
호두빵이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훔쳐 먹을까...라고
불쌍한 마음에 적선하는 마음으로 내버려 뒀을 수도요...ㅋㅋ
@세븐힐스 훔쳐 라기 보다는
좀 메너없는 막된 남자 쯤으로..
@이젤 다행히 전 막 된 남자는 아녀라...ㅎㅎ
매너는 한 매너 하는 스탈입니다...^^
@세븐힐스 그 메너를 알아보기엔 너무 짧은시간
자기 것인줄 알고 남의 과자를 먹은 이야기 비슷하군요. 예전에 읽은 외국의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기억력이 좋으신 분이네요.
아주 오래 전 외국의 어느 공항에서 자신의 과자인 줄 알고 옆에
있던 남의 과자를 먹었던 일화의 글이 올라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글 주제가 "그 사람을 오해하고 미워했는데, 한 참 후 나중에
알고 보니, 나의 잘못이었단 사실을"로 기억합니다.
제목이 돌이킬 수 없는...뭐뭐로 기억이 나는군요.~
그 내용을 모티브로 우리 현실에 맞게 픽션을 섞어 엮어 봤습니다...^^
@세븐힐스 어쩐지..
작은 에피소드라 생각합니다.
재밌게 읽고 갑니다.
언제나 즐거운 이야기는 마음을 들뜨게 되네요
터미널 대합실에서는 예기치 못한 일이 자주 일어나더군요
특히 혼자 먼거리를 떠날때는 옆자리에 여인이 앉아주길 은근 바라는데
부산가는 고속버스옆자리에 젊은 여성분이 추풍령휴게소를 지날때 말을걸기 시작
부산까지 그리고 식사와 커피까지 그리고.....아주 오래된 잊지못할 그때 그시절의 이야기
즐거운 오후 되길 바랍니다
저도 30년 전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새마을호 열차 옆자리에 앉은
한 여인과의 긴 시간 대화 나누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아련한
추억이 떠오릅니다.
저보다 5년 연상이었지만, 분명 서로 끌림을 느꼈는데...왜 만남으로
이어지지 못 했는지, 오랜 시간이 흘러서 인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ㅎㅎ
좋은 추억은 언제나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영양제" 같은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절벽 님은 그 여인과 왜 인연이 안 됐는지 궁금하네요...~~
좋은 추억이 되었군요 그런 일이 우연이 아닐진대 ㅎㅎ
외모 보단, 고운 마음을 지닌 여인이 진국이라는 표현을
소설 형식으로 담아 봤습니다.
아름다운 5060카페에 그런 진국의 솔로 여인이 많을 거로
기대하며 차근차근 다가서 보려 합니다...^^
에피소드전문에서 픽션전문으로,
시나브로 세월은가고...
애피소드, 픽션, 논픽션을 넘나드는 광폭적 카페 활동을
선호하는 스타일 입니다.
절대 타인을 비방하거나, 카페 규정을 벗어나는 분위기 잡치는 글은
지양하는 편입니다.
잠깐 시간 내 글 읽는 분들에게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글을 쓰고 싶은, 변두리 삼류 아마추어 작가보다 실력이 딸리는
순박한 남자 입니다...ㅎㅎ^^
ㅋ 과자로 비슷한
글 읽은적이 있어요.
오늘은 손녀딸이 온다
해서 일찍 파티에서
나와 집에 가고 있어요.
잼나게 읽었어요.^^
손녀딸 기다리는 설렘의 기분...
충분히 공감이 되네요.
할머니 느낌은 전혀 안 드는 여우님의
평온하고, 즐거운 토요일 되시길 바라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