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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작전 하다가 말고 온 합참의장
합참차장은 방첩사령관에서 파격 영전
합동작전 무경험자들로 어쩌자는 건가
방첩사령관-대통령 경호실장 충암고라인 구축
김종대 연세대 통일교육원 객원교수
한국전쟁 최대 미스테리
6·25 전쟁 당시 이형근 2사단장이 자신의 회고록인 '군번 1번의 외길'에서 "6·25 전쟁 10대 미스테리"를 제시한 바 있다. 그중 두 번째가 전쟁 나기 2주 전인 6월 10일에 각급 주요 지휘관의 대대적 인사이동이다. 중앙 요직을 포함한 전후방 사단장과 연대급의 대대적인 교류와 이동이 단행되었는데, 중요한 것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이형근 본인도 8사단장에서 2사단장으로 보직이 이동되었는데, 당연히 부하가 누구인지, 지형과 적정이 어떠한지 알 리가 없었다. 모든 부대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지휘관 이동에 따른 축하 행사와 파티까지 이어져 전방은 극도로 허술해졌다. 지금까지도 전선이 불안한 그 당시에 왜 그런 대규모 인사를 했는지는 여전히 연구과제다.
윤석열 정부가 11월에 단행한 "대장 전원 물갈이" 인사를 보면 도무지 그 까닭을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대대적 인사이동이다. 작년에도 군의 대장 7명을 전원 물갈이한 데 이어 올해 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군 조직의 안정성을 고려한 정상적인 인사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이런 파격적 인사를 연이어 단행하면서 그럴듯한 이유나 명분이 없다는 것은 6·25 전쟁 전의 상황에 비견될 만한 미스테리다. 이 인사가 얼마나 비정상인가는 새로운 대장 진급자를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합동작전 전문가가 없는 합참 지휘부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으로 발탁된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은 파격 중의 파격이다. 김 합참의장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6월 중장으로 진급한 데 이어 불과 1년 4개월여 만에 다시 대장으로 진급했다. 작년 12월에 해군 작전사령관으로 부임하고 1년도 되지 않아 합참의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사실에는 말문이 막힌다. 통상 대장 2차 보직인 합참의장을 중장을 대장으로 진급시켜 곧바로 내정한 것은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 합참의장에게 넘어온 이후 처음이다. 합참의장은 육·해·공 작전부대 간의 합동작전을 지휘하기 때문에 자신이 소속된 군만이 아니라 타군의 특성까지 두루 알아야 한다. 통상 육군은 사자처럼, 해군은 상어처럼, 공군은 독수리처럼 싸운다고 하는데, 이런 군의 특성을 두루 섭렵하기 위해서는 합동작전 직위를 두루 거쳐야 한다. 그런데 김 내정자의 경우는 준장 때 해양작전을 담당하는 합참 작전2처장 근무경력이 전부다. 해군 작전사령관을 1년도 수행하지 않았으니 합동작전이 아니라 해군 작전도 하다가 말고 온 사람이다.
게다가 합참 차장에 임명된 황유성 중장은 방첩사령관에서 곧바로 영전한 또 하나의 파격이다. 국방장관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보가 가능한 방첩사령관은 정치적 영향력이 큰 권력기관으로 이해된다. 이 때문에 방첩사령관은 중장의 마지막 보직으로서 통상 대장으로 진급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군 생활을 끝내는 게 정상이다. 만일 방첩사령관이 또 다른 군 보직으로 영전되면 자신이 관장하는 군 인사정보를 사적으로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방첩사령관이 합동작전 부서의 고위직으로 이동시킨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인데다 황 중장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과 군수참모부장, 제20기계화보병사단장을 역임한 육군의 정통 야전통이지 합동작전 근무경력은 전혀 없는 비전문가다.
왼쪽부터 김명수 합참의장, 황유성 합참차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재현되는 2010년의 재앙
이런 합참의장과 차장은 부임하는 날부터 합참의 14명의 부장이 올리는 보고서를 해독하지 못한다. 합참은 야전과는 용어와 개념이 달라서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렵고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합참의 비전문성이 국가적 재앙으로 비화된 전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군 인사에서 합참의장-차장-작전부장-작전처장-합동작전과장을 합참 근무 경력이 없는 비전문가로 임명하였고 합동작전 전문가는 작전본부장이 유일했다. 이듬해 3월에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자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합참과 해군 2함대 간에는 의사소통이 마비되었다. 그날 밤 10시가 넘는 시간에 청와대가 비상 NSC를 소집할 당시에 합참의장은 음주로 만취되어 인사불성이었고 합참 작전계통은 사태 파악을 못해 군 비상경계령을 다음날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발령했다. 전날 경찰의 을호비상령, 인천 해경의 갑호비상령보다 늦은 조치였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더 비전문가인 한민구 육군총장을 의장으로 영전시켰는데 그는 작전이 아닌 정책통이었다. 그해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벌어지던 순간에 합참의 장교들은 북한의 포격 원점을 F-15K 전투기로 응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된다는 쪽과 안 된다는 쪽으로 갈라져 논쟁했다. 국가 자위권 차원에서 전투기 출동을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유엔사 정전 시 교전규칙에 따라 미군의 통제를 받아야만 전투기를 출동할 수 있는지 헷갈렸던 거다. 합참의장은 공군의 작전 교리를 몰라서 공군작전사령부에 비상사태를 발령하지 않아 3시 30분에 영문을 모르는 공군작전사령부에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한 F-15K 출동을 지시했지만 6시간 지난 9시 30분에야 출격이 이루어졌다.
대통령의 군 장악 교두보, 방첩사
과거의 작전 실패의 교훈을 알고도 단행된 이번 합참 인사는 파격이라기보다 무모함에 가깝다. 게다가 여인형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소장)이 중장 진급과 함께 방첩사령관에 임명된 것은 군을 정치화하는 정권의 분명한 신호라고 보아야 한다. 이로써 대통령과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육사 38기)에 이어 방첩사령관(육사 48기)으로 이어지는 충암고 라인이 구축되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송영무 장관 시절에 장관실에서 총괄과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의 세평에 따르면 여 사령관은 그 당시부터 다분히 정치적 성향의 인물이다. 향후 대통령의 군 장악에 여 소장은 방첩사가 관리하는 장교의 신원정보와 경호처장을 통해 대통령실에 직보할 수 있는 권한을 무기로 군을 관리하는 실세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채수근 상병에 대한 과실치사와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는 군 인사들도 전원 구제되거나 보호되었다. 수시로 말을 바꾸며 소신을 저버린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유임되었고, 임성근 해병1사단장은 합참전비태세검열실장으로 영전될 예정이었으나 본인이 고사하여 정책연수라는 한직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과실치사 혐의로 1사단장이 입건되었다는 정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사건을 처리한 임기훈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은 중장으로 진급하여 4성 장군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국방대 총장으로 영전되었다. 국민의 70% 이상이 박정훈 대령을 지지하는 여론을 무시하고 여전히 부당한 수사에 대한 외압을 행사한 세력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 채 상병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압 세력은 사건에 대한 왜곡과 은폐를 마지막까지 담당하게 했던 당사자들이다. 이들은 사건의 공정한 처리를 바라는 국민 여론 심판의 표적이다. 굳이 손자병법을 인용하지 않아도 군의 상벌체계가 무너지고 법 집행의 공정성이 사라지면 군은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다. 지금의 해병대가 바로 그렇다.
초급간부는 뒷전, 대통령과 장관의 거짓말
무모함의 연속인 이번 장군인사는 역설적이게도 고위직 진출을 열망하는 많은 장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기수 파괴로 인해 진급과 보직 이동의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이유로 대규모 인사가 초래한 비극이 바로 6·25 전쟁이다. 우리 군은 통상 늦가을에 군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이 자체도 불합리하다. 북한군은 농번기를 피해 동계훈련에 주력하는 군이기 때문에 전방은 항상 겨울에 긴장이 조성된다. 그런데 바로 이때 우리 군은 인사이동으로 뒤숭숭하여 임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취약기다. 적정을 살피고 지피지기(知彼知己)로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군대가 아니라 인사 군대, 관리형 군대로 형식적인 안보태세가 될 위험이 크다.
게다가 올해는 초급간부 처우개선이 좌절된 재앙적인 국방예산으로 군 조직 전체가 위기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에 야전을 방문하여 "군의 허리인 초급간부가 흔들린다"며 갖은 처우개선을 직접 약속했다.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국방예산은 초급간부의 당직비, 성과상여금, 주택수당, 초과근무수당 등 간부의 처우개선에 관한 예산이 전부 동결되었다. 대통령과 장관이 초급간부를 상대로 장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마치 처우를 개선을 해 줄 것처럼 말을 앞세워놓고 예산을 싹둑 잘라버린 거다. 이 정도면 국방장관은 숙소에 가서도 잠이 오지 않고 밥맛도 떨어져야 정상이다. 약속을 위반하고 무슨 낯으로 장병들을 대할 건가. 그런데 그 국방장관은 10월 6일에 정부가 주식 공매도 금지조치를 발표하자 자신이 보유한 주식 가격이 오르는 기회를 포착했다. 이튿날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휴대폰으로 주식 매도에 관한 문자를 주고받는 장면은 정작 장관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 준다. 이런 군 수뇌부의 처사가 일으킨 사건이 한말의 임오군란이다. 지금은 학군장교 지원대학의 절반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그 여파로 공중보건의와 같은 병역특례제도까지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군 인사, 공정과는 거리가 먼 기회주의적 처신을 한 인사들의 영전, 군 인사 정보를 활용한 비선 권력의 출현 등, 이런 현상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해 주나. 싸우면 지는 군, 실패하는 국방 아닌가.
출처 : 대통령 군 장악의 과욕이 부른 무모한 군 인사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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