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다
초가지붕 위로 쏟아져 내리던 은하수 별빛들을...
북간도 하늘 올려보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붙이며 헤아리던 맑은청년의 심정으로 눈시울 붉혔던 약관의 그 밤을...
연로하신 어머님 홀로 계시는걸 두고보다 더이상은 무리다 싶어 큰누님이 모셔갔고, 그 조차도 감당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요양원에 모셨다며 죄스러워 하던 친구는 시골집 만큼은 지키고자 맘 먹은듯 하다
초대받은 친구는 네명 이었지만 한명은 나름의 일정이 있어 못갔고 나머지 세명중 두명은 동승 해왔고 나는 거주지가 동떨어진 관계로 홀로 운전해갔다 수십년전 버스를 타고 갔던 기억들은 아예 없고, 작년에 친구차 옆자리에 동승해 갈때도 별 느낌 없었는데 홀로 운전해가는 요번길은 감회가 있었다
의령 나들목 지나 남강 강변길 따라 이어지는 한가로운 국도주변의 풍경들은 그야말로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피는 맘속의 고향길이었다
촌동네,
오전 열시쯤 도착해서 어옥저수지 민물 낚시로 붕어도 잡고 잉어도 잡고 향어도 잡아서 회도 썽글어 묵고 구수한 옛맛 붕어찜도 해묵고 ...
전날 숙취로 이른아침 출발 못했고,
오후 두시쯤 도착해서 저수지에 올라보니 앞서 도착한 친구들은 채비접고 철수준비 중이었다
낚시 드리울만한 기슭도 없고 마침 샛바람이 심하게 불어 도저히 방법이 없다한다 채비정리 하는걸 지켜보고 있었는데 대뜸 하는말이 지네둘이 창녕가서 잡아올테니 집에서 한숨자며 기다리라 한다
그러구는 떠났다 왕복 사백리길을...
주인장 친구에게 전화로 물었다
몇시쯤 도착 할것이며 베란다 샷시에 체워진 자물통 따는 쎄때는 어디 두었냐고,
다섯시쯤 도착하겠고 쎄때는 디딤돌과 툇마루 안쪽에 고무신에 들어있다 한다
전날 숙취로 암것도 못먹었으니 배가 고팠고, 팔도비빔면 보기길래 두봉다리 끓여먹었다 아무도없는 시골 빈집에서
머...그리 쉽지는 않았다 수도 계량기 찾아서 물 틀고, 게스통 찾아서 주리틀고
쌩 지랄을 했다 혼자서
해질녘즘 되어 주인장친구 도착했고 창령간 낚시 친구들도 왔건만 조과는 없었다
뭔 대수랴...
흔히들 시골집 가면 하는 짓거리들을 했다 숫불에 삼겹살 굽고 거나하게 마셨다
담날새벽 네시쯤 낚시광 친구들은 또 사백리길 창녕으로 떠났다 참붕어 맛을 보여 주겠노라며... 안그래도 되는데 싶었지만 말릴수 없었다
그리고는 여덟시쯤 눈 떴지 싶다
기척이 있어 쪽마루 샷시문 열어보니 주인장 친구는 여러가지 잡일을 부지런히 하고 있었다 외양간이던 창고 정리며, 남새밭 밭이랑 고르기며, 장독대 묶은장 정리며...부지런을 떨고 있는데 마냥 누워 티비보기 민망해서 마당에 나가보니 내가 할일은 없었다
뻘쭘해 보이는 내가 안됐던지 일감을 준다
철공소잡부 출신에게 딱 맞는 일감이 있다며 녹슨 가마솥 뚜껑을 가르킨다
센드페이퍼 전동구를 전기선에 연결해주며 윤나게 닦아보라 했다
뻘쭘하던 차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열심으로 닦았다 도 닦듯이
공식이 필요없는 단순 노가다는 피로에 지친 정신건강에 좋다
일머리 계산해가며 머리쓸일 없고 몸만 쓰면 되는일이라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런 단순작업도 요령은 있다
요령은... 잡생각하며 존나게 문때는거다
날 버린 여인들을 생각하며 녹슨 솥뚜껑 문질렀다
눈망울 초롱하던 내 아이들과 캐미 맞추기 힘들어 보인다며 떠난년(같이 살자한적 없음)
호주로 이민간 아이들이 보고싶어 견딜수 없다며 울먹이며 떠난년
생일 선물로 금목거리 안해준다며 패악 지기고 떠난년
심지어는 도다리회 중짜 안시키고 소짜 시켰다며 버럭, 하고 떠난년...
지금은 아랫도리 튼실하고 지갑 두툼한놈 만나 잘 살고 있으려나...
잘살기를 솥뚜껑 앞에두고 기원했다
정오쯤 되자 친구들이 모였다
깻잎 싸이즈도 안되는 붕어 아홉마리 잡아왔다 또 시작이다
숫불 피우고 고기굽고 붕어양념찜 하고
준비해간 고등어도 구웠다
밭이랑에서 뜯어오고 케온 달래며 풋마늘이며 상추며, 여러가지 야체를 곁들여 배 터지게 먹고 놀다왔다
마냥 놀기만 했을까
남은 교훈이 있다
잘먹고 잘사는 친구들에게서 한가지 뚜렸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나를 질책중이다
그들은 한시반시도 그냥 놀지않고 움직인다 싱크대며 개스렌지며 세탁기며 화장실 변기 등등을 쉬지않고 꼼꼼히 닦아내는 주인장 친구를 보았고
낚시 다녀온 친구들도 낚시도구 꺼내어 꼼꼼히 닦아내며 식후 설거지 따위를 마다않고 깔끔히 하고 마무리 한다
내가 잘살지 못하는데는 분명한 차별적 이유가 있다 싶어 많이 부끄러웠다
해서 오늘은 아침부터 청소란걸 했다
바닥 걸래질도 하고 화장실 천장도 닦았다 새삼스럽게 이제와 잘살일 없겠고 이 또한,
얼마갈지 모르겠으니...
첫댓글 넘 익숙한단어들
세때
그거 알아무글사람몇없을끼라는
생각이들고 잼나게읽었습니다
구시한사투리가 정겹네요
소디비따까서 거기 정구지찌짐
한판꾸버드실꺼아닙니꺼 ㅎ
잘읽었습니다 웃으면서요
재밋게 읽으셨다니
기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칭찬합니다.
글맛이 아주 독특해서 아주 좋습니다.
이런 글 더 많이 꺼내서 모아뒀다가 글 다듬어서 책으로 발간하시기 바랍니다.
남이 대신해서 써 줄 수 없는 이야기, 본인의 경험, 진짜로 살아있는 내용이군요.
더 많이, 자주 글 올리세요.
그리고 검색창에 <한국어맞춤법 검사기'를 입력해서 지금껏 썼던 글을 대조해서....
오탈자 등을 걸러내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책 발간하면 저한테도 선물하셔유.
정말로 글맛이 좋아서 칭찬하면서, 엄지 척! 합니다.
글 또 기다려야 하니까요.
예~감사합니다
건강하시구요~^
이제 와 새삼 이~~~나이에🎶🎵
잘살고 못살고 무에 의미있으리까만
바지런히 움직여야
몸도 녹슬지 않을터
봄맞이 영과 육~ 주변청소까정
하이구 후련해라입니다
솥뚜껑 삼겹살에
시골텃밭 남새에
주님 영접~
그림 멋집니다
오늘 미장원서 머리 염색 하신건 아니겠죠?
빗소리 들으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하얀 얼굴~
흰머리 소녀~
@함박산2
ㅎㅎ
누가 뭐래도
마이웨이입니다
염색은 No~~!! 아깝구러요 ㅋㅋ
오늘 어떤애기가
저거 엄마한테
저를 가르키며 왜
머리가 흰색이야? ㅋ
그 엄마 민망할까
제가 답해줬어요 ㅎㅎ
세때 정지 문 앞에 걸어 뒀심더 ㅎ
세때 끼라가 정지서 라면 끼리무씸더~ㅋㅋㅋ
@함박산2 지도 다 알아 묵어요.
세때가 쇗때라고 하지 안나요?
정지는 부엌이고
부모님이 경북이라.
@리진 정 아 님과 같은 고향이군요
역시~경북서 미인들이 많이 나나봅니다 그 지역의 특성인가 봅니다
@함박산2 라면에 달갈 깨넣고 냄비 뚜껑에 얹져서라도 여러시 농갈라 무예 ㅍㅎ
나도 삼겹살 양이 적다고 도망간 경우가 있었습니당 우하하하하하
세월 지나고보니 그 또한 유쾌한 추억이 되는군요
건강하시구요~^
부지런히 움직인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지요.
친구들과 티격태격, 알콩달콩, 재미난 추억,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들, 정경게 살아가는 우리네 이야기들입니다.
캄사합니다~^
마음부자 시인님~^
@함박산2 함박산2 님!
찌질이 박통(방밍돌 시인의 애칭)을 마음부자 시인으로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5행시>
시 인 박 민 순
------------------------------------------------함 백 산 2
시어는 소박하다
인심人心을 믿고 연민憐憫하는 마음부자 시인
박꽃위로 내려앉은 교교皎皎한 달빛같은 언어
민들레 홀씨되어 가난한 마음위에 내려앉다
순수의 가시로 숨어있는 양심 찔러 치유하는 사막의 어린왕자.
@박민순 지난 일이지만 진심입니다
고단한 서민들의 가슴속을 읽어내고 표현 해주시는 시인님~^
잘사는 사람은 많이 움직인다 ㅎㅎ 나는 평생을 동동거렸는데
그라고 내도 경북 청송이 안택고향인데 안동에서 자랐지만
찾아 갈 수있는 친구가 있어 다행인 함박산님 녹슬은 솥뚜껑 반질반질 거듭나게 하시고 오셨나요 예전에 철쑤세미로
녹을 벗겨내느라 팔이 빠질정도로
문질렀쥬
아직도 청바지 입으면 간지가 나는 운선작가님 역시 영락없는 경북 여인 이십니다 바지런하고 가지런한 마음가짐으로 사셨으니 지금 잘살고 계시지 않습니까 솥뚜껑은 콩기름 발라 햇볕에 말렸더니 그럴싸 해보이더군요
@함박산2 으~ 간지납니다^^
설겆이나 아니면 빨래등을 하는 경우 전 그동안 알게 모르게 제 마음 속 깊이 돋아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쓰잘데기 전혀 없는 잡초들도 과감히 없애버리는 청소를 함께 하곤 합니다. ^^~
마음속 잡초를 없애려 든다해서 그리 되던가요
쉬운일이 아니지 싶은데
그리 하신다니 의지력이 놀랍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세월이 가도, 떠난 사람은 떠났어도
묵은 무쇠솥 꺼내어 윤 내고 고기 구워먹듯
그렇게 어울려 사는 것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의 인연 이란것이 제한된 시간속에 있는것이라 언젠가는 헤어지는 것이고 지나놓고 보면 추억이 되는것
이더군요 좋지도 싫지도 않은, 그저 짜투리로 굴러다니는 기억들 입니다
건강 하십시오~^
이래저래 떠난년~~~~ㅎㅎㅎ 글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노는 모습들이
눈에 선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 이었습니다 친구 한명 한명이 제겐 축복입니다
가까이 사는 친구 계신다면 안부전화 해보십시오
반길겁니다
건강하시구요~^
단순노가다는 ~좋다
격하게 공감합니다
이빨에 고추가루 두개나
낀 자기 얼굴도 모르고
듣지 못하는 내게
얼굴 가까이 들이대고
열심히 말해주는 착한오빠를
떠난 년도 여기 있습니다 ㅎㅎ
지내놓고 보면 귀여운 열정이었는데 고딩의 그때는 싫었더랬어요 ㅋ
착한 오빠는 무슨말을 그리도 열심히 해댔을까요
무심한 소녀는 이빨사이 낀 고추가루 헤아리고 있었는데
@함박산2 그 분은
성악과를 지망하여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
작곡가들의 사랑이야기~
못 알아들었다고 하면
미안하니 그 미안한 마음을
누르고 계속 1시간가량 앉아있다보니
난데없는 고추가루와 이빨의
콜라보가 핑계였던듯요~^^
지금도 모임가면 말많은 분은 슬그머니 피해서
단순노가다 자처합니당 ㅎ
저는 서울이 태생이라...
향수병 고향 이런 단어에 익숙치 않습니다..
글과 사진으로 본 함박산님의 글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찾아갈수가 있는 친구가 있는 일상이
그저 부럽기만 하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뭘 부럽기 까지야 하겠습니까
인사로 받겠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활력으로 삶방을 밝게 하시는 칼라풀님의 일상을 응원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전 내일 운동후배들 데리고 나고자란 고향집에 갑니다~~
쑥뜯어 전이나 부쳐주고 머위뜯어 나물이나 해주려고요~~
운동선수 출신인가 봅니다
무슨운동 하셨을까 궁금 합니다만, 혹 국가대표 출신이실런지요
@함박산2 무슨 국가대표씩이나요?동네서 탁구치고 자전거 타고 노는 친구들이랍니다~~
@푸른강 예~건강하셔서 오랫토록 행복해시길요~^
구포둑에서 글 검나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