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수입업체 'D사'의 한상률 전 청장에 대한 로비 의혹이 수면 위로 불거지고 있다.
불법 주류 유통으로 주류 수입 면허가 취소된 D사가 면허를 재교부 받기 위해 한 전 청장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것이 의혹의 내용인데, 이 과정에서 현 정권 실세까지 개입됐다는 설도 제기돼 앞으로 검찰이 이를 어떻게 다룰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면허 강제 취소된 D사 전례 없는 면허 재교부
한상률 전 청장이 지난달 28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 권력형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그의 입에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양지웅 기자
D사는 국내 위스키 시장을 선도하는 주류수입업체인데, 불법주류 유통이
국세청에 적발돼 2007년 6월 26일 주류 수입 면허를 취소당한다. D사는 '
면허 취소 후 6개월 경과 시 재 신청이 가능하다'는 당시 주세법에 따라 2007년 12월 27일 면허를 재 신청했고, 2008년 2월 27일 면허를 재 취득했다.
문제는 면허가 강제 취소된 후 재 취득한 사례는 D사가 유일할 뿐만아니라, 국세청은 D사의 면허를 재교부하면서 통상적인 업무관행도 따르지도 않았다. 한 마디로 '윗선'의 지시가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소속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8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이현동 국세청장을 상대로 질의를 하면서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국세청이 이정희 의원실에 제출한 '수입면허 취소자 중 면허 재취득 현황'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면허가 취소됐다가 재교부된 업체는 모두 4곳이다. 이중 3곳은 자진폐업 했다가 면허를 재취득한 경우고, 강제취소됐다가 재취득한 경우는 D사가 유일했다.
더구나 D사는 면허 재취득을 위해 국세청에 서류를 제출한 지 5일 만에 면허를 재취득했다. D사는 최초 2007년 12월 27일 서류를 제출해 면허 재교부 신청을 했는데, 국세청에서 서류 보완을 요구함에 따라 2008년 2월 22일 서류를 보완해 최종 제출했다. 그리고 면허는 5일 뒤인 2월 27일 재교부됐다.
이정희 의원은 "면허 재교부에 통상 2주일이 소요된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인데, 불과 5일만에 면허를 재교부 받은 것은 합리적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면허 재교부는 통상 45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돼 있는 국세청 규정을 언급하면서 "(면허 재교부)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으면 재교부 신청을 기각하면 될 일인데, 규정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서류 보완을 요구해가며 면허를 재교부해 준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에대해 이현동 국세청장은 "수입면허 교부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았다.
'D사 - 한상률 - 권력실세 A' 커넥션 의혹 드러나며 권력 핵심부 갈등국세청이 면허가 강제취소된 D사에 대해 전례없이 규정을 어겨가며 면허를 재발급해 준 이유는 무엇일까?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D사 - 한상률 전 청장 - 권력실세'간 삼각 커넥션이 그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D사는 면허가 취소되자, 정치권에 발이 넓은 영남권 주류업체 C사 대표인 K씨에게 구명로비를 청탁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C사 대표 K씨는 현재 여권 중진인 K씨에게 접근해 D사의 구명을 부탁했다. 그러나 당시 K씨는 국세청에 청탁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고, 결국, C사 대표 K씨는 제3자를 통해 한상률 전 청장(당시 국세청장)에게 금품을 건네며 구명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한 전 청장은 이 로비자금의 일부를 당시 이명박 정권 인수위의 핵심 인사였던 A씨에게 일부 건네면서 자신의 연임 로비를 했다"고 전했다.
그후, 한상률 전 청장은 자신의 소망대로 연임에 성공한다. 국세청이 대표적인 권력기관이라는 점에서 전 정권에서 임명된 한 전 청장이 유임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공교롭게도 한 전 청장의 유임이 결정되고, 새 정권이 출범한 이틀 뒤인 2월 27일에 D사는 주류 수입 면허를 재교부받았다.
정권 초기는 권력에 대한 감시가 가장 소흘한 시기다. 야권은 선거 패배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언론은 새 정권과 '
허니문'을 갖는다. 또 새로 요직에 임명된 인사의 권한은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가 된다. D사의 면허 재교부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소문은 결국 퍼져 나가기 마련이었다. D사의 면허 재교부 이후, D사의 구명로비를 담당했던 인사들 간에 내분이 발생하면서 'D사 - 한 전 청장 - 권력실세 A씨'의 삼각 커넥션은 당시 인수위의 또 다른 실세였던 B씨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이명박 정권 창출의 대표적 공신으로 평가되는 A씨와 B씨는 이 일로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A씨와 B씨는 이후 몇 차례 더 갈등을 겪으며 '앙숙'이 됐다.
그러나 B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확인을 요구하는 기자의 질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