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촉촉한 봄날
서울에서 영일이라는 친구가 예고없이 찾아왔다.
어려웠던 시절 상경하여 오랜 고생끝에 드디어 자리잡고..
지금은 큰집에 살면서 좋은 자동차 타고 다니니 일견 폼나는 인생..ㅎ
나는 " 有朋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 " 어쩌구 저쩌구 늘어놓으면서 큰소리로 반겼다.
60년대..
당시 시골에서 국민학교 겨우 마치고
상급학교 진학 못한 많은 사내,여자 아이들 서울로 서울로 상경했는데..
워낙 어려울 때라 일자리래야 사내아이들은 철공소 잔심부름이라든가 중국음식점 보조..
여자아이들은 방직공장 여공 내지는 버스 차장,,식모살이까지 먹고 살기 위해 온갖 눈물나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는 거다.
그런 피눈물나는 어려운 생할을 감내해야했던 나의 시골 소시적 친구들..
하지만 지금은 대체로 의젓한 사장님,사모님,초로의 신사숙녀 여러분이 되어 이처럼 반가운 만남도 가끔 만들어지는데..
오늘 찾아온 영일이도 위와 같은 경우다..
그시절..찢어지게 가난했던 영일이네..거처할 집한칸 변변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영일이 아버지 정력만큼은 절륜해서인지 오남 삼녀의 자식을 뒀고..
자녀 이름도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는 숫자"영"에 아들들은 "일삼오칠구"..
그러니까 영일,영삼,영오,영칠,영구 로 작명하고 자식대에 발복을 기원한 모양..ㅎㅎ
결국,,그숫자 "일삼오칠구"의 효력때문인지 지금은 오형제가 다 잘살고 있다는 거다.
아..거기 점잖으신분 ..뭐 하실 말씀이라도..?
예?..그럼 딸들은 우찌 이름 지었는지 고게 궁금타구요?
ㅎㅎㅎ..별게 다 궁금하시네요..왜 많지 않습니까~~~
영자,영애,영숙이 등등~~
*
벚꽃 진달래꽃 목련꽃의 화사함이 극에 달해 그런지
지금 시간 새벽 4시인데도 잠 못 이루고 있는 시골 촌부입니다,
낮동안 봄빛에 마음이 들떠서 그런지
흘러간 노래..흘러간 여인들..어느 회원의 게시판 글에 나오는 첫미팅,첫만남 등등
심란한 마음에.... 베란다 창 너머 고운 새소리까지 들리는데..하하 이거야 원...
이조년의 이화에 월백하고 ..라는 시가 정말 딱 들어맞는 상황이군요..
새벽 서너시에 새소리라니...
처음 경험하는 상황입니다.
첫댓글 이화에 월백하고 은하수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못들어하노라
[출처] 이화에 월백하고. 이조년 시
시골출생이 아니라 시골고향 친구가 없지만 그런 성공한 친구가 있다면 저도 무지 반가웠을거에요.
어제는 꽃비가 내리더군요.
화사한 봄날이지만
꽃비를 만나는 마음이
분명 50년전과는 다른 느낌이군요.
찬란함 속에 내재되어 있는 싸~한 감정..그리고 그리운 마음도
우리네 삶에 꽃비되어 녹아내리길 바래봅니다.......
그런 분들의 고생과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잘 살고 있는거죠.
늘 감사한 마음 가득합니다.
토닥토닥
등 두드려 드리고 싶어요.
그땐 너무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녀였지만
이젠 알아요.
서울에서
큰 어려움 없이
학교 다니고 지낸 저로써는
그분들의 힘들었던 삶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부끄럽긴요...
매일 정진에 정진을 거듭하며
일신우일신 하루하루를 열심히 성실하게 살고 계신
페이지님..페이지님이 그런 분으로 우리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때 그 시절 아련한 추억에
잠시 멈춰봅니다
그리고
성모동산에도
새벽에 새소리가 들리는데
휘파람새 같아요
아주 고운 소리인데
무슨 사연이 있겠지요
고운 소리에 무슨 사연이 있을 거라는 홑샘님의 말씀..
마치 봄의 소리 ..피아노 곡 소녀의 기도 선율로 들립니다.
오늘따라
평온하고 따뜻함 말씀에
거듭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우리집의 지독한 가난이야 우리 엄마 아버지의 능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 치고
가난한 집에서 건강하게나 태어났으면 막일(노가다)이라도 해서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을 터인데
선천적인 지병(허혈성심장질환과 갓난 아기 때 백일해를 앓아 기관지천식과 기관지확장증)을 갖고 태어나
힘겹게 인생살이 헤쳐오면서
나 같은 인생 살려면 차라리 태어나지나 말지, 요즘 흔히들 하는 말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스스로를 학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그리고 장가 가서 아길 나면 이 허약함이나 지병이 유전될까 두려워
때려죽여도 장가는 안 가겠다고 작심했던 총각놈이었는데
신은 나를 구제하려 했는지 그것도 솜맛 좋고 마음 착한 한 여인을 보내주었으니
그녀가 지끔의 내 여편내입니다.
어쩌다 어른이라더니 어쩌다 아들 하나가 생겼는데
나보다는 건강해야 된다고
우리 밀양 박씨 족보의 항렬에 따라 상자 돌림에다 건강할 건(健 굳셀 건, 건강할 건)자를 써서
'박상건'이라 지었는데
저보다는 건강하게 잘 자라서 지금은 서울에서 직장생활 잘 하고 있는 39세의 노총각이랍니다.
다 마음먹기 달렸다는 일체유심조가 박민순님 댓글을 읽으며 생각납니다.
제가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누구나 육체적 정신적,환경적으로 말 못할 고민 있겠습니다.
골골하던 분이 더 오래 행복하게 사는 경우도 많던데...박민순님이 그 본보기가 되어 주시길 앙망하나이다~~^^
아들 오형제를 1.3.5.7.9 로 이름지으셨군요
저는 1.3.5 짓고 장땡 이러시는줄 알았습니다
봄밤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못 이뤄하노라
저는 아무리 아름다운 봄밤이라도 잠을 못자면
일요일 여행을 못가기에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고
일요일 밤에는 잠을 설쳐 월요일 꾸벅꾸벅 졸기도 합니다
안그래도 밤을 꼬박 새워그런지
낮잠을 많이 잤는데도
오늘 컨디션이 별로군요...
나이들어 가며
가끔 오만가지 잡념이 주변을 맴도는데
대체로 이익보다는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산님이나 저나 오늘은 잘 잘수 있기를..그래서 내일 조는일 없기를 바래봅니다.
그집 자녀들은 이백년 이억년 이조년 그랬다는데
일삼오칠구도 재미있네요.
정서는 함양하되 너무 센치해지지는 말아야겠지요.
남들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일삼오칠구 가벼운 이야기에
이조년 이억년으로 화룡점정을 만들어 주셨습니다..ㅎ
말씀처럼 너무 센치해지지 않으려 노력도 해 보겠습니다.
이름이 ㅎ.그 이름이 복이 있나봅니다 동네 아들 많은 집 이름들이 인흠 이흠 상흠 국흠 엄청 어려워서 다 자라 어른 되어 제대로 알았을 정도였지요 ㅎ 가을님 오늘도 삶의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예..그 흠자가 이 欽자 아닙니까?
한자로도 어려운 흠이지만..한글로도 어려운 흠인데..
아무튼 의외로 그 흠자를 이름에서 종종 만나게 됩니다..ㅎㅎㅎ
운선님 덕에 오늘 처음으로 한번 웃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