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5060카페> '삶의 이야기방'에 '함박산2' 회원의 글이 올랐다.
제목 : 진주2
제63372번 (2024. 4. 4.)
내가 원안 글을 '한국어맞춤법 검사기'로 아주 조금만 다듬었다.
1. 하나의 문장이 끝나면 문장기호인 마침표(.) 을 찍는다.
2. 흩어진 문장을 모아서 하나의 문단으로 집중시킨다.
3. 사투리가 아닌 표준어 등을 사용해야 한다 등등.
4. 지명 등 특별한 내용은 글이 끝난 하단에 보충설명한다.
더 다듬어서 문학지 문단에 제출해도 좋을 만큼 글맛이 아주 독특하다.
진주 2
함박산2
기억한다. 초가지붕 위로 쏟아져 내리던 은하수 별빛들을...
북간도* 하늘 올려보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붙이며 헤아리던 맑은 청년의 심정으로 눈시울 붉혔던 약관의 그 밤을...
연로하신 어머님 홀로 계시는 걸 두고보다 더 이상은 무리다 싶어 큰누님이 모셔갔고, 그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요양원에 모셨다며 죄스러워하던 친구는 시골집만큼은 지키고자 맘먹은 듯하다.
초대받은 친구는 네 명이었지만 한 명은 나름의 일정이 있어 못 갔고 나머지 세 명 중 두 명은 동승해 왔고 나는 거주지가 동떨어진 관계로 홀로 운전해 갔다. 수십 년 전 버스를 타고 갔던 기억들은 아예 없고, 작년에 친구 차 옆자리에 동승해 갈 때도 별 느낌 없었는데 홀로 운전해 가는 요번 길은 감회가 있었다.
의령나들목 지나 남강 강변길 따라 이어지는 한가로운 국도 주변의 풍경들은 그야말로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피는 맘속의 고향길이었다. 촌동네.
오전 열시 쯤 도착해서 어옥저수지* 민물낚시로 붕어도 잡고 잉어도 잡고 향어도 잡아서 회도 썽글어 묵고 구수한 옛맛 붕어찜도 해 먹고 ...
전날 숙취로 이른 아침 출발 못했고, 오후 두시 쯤 도착해서 저수지에 올라보니 앞서 도착한 친구들은 채비 접고 철수 준비 중이었다. 낚시 드리울 만한 기슭도 없고 마침 샛바람이 심하게 불어 도저히 방법이 없다 한다. 채비 정리 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는데 대뜸 하는 말이 지네들이 창녕 가서 잡아올 테니 집에서 한숨 자며 기다리라 한다. 그러고는 떠났다. 왕복 사백리길을...
주인장 친구에게 전화로 물었다. 몇 시 쯤 도착할 것이며 베란다 새시에 채워진 자물통 따는 쎄때는 어디 두었냐고. 다섯시쯤 도착하겠고 쎄때는 디딤돌과 툇마루 안쪽에 고무신에 들어 있다 한다.
전날 숙취로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배가 고팠고, 팔도비빔면 보이길래 두 봉다리 끓여 먹었다. 아무도 없는 시골 빈집에서
머...그리 쉽지는 않았다. 수도 계량기 찾아서 물 틀고, 가스통 찾아서 주리 틀고 쌩 지랄을 했다. 혼자서.
해 질 녘 쯤 되어 주인장 친구 도착했고 창령 간 낚시 친구들도 왔건만 조과는 없었다. 뭔 대수랴... 흔히들 시골집 가면 하는 짓거리들을 했다. 숯불에 삼겹살 굽고 거나하게 마셨다.
다음날 새벽 네시 쯤 낚시광 친구들은 또 사백리길 창녕으로 떠났다. 참붕어 맛을 보여 주겠노라며... 안 그래도 되는데 싶었지만 말릴 수 없었다.
그리고는 여덟시쯤 눈 떴지 싶다. 기척이 있어 쪽마루 샷시문 열어 보니 주인장 친구는 여러 가지 잡일을 부지런히 하고 있었다. 외양간이던 창고 정리며, 남새밭 밭이랑 고르기며, 장독대 묵은장 정리며... 부지런을 떨고 있는데 마냥 누워 TV 보기 민망해서 마당에 나가 보니 내가 할 일은 없었다.
뻘쭘해 보이는 내가 안 됐던지 일감을 준다. 철공소 잡부 출신에게 딱 맞는 일감이 있다며 녹슨 가마솥뚜껑을 가리킨다. 센드페이퍼 전동구를 전기선에 연결해 주며 윤나게 닦아 보라 했다. 뻘쭘하던 차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열심으로 닦았다. 도 닦듯이.
공식이 필요 없는 단순 노가다는 피로에 지친 정신건강에 좋다. 일머리 계산해 가며 머리 쓸 일 없고 몸만 쓰면 되는 일이라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런 단순작업도 요령은 있다. 요령은... 잡생각 하며 좆나게 문대는 거다.
날 버린 여인들을 생각하며 녹슨 솥뚜껑 문질렀다. 눈동자 초롱하던 내 아이들과 캐미 맞추기 힘들어 보인다며 떠난 년(같이 살자한 적 없음). 호주로 이민 간 아이들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다며 울먹이며 떠난 년. 생일 선물로 금목거리 안 해 준다며 패악 지기고 떠난 년. 심지어는 도다리회 중짜 안 시키고 소짜 시켰다며 버럭하고 떠난 년.. 지금은 아랫도리 튼실하고 지갑 두툼한 놈 만나 잘 살고 있으려나... 잘 살기를 솥뚜껑 앞에 두고 기원했다.
정오쯤 되자 친구들이 모였다. 깻잎 사이즈도 안 되는 붕어 아홉 마리 잡아왔다. 또 시작이다. 숯불 피우고 고기 굽고 붕어 양념 찜하고. 준비해 간 고등어도 구웠다. 밭이랑에서 뜯어오고 캐 온 달래며 풋마늘이며 상추며, 여러 가지 야채를 곁들여 배 터지게 먹고 놀다 왔다.
마냥 놀기만 했을까? 남은 교훈이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친구들에게서 한 가지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나를 질책 중이다. 그들은 한시 반시도 그냥 놀지 않고 움직인다. 싱크대며 가스레인지며 세탁기며 화장실 변기 등등을 쉬지 않고 꼼꼼히 닦아내는 주인장 친구를 보았고, 낚시 다녀온 친구들도 낚시도구 꺼내어 꼼꼼히 닦아내며 식후 설거지 따위를 마다하지 않고 깔끔히 하고 마무리 한다.
내가 잘 살지 못하는 데는 분명한 차별적 이유가 있다 싶어 많이 부끄러웠다. 해서 오늘은 아침부터 청소란 걸 했다. 바닥 걸래질도 하고 화장실 천장도 닦았다. 새삼스럽게 이제 와 잘 살 일 없겠고 이 또한,얼마갈 지 모르겠으니...
* 북간도(北間島) : 간도 지방의 동부로 두만강과 마주한 지역.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경지는 적고 임업이 성하며
광물 자원이 많다. 조선 시대부터 우리 민족이 이주하여 개척한 곳이다.
* 어옥저수지 : 경남 진주시 미천면 어옥리
위 글에 대하여 내가 아래처럼 댓글 달았다.
칭찬합니다.
글맛이 아주 독특해서 아주 좋습니다.
이런 글 더 많이 꺼내서 모아뒀다가 글 다듬어서 책으로 발간하시기 바랍니다.
남이 대신해서 써 줄 수 없는 이야기, 본인의 경험, 진짜로 살아있는 내용이군요.
더 많이, 자주 글 올리세요.
그리고 검색창에 <한국어맞춤법 검사기'를 입력해서 지금껏 썼던 글을 대조해서....
오탈자 등을 걸러내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책 발간하면 저한테도 선물하셔유.
정말로 글맛이 좋아서 칭찬하면서, 엄지 척! 합니다.
글 또 기다려야 하니까요.
2024. 4. 4.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