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 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쉽습니다.
"아름답게/아름답게 걸어"
"늙어 가는 길"에서 질병과 노쇠 때문에 돌봄이 필요해지는 기간을 단축하려면 젊을 때부터 4M 도메인의 상태를 건강하게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이 4M, 즉 내재역량의 균형이 필요하다.
정희원 교수는 "이동성(Mobility), 마음 건강(Mentation),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을 선택하여 "4M 건강법"이라 말한다.
이동성, 마음 건강, 건강과 질병 도메인 중 한 가지라도 극단적으로 훼손되면, 그 결과는 전신이 마비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사람이 사회와 상호작용을 하고 고차원적인 욕구가 충족된 생활을 유지하려면 이 세 가지 도메인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갈수록 변화하는 가치와 그에 따라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는 사회에 적응하려면 소득원과 역량의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 몰입할 수 있는 일의 기량을 꾸준히 배양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 그것이 주수입원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래서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직업도 된다면 업무 자체에서 보상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선순환이 발생해 자연스럽게 뛰어난 자질을 갖추게 된다. 반면에 일과 잘하는 것, 즐거운 것을 합치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점차 고통과 스트레스로 채워진다. 이 스트레스는 마음 건강, 건강과 질병 도메인의 내재역량을 갉아 먹는다.
그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지속 가능한 노년 생활의 포트폴리오이다. 자연스러운 식사와 충분한 수면,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정신력과 체력, 마음 챙김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머릿속의 보상체계와 몰입 력을 갖춘 상태라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듦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시간이 정해진 스포츠와는 달라서 인생의 후반전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전반전보다 더 깊어질 수 있다. 전반전에서 열심히 뛰었다고 해서, 후반전은 가만히 벤치에 앉아 경기가 끝나기 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나이를 이기는 심리학>>을 쓴 한소원 교수는 "나이 드는 일이 '안정'추구가 아니라, '변화'를 위한 추구여야 한다"고 했다.
인간은 그 어떤 작은 단위의 시간에서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존재이다. 목표를 향해 오직 끝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는 길 자체를 즐거워하고, 때로는 옆길을 기웃거리며 살아가는 거다. 누군가에게 "어떤 인생을 원하는 가"라고 질문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행복', '사랑', '의미' 이런 단어들이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미 없는 성공이나 곧 사라질 욕심에, 남들이 한다니까 나도 해야 하나보다, 허무함과 무의미함에 넘어가지 말고,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는 거다. 그 길중의 하나가 끊임없이 '변화'를 찾는 거다. 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더 현재를 집중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더 좋은 현재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