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주일을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대한 신앙 고백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초기 교회 때부터 이어져 왔다.
삼위일체 대축일이 보편 전례력에 들어온 것은 14세기,
요한 22세 교황 때이다.
오늘 전례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삼위일체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 전적으로 의탁합니다.
‘삼위일체’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와 사랑을 뜻합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에게서 흘러나온 사랑에서 교회는 탄생하였고,
우리는 그 사랑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삼위일체의 사랑에 따라 일치와 헌신의 삶을
실천할 것을 다짐하며, 기쁜 마음으로 이 미사에 참여합시다.
제1독서
<주님은,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이다.>
▥ 탈출기의 말씀입니다. 34,4ㄱㄷ-6.8-9
그 무렵 4 모세는 주님께서 그에게 명령하신 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 돌판 두 개를 손에 들고 시나이 산으로 올라갔다.
5 그때 주님께서 구름에 싸여 내려오셔서
모세와 함께 그곳에 서시어, ‘야훼’라는 이름을 선포하셨다.
6 주님께서는 모세 앞을 지나가며 선포하셨다.
“주님은,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이다.
분노에 더디고 자애와 진실이 충만하다.”
8 모세는 얼른 땅에 무릎을 꿇어 경배하며 9 아뢰었다.
“주님, 제가 정녕 당신 눈에 든다면,
주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백성이 목이 뻣뻣하기는 하지만, 저희 죄악과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당신 소유로 삼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 13,11-13
11 형제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자신을 바로잡으십시오. 서로 격려하십시오.
서로 뜻을 같이하고 평화롭게 사십시오.
그러면 사랑과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
12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십시오.
모든 성도가 여러분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13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3,16-18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18 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
하느님의 외아들의 이름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삼위의 일치와 사랑으로 현존하시는 한 분이신
하느님의 신비를 우리가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다만 성경의 계시를 통하여 그 놀라운 신비에
조금이나마 다가가 볼 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성부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분으로 묘사됩니다.
세상은 그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고 죄악에 물들어 버렸지만,
성부께서는 그런 세상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당신과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을(1,18 참조), 당신과 하나이신 분을(10,30 참조) 보내시어
그분을 통하여 세상이 구원을 얻는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13,1).
아버지에게서 세상에 파견되신 아드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을 사람들에게 눈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지상에서 펼치신 모든 활동이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고쳐 주시고, 악령에 시달리는 이들을
해방하시며, 마지막에는 스스로 속죄 제물이 되시어 그 희생 제사로
인류가 성부 하느님과 화해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14,16).
성령의 파견은 하느님 사랑의 또 다른 표현 방식입니다.
성부께서는 성자뿐만 아니라 성령까지도 보내시어 그야말로
당신의 모든 것을 세상에 내어 주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파견된 “진리의 영”(14,17)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머물며
성자께서 계시하신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하시고,
이들이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며 서로 친교를 이루도록 인도하십니다.
결국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삼위께서 서로 나누시는 사랑은 고스란히 인류를 향한 사랑으로 이어지고,
그 사랑을 받게 된 우리도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요한 13,34 참조)
실천하며 삼위일체를 닮은 친교를 이루게 됩니다.
미사를 시작하며 나누는 인사를 떠올리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제2독서 참조).
(정천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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