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전 로또 당첨자가 한꺼번에 63명이나 되는 바람에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 방으로 몇 십억 행운을 노렸는데 몇 억이 되니 뭐 이래 그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횡재수는 홀라당 깨질수도 있지만, 이러다 1등에 뽑힐 기회를 놓칠라 다시 복권을 삽니다.
여섯 숫자 중 셋 들어맞는 최소 요건도 몇 번 맛보지 못해 놓고 무슨...
당첨 번호 수효와는 딴판으로, 많을수록 좋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A사 분기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A사에서 처음이라는 뜻인데, 말이 쓸데없이 많지 않나요?
‘창사(創社) 이래’는 없어도 문맥에 들어 있어 ‘줄어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해도 되잖아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하면 얼마나 깔끔합니까?
흔히 쓰는 ‘사상 초유의 일’이 딱 이런 꼴입니다.
‘사상 처음’도 괜찮지만 그냥 ‘처음’이라 해서 전혀 이상하지 않거든요.
이런 어수선한 문장에는 대개 몇 가지 표현이 붙어 다닙니다.
‘분양 중에 있는 아파트’는 ‘분양 중인 아파트’나 ‘분양하는 아파트’ 하면 됩니다.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군’도 ‘고교 3학년 김모군’ 이상으로 뭐가 필요합니까?
‘현재 모집하고 있는 중’처럼 덕지덕지 붙은 군더더기는 제발 좀 떼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도 ‘하고 있는’도 싹 걷어내고 ‘모집 중’으로 써야 합니다.
‘대량생산 체제로 가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와 ‘~ 가겠다는 의미다’는 어느 쪽이 나을까요?
‘학업을 그만두는 학생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도 ‘~ 많다는 뜻이다’가 훨씬 바람직합니다.
‘참고인들을 상대로 심문을 벌였다’ ‘철새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은
‘참고인들을 심문했다’ ‘철새를 조사해 보니’와 비교해 보자구요.
조금만 신경 쓰면 대중매체가 쏟아내는 글 속에 군살이 잔뜩 붙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로또 1등이나 연급복권에 덜컥 걸리면 어쩌나?
쓸데가 한두 군데라야지요.^*^
고액 복권 당첨자가 다들 행복하지만은 않다던데......
다 부질없는 궁리, 걱정 탓인지 흰머리만 늘어갑니다.
무엇이든 많다고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만 확인하는 하룻길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