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 보이기 위해 머리카락에 영양제를 꼭 바르고, 좋아하는 캐릭터 머리핀은 기필코 사고야 마는 이정이에겐 완전히 다른 언니가 있다. 한 살 많은 언니는 하고 다니는 것도 남자 같고, 뭐에 쓸지 모르는 돈 모을 줄만 안다. 그런데 엄마는 예쁘지도 않은 언니만 예뻐하고 맨날 비교해서 이정이는 속상하다. 아무래도 언니는 엄마에게 예쁨 받을 방법만 연구하는 것 같다.
장래 희망인 유명한 캐릭터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좋아하는 캐릭터 문구류가 나오면 잽싸게 사는 이정이. 그 때문에 용돈이 항상 부족해서 친구들과 햄버거도 못 먹고, 생일파티도 가지 못해 너무 서럽기만 하다. 언니한테 돈을 빌리고 싶지만 구박만 잔뜩 들어서 짜증이 나는데, 언니는 이정이가 제일 아끼는 별콩 캐릭터 원피스를 빌려 가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왔다! 항상 바지만 입고 악착같이 돈만 모으면서 왜 남의 소중한 원피스를 입고는 망쳐 놓는 거야! 이정이는 얄미운 언니 볼을 한 번만 꼬집어 볼 수 있다면 하늘로 훨훨 날아갈 것 같다. 그런데 엄마는 이정이의 마음은 몰라주고 여전히 언니만 좋아한다. 우리 집에 내 편은 아무도 없어!
《엄마는 언니만 좋아해》는 어릴 때부터 모든 걸 함께 하고 때로는 경쟁하듯이 지내야 하는 형제자매 사이에 필요한 소통을 다룬 생활 동화책이다. 엄마는 모두에게 같은 사랑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언니와 형은 그들대로, 동생은 동생 나름대로 자신이 사랑을 덜 받고 있다고 느낀다. 형제자매는 엄마와 아빠의 사랑뿐만 아니라 공간, 옷, 먹을 것 등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가 무척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다. 어릴 때 형제자매의 관계가 제대로 안정되지 않으면, 커서 우애뿐만 아니라 대인관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서로를 어떤 존재로 바라봐야 하는지와 소통하는 방법을 재미있는 생활 속 이야기로 다루고 있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다르지만 또 닮은 자매의 까칠+따뜻한 이야기이다.
이모 말대로 언니와 나는 많이 다르다. 일단 외모부터 완전 반대다.
나는 머리가 길고 언니는 짧다. 나는 머리를 위해 영양제를 바르고, 비싼 머리핀도 마음에 들면 덥석 사고 본다. 언니는 머리 영양제 같은 건 단 한번도 발라 본 적이 없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머리핀? 그런 거 꽂을 만큼 머리를 길러 본 적도 없다.
옷 입는 것도 반대다. 언니는 유치원을 졸업한 이후 5학년인 지금까지 단 한번도 치마를 입지 않았다. 유치원 때는 원복이 치마라서 할 수 없이 입었는데 아침마다 바지를 입겠다고 울었다. 언니는 바지도 꼭 입던 것만 입는다. 그게 편하다고 했다. 운동화도 신어 봐서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 딱 하나만 떨어질 때까지 신는다. 너풀너풀한 운동화를 질질 끌고 다니는 걸 길에서 보면 정말 우리 언니라고 말하기 싫을 때가 많다.
--- p.14
언니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엄마가 야단을 치는지 언니는 가만히 전화기를 들고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걸 지금 말하면 어쩌냐, 애가 그렇게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할 거야 등등, 숨도 안쉬고 말하는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울상이 되어 입술을 잘근잘근...이모 말대로 언니와 나는 많이 다르다. 일단 외모부터 완전 반대다.
나는 머리가 길고 언니는 짧다. 나는 머리를 위해 영양제를 바르고, 비싼 머리핀도 마음에 들면 덥석 사고 본다. 언니는 머리 영양제 같은 건 단 한번도 발라 본 적이 없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머리핀? 그런 거 꽂을 만큼 머리를 길러 본 적도 없다.
옷 입는 것도 반대다. 언니는 유치원을 졸업한 이후 5학년인 지금까지 단 한번도 치마를 입지 않았다. 유치원 때는 원복이 치마라서 할 수 없이 입었는데 아침마다 바지를 입겠다고 울었다. 언니는 바지도 꼭 입던 것만 입는다. 그게 편하다고 했다. 운동화도 신어 봐서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 딱 하나만 떨어질 때까지 신는다. 너풀너풀한 운동화를 질질 끌고 다니는 걸 길에서 보면 정말 우리 언니라고 말하기 싫을 때가 많다.
--- p.14
언니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엄마가 야단을 치는지 언니는 가만히 전화기를 들고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걸 지금 말하면 어쩌냐, 애가 그렇게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할 거야 등등, 숨도 안쉬고 말하는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울상이 되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언니를 보자 아주 고소했다. 언니도 엄마한테 야단맞을 때가 다 있군!
(중략)
“응, 엄마.”
엄마가 내가 아닌 언니 때문에 화가 났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훨훨 날아오를 것 같았다. 목소리도 저절로 높게 올라갔다.
--- p.33
“매일 바지만 입고 다니고 운동화만 신고 다니면서 이런 거는 왜 입는다고 난리야? 아까 화장실에서 손 씻고 원피스에 닦았다면서? 강당에서 원피스를 입고 바닥에 앉아 있는 것도 다 봤다고. 남의 것을 빌려 갔으면 깨끗하게 입었어야 할 거 아니야?”
나는 발로 함지박을 차며 악을 썼다. 언니는 괜히 머리카락만 만지작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돈도 많으면서 분홍색 옷 하나 사지 그랬어? 돈은 어디다 쓰려고 숨겨 두고 내 원피스를 이렇게 만드느냐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언니를 보자 더 화가 났다. 물론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도 화가 나겠지만 말이다.
--- p.44
“너 뭐해?”
그 때 하필이면 언니가 들어왔다. 나는 너무 놀라 방바닥에 봉투를 떨어뜨렸다. 그 바람에 봉투에서 돈이 쏟아져 흩어졌다.
“뭐하는 거냐고?”
언니가 얼굴을 찌푸렸다.
“후, 훔치려고 그런 거 아니야. 저, 정말이야. 그냥 보기만 한 거라고.”
나도 모르게 마구 말을 더듬었다. 언니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분명 나를 의심하는 눈초리였다. 언니 돈을 훔쳐 가려는 도둑으로 말이다.
“아니라니까 왜 그래?”
--- p.74
“뭐?”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나는 믿을 수 없어 두 손으로 귀를 박박 문질렀다.
“선물 사서 가라고. 나미 생일파티 간다면서?”
언니가 말했다. 나는 언니가 내민 돈을 가만히 바라봤다.
(중략)
“이정아.”
운동화를 신는데 언니가 불렀다.
“나, 아까 감동 받았다. 아파도 볼 거는 다 봤거든. 구급차 안에서 내 손을 잡고 죽지마라고 했잖아. 막 울면서.”
“누가 울었다고 그래?”
참 쑥스럽게 그런 말은 왜 하고 난리람. 나는 뜨거워지는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숙이고 얼른 현관문을 열었다. 밖으로 나오는데 자꾸 웃음이 나왔다. --- p.92
첫댓글 한꺼번에 두권이나!! '엄마는 언니만 좋아해' & '새우눈 가족'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널리 강추하도록 할께요
부지런한 박현숙선생, 축하드립니다.
쌍둥이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