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배가 부르면 안락함을 찾게 된다
그래서 음악을 비롯한 문학, 그림 등 예술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 스피커 하나가 소개 됐다.
값이 자그마치 9990만원이다.
내가 혹시 잘못 봤나 싶어 9자를 세어보기도 했다.
99만원 같으면 하나 사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LPG선을 타고 주로 페르샨 걸프지역과 일본 가와사키를 왕래하던 때였다.
쿠웨이트나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LPG를 실으면 바다 가운데 있는 부두에서
하역작업을 하므로 밖으로 상륙할 기회가 거의 없다.
또 일본에 와서도 양하시간이 얼마되지 않아 외출시간은 기껏해야 저녁 때
한나절 뿐이다. 그 시간에 시내에 나가서 필요한 물건도 사고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도 전화를 걸고
시간이 남으면 술집에 가서 맥주 한잔 하거나 빠찡고 집에 가서 빠찡고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승선기간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항해하는데 보내야 하므로 나는 주로 일본에서 나오는 잡지를 사서 보았다.
잡지가 나오는 시기가 대략 20일정도 되기 때문에 배가 늦게 입항하면 그 달치 잡지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미리 책방에 부탁을 해 놓고 가면 서점주인이 묶어서 보관해 주었다.
내가 주로 구독했던 잡지가 "온가꾸노 도모(음악의 벗)" "레코드 게이유쯔(레코드 예술)","아사히 카메라(조일 카메라),
그리고 "니폰 카메라(일본 카메라)"였다. 온가꾸노 도모는 우리나라의 '음악동아'와 성격이 비슷하다.
"레코드 게이유쯔"는 주로 레코드 판과 음향기기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음악에 관련된 책을 사서 보기도 하고 음악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음악사전(일본어)도 샀다.
음악에 점차 심취하면서 LP 판도 모으기 시작했고 음향기기도 사게 됐다.
LP판은 주로 클라식의 그라마폰이나 이엠아이(EMI)가 주류를 이루었다. 대개 잡지에서 전문가가 명판이라고 추천하는 판을
샀다. 당시 해외 LP은 정식으로 수입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해외에 나갈 때 마다 사 모은게 300여장이나 됐다.
앰프는 마쯔시다, 턴테이블은 뱅올루프슨, 스피커는 호주 멜브른에서 산 스펜돌이다.
배타기를 그만두고 학교로 적을 옮긴 이후로는 연구와 강의준비에 바빠서 음악을 들을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흘러 보낸 시간이 30여년이나 된다.
금년초에 이사를 하고 나서도 아직 스피커와 앰프 턴테이블를 따로 떼어놓은 채로 쳐박아 두고 있다.
언제쯤 마음의 여유를 찾을지 모르겠다.
사진은 덴마크 뱅앤올루프슨이 새로 내놓은 최고명품이라는 스피커이다.

첫댓글 오늘 신문 사진이내. 비싸모 뭐하나 니나 내나 아파트에서 듣는게 한계가 있는디. 이십대에 사다 모은 LP 원판 베란다 창고에 처박혀 잠자는데. 듣고 싶으면 CD로 헤드폰으로 들어야 하는데.아니 유튜브에서 노트북으로 충분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