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물만골/ 강정이
진달래여자가 오줌 눈다
눈 동그래지는 헤드라이트
살찐 비둘기 보듯 무심한
진달래가 오줌 눈다
길가 나무들 낄낄 웃으며 쳐다봐도
개 짖는 소리쯤으로 흘려보내고
도로변 배수로 덮개 위에 쪼그리고 앉아
오래도록 오줌을 눈다
해우소에 앉아 있는 듯
사거리를 둘러보는 진달래여자
지나치는 덤프트럭 레미콘 포클레인
별 재미없다는 듯 오줌을 눈다
여자는 매운 겨울 털어내듯
오줌으로 온 도시를 데워주고 싶은 듯
오줌을 눈다
선정삼매에 든 엉덩이가 보름달로 부푼다
나도 진달래 곁에 앉아 꽉 찬 방광을 비운다
진달래 하나 둘 셋… 나란히 앉아
세상을 본다
물만골 계곡이 넘쳐흐른다
풀들이 일제히 지휘봉을 잡고
물만골 교향곡을 연주한다
----강정이 시집, {어제와 오늘 사이 신호등이 있나요}에서
물만골은 부산광역시 연제구 연산동에서 횡령산과 금련산으로 올라가는 깊은 계곡으로 고도는 100m에서 200m에 달한다고 한다. 본래 민가가 거의 없었으나 1970년대 후반부터 사람들이 조금씩 들어와 가건물을 짓고 살면서 부산의 오지마을인 물만골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물만골은 수량이 풍부한 골짜기로 물이 많이 흘러내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계곡의 아래에는 부산시청과 연제구청, 그리고 부산경찰청 등의 관공서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
강정이 시인의 [웰컴투 물만골]은 이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을 다 씻어버린‘진달래여자’가 지휘봉을 잡고 연주하는 교향곡이라고 할 수가 있다.“물만골 계곡이 넘쳐흐른다/ 풀들이 일제히 지휘봉을 잡고/ 물만골 교향곡을 연주한다”라는 시구는 진달래여자의 능청스러운 연기이자 반어라고 할 수가 있다. 때는 진달래가 활짝 핀 봄이고, 무대는 물만골 도로변 배수로이고, 연주곡은‘웰컴투 물만골’이다.“진달래여자가 오줌”을 누고,“길가 나무들 낄낄 웃으며 쳐다봐도/ 개 짖는 소리쯤으로 흘려보내고/ 도로변 배수로 덮개 위에 쪼그리고 앉아/ 오래도록 오줌을 눈다.”진달래여자는 부끄러움이 없고 조금쯤은 뻔뻔스럽기도 한데, 왜냐하면 살찐 비둘기가 쳐다봐도,“지나치는 덤프트럭 레미콘 포클레인”이 쳐다봐도,“별 재미없다는 듯”“매운 겨울을 털어내듯/ 오줌으로 온 도시를 데워주고 싶은 듯/ 오줌을 ”누고 있기 때문이다.
진달래여자의 오줌은 오수가 아닌 봄비이며, 이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을 다 씻어주는 생명수라고 할 수가 있다. 물만골은 해우소가 되고, 사거리는 중생을 구제하는 성소가 되고, 오줌을 누는 행위는 중생을 구제하는 종교 행위가 된다.“나도 진달래 곁에 앉아 꽉 찬 방광을 비운다/ 진달래 하나 둘 셋… 나란히 앉아”“선정삼매에”들고, 그 결과, 진달래여자들의 엉덩이가 보름달처럼 부풀어 오른다.
‘웰컴투 물만골’은‘물만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또는‘물만골로 이주를 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뜻일 것이며, 이 환영인사는 물만골의 봄의 풍광과 그 정취에 반한 진달래여자들의 자문자답에 지나지 않는다. 잎보다 먼저 피는 진달래는 봄의 전령사이면서도 만인들의 연인처럼 부끄러움이 없고, 도로변 배수로 덮개 위에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면서도 오히려, 거꾸로 이 세상의 중생을 구제하는 여사제의 탈을 쓴다. 오늘도, 내일도, 선정삼매에 든 진달래여자의 보름달 엉덩이에서 봄비가 쏟아지고, 모든 인류의 젖줄인 물만골 계곡이 넘쳐난다. 물만골 계곡이 넘쳐흐르고, 진달래여자가 지휘봉을 잡고 물만골 교향곡을 연주한다.
물만골은 기쁨의 땅이자 축복의 땅이고, 물만골은 영원한 행복이 약속되어 있는 지상낙원이다.
오오, 강정이 시인의 [웰컴투 물만골]이여!
오오, 강정이 시인의 [웰컴투 물만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