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잉~~
넘넘 부럽당..
난 왜 저런 남자두 없냥..
ㅠ.ㅜ
슬퍼..
우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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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좋아했었습니다. 언젠가 그 아이가 여자로 보이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조현우는 서울대 지리학과 00학번 조기정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저는 그녀를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보았습니다. 그 때는 그저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자이고, 그 아이는 여자이기에 쑥스러웠습니다. 한 반에서 초등학교 1학년을 같이 보냈지만, 저는 그 아이에게 말 한 마디조차 건네 보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저와 그 아이는 다시 한 반이 되어 반장 선거에 같이 나가게 되었습니다. 여러 명이 반장 선거에서 기권을 했습니다. 그 아이도 기권을 했습니다. 저는 반장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권을 하지 않았습니다. 선거를 통해 저는 반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인 부반장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와 같이 반장, 부반장을 하고 싶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도 1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그 아이와는 말없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전 미술 시간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주었습니다. 그 아이에게도 카드를 만들어서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쑥스러웠는지 결국은 주지 못했습니다. 그 날 저는 반장이어서 그런지 많은 친구들에게 카드를 받았습니다.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친구들이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제 기분은 선물이 잔뜩 들어있는 큰 자루를 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안에 선물이 없는 큰 자루만을 매고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많은 카드 중 그 아이의 카드는 빠져 있었거든요...
하지만 6학년 때 그 아이가 저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저는 그 말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니가 먼저 아이들 책 읽히고 나서 내가 나와서 설명할게" 그 날은 담임 선생님께서 출장을 가셨습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은 그 아이에게 사회 시간에 앞에서 설명하도록 미리 시켰던 것입니다. 저는 그 아이의 말대로 앞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나서 자리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아인 앞으로 나가서 설명을 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대첩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가 설명하는 모습을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이 말이 그 아이가 저에게 한 말입니다. 너무도 공적인 말이어서 조금 서글펐습니다. 하지만 제가 반장이 아니었다면 그 아이와는 정말로 말 한 마디도 못해봤을 것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저는 토현 중학교를 다녔고, 그 아인 충렬 여자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이젠 그 아이와 저는 다른 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괜찮았습니다. 아침 등교길에서 그 아이와 저는 종종 마주쳤으니까요. 서로 같은 길을 반대 방향에서 마주 보며 등교길을 지나갔습니다. 저 멀리서부터 저는 그 아이를 보며 걸어갔습니다. 그 아인 교복을 단정히 입고, 머리를 짧게 깍은 채 친구와 둘이서 걸어옵니다. 그 아이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저의 눈은 더욱더 정면을 향해 박히게 되었습니다. 가끔씩은 그 아이의 모습을 흘낏 쳐다도 보았습니다. 너무 예뻤습니다. 사춘기 때인 저에게 그 아인 점점 이성으로 보여지고, 그리고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말은 건넬 수가 없었습니다.
중학교 초기에는 등굣길에서 그녀를 자주 보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그녀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선 그녀의 소식은 모른 채 고등학교를 다녔고, 수능을 치고 졸업을 했습니다. 저는 한의대를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했나 봅니다. 한의대에 떨어지고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그 무렵 저는 그녀가 수시로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붙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녀에게 축하의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 말 또한 하지 못했습니다. 서울대로 진학한 그녀와 한의대에 떨어진 저와의 괴리감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제가 조금 한심하다고도 느꼈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부족하거나 남 앞에 부끄러워진다면 그녀에겐 너무 미안하니까요... 물론 대학이 전부도 아니고 나름대로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대학 입시가 합격과 불합격으로 극명하게 이분화되는 현실 앞에서는 불합격이 저에게는 패배로 인식되었습니다.
2월 달부터 재수학원을 다녔습니다. 모든 정신을 공부에만 집중시켰습니다. 오로지 대학만을 생각하며 공부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중학교 시절 그녀와 같이 등교를 하던 여자를 보았습니다. 그녀의 친구를 보자 불현듯 그녀가 다시 떠오르고,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학원을 오고가는 버스 안에서 그녀의 친구를 종종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친구도 저와 같은 학원을 다녔던 것입니다. 그녀의 친구를 보면 볼수록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그녀는 이미 서울로 떠나고 부산에는 없는데...... 그녀가 부산에 있었다고 해도 말 한 마디 해보지 못할텐데......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공부에 집중도 되지 않고, 생활이 무기력해졌습니다. 여러 날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다시 학원으로 가곤 했습니다. 대학 입시라는 현실 앞에서 더 이상 그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친구와 마주치지 않게 아침에 버스타는 시간도 바꿔보고, 머리를 삭발해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잊을 순 있었어도, 나중엔 그녀에 대한 그리움만 더해 갔습니다. 그 해 대학 입시에서 저는 다시 한의대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하고, 한양대 기계공학부에 합격을 했습니다.
그녀가 있는 서울에 오게 되었지만, 저의 머리에는 온통 한의대 진학을 위한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동문회에도 나가지 않고, 동아리도 들지 않은 채, 공강 시간 틈틈이 수능 공부를 했습니다. 밤에 자다가도 일어나 학교 도서관으로 가서 수능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다가 1학기를 마치고 바로 휴학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의대에 다시 한 번 도전하기 위해 재수 학원을 다녔습니다. 삼수라 그런지 독기를 품고, 수능 공부에만 전념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녀에 대한 생각은 떠오르기 않았습니다.
세 번째 수능을 치고 마침내 경산대 한의예학과에 합격을 했습니다. 합격을 아는 순간 정말 3년 동안의 고생은 물에 씻기듯 잊어지고, 추억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한양대를 다닐 때와는 달리 경산대를 다닐 때는 학교 생활에만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새터에도 갔다오고, 동문회에도 여러 번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엔 동아리 모임에도 갔다왔습니다. 그런 모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원래는 제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좀 불편해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모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 만나는 것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는 항상 잊었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다시 떠오르고, 정말 한 번 만이라도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며칠 전 서울대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인명 검색을 통해 그녀가 서울대 지리학과 00학번이라는 것까지는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연락처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그녀를 만나면 말도 건넬 수 있을 것 같은데......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싶습니다. 서울대 지리학과 00학번 조기정과 함께......
이 글을 통해 서울대 지리학과 00학번 조기정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