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가 황제로서 있으면서 이것저것 많이 건드렸으나 건드리지 못한 부분이 있긴 했으며 그것으로 언급되는 것이 도량형입니다. 현재 기준으로 국제단위계, 통상적으로 '미터법' 이라고 부르는 것이 보편적이고 이것이 은영전 시점까지도 살아남았는데 하지만 이마저도 루돌프의 본의는 아니며 그는 원래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기준으로 하여 '카이저파덴'과 '카이저챈트너' 라는 새로운 도량형을 창설하고 싶었으나 재무경이었던 클레페가 그렇게 할 시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고 만류하여 포기하였다고 합니다.(근데 또 이 비용보고가 뻥튀기라서 자기 신성화에 미친 루돌프에게 은근슬쩍 반항했단 말도...)
언뜻보면 우스꽝스러운 일화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미터법도 없던 과거에는 아얘 없을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먼 과거에는 미터법처럼 통일된 기준이 없다보니 각 지역은 자기만의 고유한 단위가 존재했는데 이 단위들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기준으로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미터법과 함께 대표적인(?) 단위계인 야드파운드법인데 야드파운드법의 길이단위는 인치, 피트, 야드입니다. 셋 다 신체를 기준으로 했다는 점이 특징으로 이중 야드는 사람이 양팔을 뻗었을 때 코 끝에서 한쪽 팔 끝까지의 길이 정도인데 이 때 기준점이 된 사람이 영국왕 헨리 1세(정복왕 윌리엄 1세의 아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루돌프의 시도는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극히 반동적인 행위인데 애초에 미터법의 제정 취지는 변치않는 도량형을 만들기 위함으로 도량형은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변치 않을 수 없는 것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이름만 같고 제각기 들쭉날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에서 대표적인 길이 단위인 자(척)만 해도 후한 23cm 서진 24cm 동진 25cm 당 24.5cm 고구려 35.6cm 등 시대에 따라 국가에 따라 들쭉날쭉했고 같은 시대와 나라에서도 황종척: 34.6cm 주척: 20.8cm 영조척: 30.8cm 조례기척: 28cm 포백척: 49.2cm(모두 조선 세종시기) 등 엉망진창이었고 조선 말 삼정의 문란에서도 도량형을 속여 장난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런식으로 도량형이 변하고 통일되지 않아 벌어질 수 있는 일을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미터법으로 미터법은 지구 본초 자오선/4천만(과거)/빛이 진공 속에서 1/299,792,458초동안 전진한 거리(현재)라 앞선 단위에 비해서 비교적 객관적인 기준이 잡힌 단위입니다.
그러나 루돌프는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기준으로 잡으려고 한 것인데 키와 몸무게라는 것은 언제든지 변동될 수 있는 것이고 적어도 루돌프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루돌프의 키와 몸무게가 변하는 동안에는 그에 맞춰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저런 단위를 만들어봤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는 있을지 의문이고 어떻게 정착한다고 해도 도량형의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