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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져도(1)
적무강은 그동안 쉴 새 없이 말을 달렸다. 그가 있던 하남성에서 섬서성까지는 물경 이천 리의 거리,
그러나 적무강은 이천 리의 거리를 불과 사일 만에 주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덕분에 그가 갈아탔던 말들은 하나같이 탈진된 상태로 인근의 마시장에 버려졌다.
그렇게 적무강이 도착한 곳이 바로 섬서성 석천이었다.
온통 먼지를 뒤집어 쓴 매우 초췌한 얼굴, 그러나 그의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푸르르~! 히잉!
말이 거친 숨을 참지 못하고 연신 투레질을 했다. 적무강은 그런 말의 목덜미를 두들겨 주며 속삭였다.
“수고했다. 네 덕에 빨리 올수 있었다. 이제 좀 쉬고 있거라.”
푸르르!
말이 적무강의 뺨을 핥아주었다. 그러자 적무강이 미소를 지은 후 객잔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점소이가 그를 맞았다.
“어서옵····셔!”
티-잉!
순간 점소이의 눈앞에 무언가 번쩍였다. 점소이는 순간 번개처럼 손을 휘둘러 눈
앞에 번쩍인 물체를 잡았다. 무공을 익힌 무인보다 몇 배는 빠른 손놀림이었다.
“헤······!”
점소이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그의 손에 있는 물체는 보기에도 매우 반짝이는
은화였기 때문이다.
적무강이 말했다.
“밖에 있는 말에게 배불리 마른콩과 여물을 먹이고, 물을 충분히 주거라.”
“물론입니다.”
“그리고 이곳의 야시장이 어디지?”
“야시장 말씀이십니까?”
“그래!”
적무강의 말에 점소이가 매우 묘한 눈빛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자신의 눈빛
을 감추며 말했다.
“야시장이라면 저기 복령가(福寧街)의 북쪽 골목의 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야시장이 패쇄 되어 있어 시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요. 거기엔 왜 가시려는지요?”
“볼일이 있어서······.”
말과 함께 적무강이 뒤돌아섰다.
적무강이 다시 문밖으로 나가자 점소이가 급히 후문으로 뛰어나갔다.
복령가의 끝자락에 위치한 야시장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너무나 찾기 쉬웠기 때문이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인상의 남자들이었다. 비록 따로따로 이야기를 하며 놀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들이 같은 한패거리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적무강이 골목에 들어서자 인상을 푹푹 써가며 노려봤다.
그러나 적무강은 그에 개의치 않고 야시장 깊은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남자들이 하나둘, 적무강의 뒤를 따라붙기 시작했다.
골목에 들어갈수록 점점 늘어나는 남자들, 처음엔 십여 명에 불과했지만 종국에는 백여 명 가까이 수가 늘어났다.
일반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적무강의 얼굴에서는 추호의 위축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무공도 제대로 모르는 건달들 수백이 모여 있다고 해서 겁을 낼 이유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남자들의 얼굴에는 어이가 없다는 빛이 떠올라 있었다.
생긴 것은 영락없는 시골촌부처럼 생긴 녀석이 자신들을 보고도 겁을 집어먹지 않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저 시골무지렁이 녀석이 뭘 믿고 당당한지 그것이 궁금했다.
남자들 중 덩치가 제일 크고, 인상도 험악한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어~이! 촌놈, 이곳엔 왜 왔느냐?”
그의 말에 적무강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곳에 만형통이 있다고 알고 왔소.”
“그는 왜 찾는 것이냐?”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적무강의 대답에 금세 남자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
러졌다.
“용건은?”
“그를 만나서 이야기하겠소.”
“어····허! 이 촌놈 보게나. 만형님이 그렇게 네놈이 보고 싶다고 해서 볼 수 있는
분인 줄 알아? 이놈아, 만형님을 뵈려면 우선 이 몸에게 잘 보여야 하느니라.”
남자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렸다.
사실 야시장에 있는 남자들은 이곳 석천의 뒷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만가 패거리
였다. 사실상 석천의 밤의 지배자인 만가 패거리였으나 실상은 힘없는 상인들의
등을 치는 뒷골목 건달들에 불과했다.
“만형통에게 안내해 주시오.”
“이놈이 그래도 말을 못 알아듣네. 네놈의 무엇을 믿고 만형님께 안내해준단 말
이냐? 혼이 나기 전에 썩 이곳을 나가거라.”
툭툭!
남자가 그 커다란 손으로 적무강의 이마를 톡톡 치며 협박했다. 사실 그가 하는
방법은 뒷골목의 부랑배들이 순진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기를 제압할 때 많이 쓰
는 수법이었다. 이렇게 이마를 쳐서 그의 위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각인
시키는 수법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를 제압당하면 마음이 심약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마를 누르는 사
람들이 자신보다 강하다고 인식하게 된다.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말이다.
남자들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크하핫! 녀석 벌써 질렸나보네.”
“흐흐! 형님, 적당히 하고 내보내세요. 보아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 같은
데.”
뒤에서 남자의 패거리들이 적무강을 비웃었다. 그러자 남자가 피식 웃었다.
“들었냐? 괜히 헛고생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 만형님은 우리도 뵙기 힘든 분이
니까.”
“·······되는가?”
그때 적무강의 입이 벙긋거렸다. 하지만 그 소리는 너무나 나직해서 남자는 알아
듣지 못했다.
“뭐라고 말하는 거냐? 이 촌놈이······.”
그러면서 귀에 손을 기울이는 동작을 취하는 남자, 그 순간 적무강의 목소리가 선
명하게 들려왔다.
“너희들을 모두 패면 그가 나오겠군.”
“뭐?”
남자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빛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적무강이 철죽의
손잡이를 잡아가고 있음을.
수많은 남자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심하게 얻어맞은듯 팔다리가 이리저리 뒤틀려 있었고,
얼굴에는 시퍼런 피멍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무도 죽은사람이 없다는 것일 것이다.
“그····그놈 뭐···뭐야?”
남자가 차가운 바닥에 얼굴이 닿은 채 힘겹게 중얼거렸다.
한바탕 폭풍처럼 자신들을 휘몰아친 몽둥이의 세례. 자신들은 끽소리도 제대로 못하고 얻어맞아야 했다.
대항은 물론이고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남자의 정신없는 몽둥이찜질에
그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바닥에 몸을 누이고 말았다.
그들 백 명이 모두 바닥에 쓰러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일다경에 불과했다.
백 명이나 되는 남자들이 불과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못 버틴 것이다.
“크으으~!”
“우어어!”
아수라장이 된 골목길에는 수많은 남자들의 신음소리만이 맴돌았다.
적무강은 등 뒤에서 들리는 신음소리 따윈 무시하고 급히 걸음을 옮겼다.
평상시의 그라면 이렇게 무공도 익히지 않은 뒷골목의 부랑배 따위는 무시했겠지만,
지금의 그는 무척이나 마음이 급했다. 때문에 그는 단호하게 손을 썼다.
남자들이 가르쳐준 곳은 이제까지 그들이 점거하고 있던 골목의 한쪽에 은밀히
숨겨져 있던 쪽문이었다.
끼-익!
쪽문을 열자 녹슨 쇳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어른 한명만 지나가면 꽉 차는 좁은 복도, 그리고 복도를 따라 간간히 걸려 있는
호롱불이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어 무척이나 음침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적무
강은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쿵 쿵!
좁은 복도에 울려 퍼지는 적무강의 발소리, 일부러 기세를 실었기에 그의 발소리
에는 사람의 심령을 제압하는 힘이 담겨져 있었다.
복도의 끝에 다다르자 역시 조그만 철문이 적무강을 반겼다. 적무강은 손에 공력
을 끌어 모아 문을 부술까 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짝 밀었다. 그러자 철문이
너무나 쉽게 열렸다.
그가 안에 들어가자 역시나 의외로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두 명
의 남자가 있었다.
“헤···헤!”
안면이 낯익은 남자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다름 아닌 적무강이 야시장의
존재를 물어봤던 객잔의 점소이였다.
적무강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자신에게 돈을 받고 이곳의 존재를 말하고, 또다시 이곳에 와서 자신의 존재를 알
리다니. 참으로 세상을 편하게 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를 탓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적무강이 고개로 자신이 들어온 쪽문을 가리켰다. 그러자 점소이가 고개를 끄덕
이며 급히 밖으로 나갔다.
단둘만 남게 된 실내.
“정말 거친 손님이시군요.”
어둠속에 앉아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적무강이 안력을 끌어올리자 그의 모습
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보통사람들의 가슴어림까지 밖에 닿지 않을 것 같은 왜소한 체구에, 반대로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큰 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십대 중반의 남자. 그가 바로 남궁성
이 적무강에게 알려준 섬서성의 정보상인 중 한명인 만형통이었다.
적무강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미안하오! 내 마음이 급하여 손을 과하게 썼소.”
적무강의 말에 만형통의 눈에 뜻밖이란 빛이 떠올랐다. 보통 적무강과 같이 강력
한 무력을 소유한 자라면 안하무인이기 십상인데 의외로 적무강이 사과를 하였기 때문이다.
만형통이 한참을 적무강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어디서도 손님과 같은 분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군요. 실례지만 대명
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내 이름은 적무강이오.”
“적····무강, 무척이나 패도적인 이름이시군요. 그런데 이런 허름한 곳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남궁세가의 소개로 당신이 이곳 섬서성에 존재하는 정보상인 중 가장 뛰어나다
는 이야기를 듣고 왔소.”
“영광이군요. 그런 말씀을 듣다니······. 하지만 밖에 있는 아이들에게 저리 손을 쓰
신 것은 너무 과하신 것 같습니다.”
만형통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래 상인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협상이다. 그리고 협상의 기본은 상대의 약점
을 들춰내는 것, 이번 같은 경우에는 만형통의 부하들에게 과하게 손을 쓴 것이다.
이렇게 상대의 약점을 자극하면 한결 쉽게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것이 만형통이 주로 사용하는 상술이었다.
그러나 적무강은 만형통이 생각했던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턱!
그가 갑자기 허리에 차고 있던 철죽을 책상위에 올려놨다. 언뜻 봐도 무척이나 번
들거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위압적이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철죽이라는 것이오. 당신의 동생들을 저 모양으로 만든 물건이기도 하지.”
“그런데 이것을 왜?”
“우리 말을 빙빙 돌리지 맙시다. 난 지금 정보가 급히 필요하고, 또한 시간이 없
소. 만약 당신이 나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엉뚱한 말을 한다면 난 당신을 밖에 있
는 저들과 똑같이 만들 수밖에 없소. 그리고 다른 정보상인을 찾아 갈 거요.”
“으····음!”
적무강의 무식한 협박에 만형통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런 식의 무식한 협박을 하
는 사람은 또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물
었다.
“좋습니다. 원하시는 게 무엇인지 말씀해 보시지요.”
“이곳 석천에서 십자성의 움직임과 천왕성의 움직임, 그리고 마림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소.”
“하~! 정말 곤란한 질문만 하시는군요. 정보상인들 사이에서도 십자성과 천왕성
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라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모르오.”
너무나 단호한 적무강의 말에 만형통은 다시 한 번 적무강을 자세히 살폈다.
만약 자신의 동생들이 바깥에 널브러져 있지 않다면 그 역시도 적무강이 무공을
익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적무강의 모습에서는 무공
을 익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더구나 어쩌면 저렇게도 평범하게 생겼는지, 도무지 특징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만형통은 그런 적무강의 외모에 속지 않았다.
‘강호에서 제일 주의해야 할 자는 자신을 완벽하게 감출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적무강이란 사내는 그런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구나.’
그것은 이제까지 한평생을 정보계통에 종사한 자의 직감이었다. 그는 눈앞의 적
무강이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적무강의 눈이 한없이 차갑다. 만약 여기에서 자신이 헛수
작을 부린다면 그대로 저 철죽이란 방망이가 날아올 것 같았다.
‘이런 남자에게는 오히려 진심으로 대하는 게 좋다. 십자성과 천왕성 그 어디와
도 연관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남궁세가의 소개로 왔다면 믿을만하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도박을 해도 될 듯······.’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대협께서는 어디 소속이십니까? 실례지만 제가 아는 한 천왕성이나 십자성 어디
에도 대협 같은 분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난 두 세력 어디와도 관련이 없소. 내가 정보를 얻으려는 것은 내 개인적인 사
정 때문이오.”
“역시 그러셨군요. 실례지만 사문이 어딘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이미 오래전에 망한 곳이오. 말을 해줘봤자 모를 것이오.”
적무강은 생사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형통은 개의치 않았다. 적
무강의 사문은 자신이 알아보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손님께서 요청하신 것은 저희들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특급
으로 분류되는 정보입니다. 아직 다른 성의 정보상인들 조차 모르는 정보를 요구
하신다는 것은 그만큼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정보를 사
겠습니까?”
“물론이오. 정보료는 얼마요?”
“정보료는······.”
만형통이 말끝을 흐렸다. 그에 적무강이 그를 빤히 바라봤다.
“돈 대신에 나····중에 저의 요청이 있을 시에 딱 한번만 저를 도와주시길 빌겠습니다.”
“음!”
이번에는 적무강의 눈이 가늘어졌다. 만형통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그러
자 만형통이 급히 말을 이었다.
“저희 같은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은 일의 특성상 어떤 일을 당할지 모릅니다. 때
문에 만약을 대비한 보험을 들어놓곤 합니다. 저 역시 손님에게 보험을 들어놓는 겁니다.
만약 제가 다른 일을 당하지 않는다면 손님에게만큼은 평생 정보료를 받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대신 저의 목숨이 위험할 경우, 딱 한번만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좋소!”
적무강은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흔쾌히 대답했다. 그에 놀란 것은 오
히려 만형통이었다. 그는 오히려 적무강이 주저할 줄 알았던 것이다.
사실 이것은 만형통으로서도 모험이었다. 아직 연원도 확실치 않은 사람에게 장
기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러나 그는 정보상인으로 평생을 지내온 자신의 육
감을 믿었다. 적무강과 같은 사내는 결코 자신이 한 약조를 어기지 않을 거라고.
“좋습니다. 그럼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믿고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음!”
만형통이 자신의 등 뒤에 있던 조그만 책장의 모서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책장
이 스르륵 이동하면서 뒤에 숨겨져 있던 공간이 나타났다. 만형통은 그곳에 홀로
들어갔다 한참 후에 나타났다.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 그의 손에는 세 개의 노란
책자가 담겨 있었다.
“이것을 읽어 보십시오. 하나는 십자성의 근래의 움직임을 파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천왕성의 근래 움직임을 파악한 것입니다. 물론 내부의 사정을 모르니 외
부에서의 움직임만 보고 추론한 것이라 불확실하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자에는 최근에 이곳 섬서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
의 사태에 대한 섬서성 정보상인들의 공동견해가 담겨 있습니다. 거기에는 마림
의 역사와 구조에 대해 적혀 있습니다.”
“고맙소!”
적무강은 만형통의 손에서 책자를 건네받은 후 넘겨보기 시작했다.
사실 적무강이 보고 있는 책자의 가치는 이루말로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섬서성
에 암약하고 있는 정보상인들이 공동으로 만든 것으로 결코 외부에 공개되어서
는 안 되는 것이었다. 만약 이 사실을 십자성과 천왕성에서 알게 되면 그 즉시 추
살대를 내보내 정보상인들의 씨를 말리려 할 것이다.
적무강은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만형통을 비롯해 섬서성의 정보상인들은 서로
정보망을 공유하고 있었고, 또한 각성의 정보상인중 대표들은 또 다시 그들 간의
정보망을 공유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 간의 유대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이 끈
끈했다.
개방이 광대한 정보로 천하에 이름이 높다고 하지만 정보상인들 역시 그들 못지
않은 방대한 정보망을 갖춘 곳이다. 이것은 적무강을 소개해준 남궁성도 미처 모
르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직까지 남궁성은 만형통이 혼자서 움직이는 줄로만 알
고 있는 것이다.
책자를 읽는 내내 적무강의 안색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급히 첫 번째 책
자를 읽고 두 번째 책자로 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책자를 넘겼을 때에는 눈에
살기마저 넘실거리고 있었다.
“크흠~!”
만통형이 갑작스런 적무강의 살기에 가슴이 답답해져 오자 나직하게 기침을 했
다. 그러자 적무강이 이내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 기운을 갈무리했다.
만통형이 그제야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십자성과 천왕성은 이곳 석천에서 서전을 시작했습니다. 대협께서
도 아시다시피 서전의 중요성은 매우 커서 누가 서전에서 기세를 잡느냐에 따라
향후 전쟁의 향방이 결정됩니다. 때문에 그들은 무리수라고 생각할 정도로 강수
를 두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렇군요.”
“아마 이번 싸움은 어느 쪽 미끼가 더 크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겁니다.”
“그렇군요.”
만형통이 제공한 책자에는 이제까지 적무강이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 적
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국을 바라보는 시야였다. 서로 연관되지 않는 몇 가지
정황을 가지고 끼어 맞추며 전체적인 대국을 그려가는 것은 단지 머리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라, 폭넓은 시야와 함께 예리한 관찰자의 시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
이었다.
만형통은 책자를 바로 대국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쓴 것이다. 때문에 적
무강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저 일개 정보상인인 줄만 알았던 자
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니. 그것은 정말 의외의 일이었다.
그때 만형통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대협의 기세에 눌려 왜 정보를 얻으려는지 물어보지 못했군요.
혹시 제가 그 이유를 알아도 되겠습니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누군가라······. 여자분 이시겠군요. 남자가 목숨을 거는 일은 그리 흔치 않으니까요.”
“······.”
적무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형통은 분명 그럴 거라고 확신했다.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거는 남자라······. 정황을 보아하니 둘 중에 하나와······
어쩌면 양쪽 모두와 적이 될지도······.’
마치 금세라도 폭발할 것 같은 기세를 몸에 갈무리하고 있는 남자,
그가 보기에 적무강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과도 같았다.
가만히 있을 때는 무 존재 그 자체더니 기세를 품으니 심혼이 다 떨려왔다.
맹세코 만형통은 평생 이런 남자를 본적이 없었다.
‘어쩌면·······내 일생 최대의 봉을 잡은 건지도······.’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벌써 끝아쉬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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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그리고 감사ㅎㅎㅎ
감사합니다
잘보고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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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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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ㄷ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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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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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
ㅈㄷ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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