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내 변호인 "범행 저지르고 회피하는 피의자 전형"
시신 씻기고 사건 현장 청소…증거 인멸 정황 드러나
군 당국 23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 육군 원사 A씨 구속
지난 3월 8일 오전 4시 58분쯤 강원 동해시 구호동에서 육군 원사 A씨가 몰던 차량이 축대를 들이 받아 동승자 아내 B씨가 사망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사망 전 '목 눌린 흔적'이 발견돼 타살 의혹이 제기된 강원 동해 육군 부사관 아내 교통사망 사건에 대해 군 당국이 남편을 최근 구속한 가운데 피해자 측이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 사건"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빈센트 법률사무소 남언호 변호사는 26일 입장문을 통해 "가해자는 아내와 말다툼 끝에 앙심을 품고 아내의 목을 졸라 질식하게 한 뒤 살해했다"며 "교통사고로 위장하기 위해 시신을 모포로 감싸 자신의 차량 조수석에 실어 운행하던 중 고의로 옹벽을 들이받아 시신을 유기하고 손괴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그는)수사 직후 졸음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났다고 진술하다가 말을 바꿔 아내가 사실은 자살을 했고 이를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 병원으로 후송하다 교통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며 "가해자는 자신 또한 교통사고로 인해 부상을 당했다며 치료와 안정을 명분으로 수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수사를 지연시켰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19일 유족 측을 대리해 가해자인 육군 8군단(사건 당시) 소속 원사 A(47)씨를 살인과 사체손괴 혐의로 고발했고 A씨는 지난 23일 구속됐다.
당시 A씨가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드러났다. 남 변호사는 "가해자의 교통사고 주장과 다르게 (사건 당일)피해자가 모포에 둘둘말려 차량에 실리는 CCTV영상이 발견됐고, 사건 당일 피해자 시신을 씻기고 사건 현장을 청소, 증거들을 쓰레기 봉투에 넣어 인멸한 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유족 측 변호인은 A씨가 숨진 아내의 장례 과정에서 보인 행동들이 피의자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가해자는 평소 빚 문제로 피해자와 자주 부부다툼을 했고 피해자 장례식에 일가 친척 및 직장 동료들을 오지 못하게 하고 장례식 직후 군 출신 변호인을 선임해 사건에 빠르게 대응했다. 아내를 잃은 남편으로서의 모습보다 범행을 저지르고 회피, 방어하는 피의자의 전형"이라며 "마치 피해자 사망이 교통사고 때문인 것 처럼 위장하려는 시도를 하고 증거를 은폐하는 등 지능적인 강력범죄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두 자녀의 엄마로서 자녀 교육과 삶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했고 자살 예후도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 8일 오전 4시 58분쯤 강원 동해시 구호동에서 A씨가 몰던 차량이 동승한 아내 B씨를 태우고 가다 옹벽을 들이받는 사고로 B씨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B씨가 사고로 발목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로 심한 골절상을 입었지만 소량의 혈흔 밖에 발견되지 않았던 점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씨가 모포에 감싼 B씨를 차에 태운 뒤 수 차례 사고 지점 주변을 맴도는 모습을 포착했다.
범죄 연루 가능성을 살핀 경찰은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고 그 결과 '경부 압박'과 '다발성 손상'이 사인으로 지목됐다. B씨가 사망 전 목이 무언가에 눌린 흔적이 있었던 것이다.
A씨는 사고 초기 병원에서 만난 경찰관들에게 "졸음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군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수 차례 진술을 번복하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유족들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전 군 간부를 대상으로 한 전세 대출을 타 용도에 사용해 감사에 적발됐고 대출금을 반환해야 했던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현재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