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강원도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올해 퇴직한
고등학교 국어선생님과
교재를 해 보라며 소개를 해 주었다.
소개받은
전직 선생님과 나는
먼저 카톡으로 서로를 파악하였다.
주로
여성분이 질문을 하면서
나는 소극적이고 엉터리 답변으로 응하였다.
키 몇 cm냐고 물으면?
167cm라고 답하고
누굴 닮았냐고 물으면?
코미디언 땅딸이 이기동 닮았다 답하고
경제적 상황을 물으면
가진 게 없어 공사장에서 노동을 한다고 답하였다
나의
카톡 프로필에 사진이 없다며
현재 모습의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하기에 응하지 않았다..
느지막한 나이에
남자와 여자가 사귐에 있어서
상대방이 외모를 중요시하는 것 같아
사귀어 볼까? 말까?를 고민하던 중에
지난 금요일 그녀한테서 전화가 왔다.
토요일
그녀가 살고 있는 영월에서
점심식사를 하자는 통보를 받고서
마음이 내키질 않아
no thank you 하면서
그녀의 통보를 거절하였다.
토요일
사전투표를 끝내고 점심을 먹기 위해
혼자서 삼패사거리 근처 국수집에 갔었다.
멸치국수 한그릇 먹고서
한강변이 바라다 보이는
후문 계단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데
꼬마 녀석이
혼자서 울며 지나간다.
주차장에 있는 몇몇 사람들이
꼬마에게 무어라고 말을 건네어도
꼬마 녀석은 대답하지 않고
울면서 야구장 쪽으로 계속 걸어가고 있다.
시골할배의 짧은 생각으로
야구장 쪽에 부모가 있나? 생각하면서
꼬마 녀석의 동선을 쭈욱 관찰하였더니
야구장에서
더 이상 가는 길이 없는 것을 알고서는
야구장 그물망 앞에서 울면서 서성이고 있다.
300여 m를 걸어서
꼬마 녀석에게 다가가니
우락부락하게 생긴
나의 모습을 보고 경계의 눈치를 보낸다.
"꼬마야! 울지 마!" 하면서
물티슈로 꼬마 녀석의 얼굴을 닦아 주면서
"할배가 엄마 찾아줄게" 하였더니
꼬마 녀석이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면서
할배의 묻는 질문에 또박또박 답변을 잘한다.
아빠 차 타고 왔니? 물으니
고개를 흔들면서 엄마 차 타고 왔다고 한다.
엄마 차 색깔이 뭐냐고? 물으니
흰색이라고 답하면서 벤츠라고 한다.
아빠, 엄마, 형아, 누나랑 왔으며
엄마가 집에서 김밥을 만들어서 왔다고 한다.
꼬마의 말을 대충 듣고서
주차장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꼬마 녀석의 손을 잡고 주차장 쪽으로 향하였다.
국수집 근처에 있는
한강 고수부지 위에 있는 간이주차장에서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을 보면서
엄마 차 있느냐고 물으니 꼬마는 없다고 답변을 한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을 맴돌다 보니
흰색 벤츠 차량 차주가 나의 행동을 수상히 여겨
아저씨! 왜 그러세요? 묻기에
아이가 길을 잃어버려 엄마 차를 찾는 중이라 하니까
젊은 아가씨가
꼬마의 상의를 들추면서
목과 팔목에 인식표가 있는가를 확인하니 없다.
아가씨가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한다.
엄마 차를 찾아보고
안되면 파출소에 데려 주겠다는 말을 하고
1km 이상 떨어진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꼬마 녀석 손을 잡고
고수부지의 산책로를 따라서 걷던 중
꼬마 녀석이
시골할배가 나쁜사람이 아니란거를 눈치챘는지
할아버지! 할배가 뭐예요?를 질문하여
할배는 할아버지를 말한다고 설명을 하니
꼬마 녀석이
나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꼬마 녀석을 안정시키느라고
할배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꼬마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꼬마 녀석이 걷는 것이 힘들어 보여
꼬마 녀석을 등에 업었더니 바로 잠이 들었다.
휴게시설이 잘 되어 있는
메인 주차장 200m를 앞두고
50여 m 앞에서 어떤 여인이
실성한 사람처럼 고함을 지르면서 오고 있다.
순간적으로
꼬마의 엄마인 것 같아
자는 아이를 깨워 길바닥에 세우니
순식간에 엄마가 달려와서
꼬마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하는데
심봉사와 심청이의 만남보다
더욱더 아련하고
감명 깊은 장면을 목격하였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는
꼬마 녀석의 행동을 보니
정서에 메말라 있는
시골할배의 눈가에도 눈물이 흘렀다.
꼬마 녀석의 엄마가
전화번호를 가리켜 달라 하여
시골할배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고 헤어졌다.
일요일 아침
꼬마 녀석의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놀라고
많이 울어서인지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선생님께 사례를 하고 싶다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
월요일 시간 내어
꼬마 녀석을 정신과에 데려가서
심리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퉁쳤다.
꼬마 녀석 때문에
66년을 살아오면서
가장 착한 일을 한 것 같다.
만약에
영월에 소개녀를 만나러 갔다면
꼬마 녀석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스스로 자위하여 보면서
꼬마녀석 만난 것처럼
이번 총선 결과가
내 맘에 쏙 들기를 기대하여 보면서
두 밤을
더 기다려 보며
평생 처음 착한 일 해본 소회를 적어 봅니다.
첫댓글 키 얼마? 카톡 사진 얼굴 보여주라,,,ㅎㅎ 고개 도리도리~~ 에럽습니다 ㅎ ^^
인생이라는
길을 걷다 보면
뜻밖에
이런 저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곤 하죠.
일상사의
어려움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현실 앞에
그저 웃음으로 넘겨버리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네~ 아주 추억에 남을 착한 일을 하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늘 건강하고 좋은 날 되세요.
좋은 추억으로
기억 해 주시는 님의 말씀
고운 마음으로 간직하겠습니다.
님께서도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들만 있기를 기원합니다.
좋은일 하셨어요
순간의 헤어짐이
운수 나쁘면 ~
지지난주
말기암으로 투병중인
친구 만나러 물금에 다녀 왔습니다.
양산 시내에서
물금역까지 가다가
물금 신도시를 지날 때
님께서는
어느 아파트에 살고 계실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보슬비 남양산 반도유보라 5차 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4.08 22:03
어머나 너무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곁에 있으면 제가 밥 사드리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과거
제가
님께
한정식을 대접 받았기에
제가
밥을 사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올 한해가 지나기 전
꼭 찾아 뵙고
신세진 것 갚도록 하겠습니다.
@보슬비 아닙니다 남에게 베풀어준 것은 돌려 받는 거 아니라는게 제 신념입니다 좋은 날 되세요~^^
자주만나서 대화를 하다보면 천천히 알아지는데
꼭 그렇게 묻는 사람이 있어요 모습이나 키는 보면 알거고
사람을 만나서 사귀는데 말이 서로 통하고 취미가 비슷하면
되는거지 안그런가요 ^^ 좋은 일 하셨어요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력으로
결론을 내려 주신
님의 말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정말
좋은일 하셧어요
길 잃은 미아를 보면
누구나
똑 같은 행동을 하는게
우리 세대의 일상일 것 같습니다.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아이의 엄마에게는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요?
다행스럽게 엄마를 찾은 아이
참 잘하섰습니다 ㅎ
2시간동안
남편은 서쪽으로
애기엄마는 동쪽으로
아이를 찾으러 다녔다 하더군요.
꼬마녀석을 보니
손주들이 생각나서
부모를 찾아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삼패사거리 면, 남양주
옛적 고성읍내 원한? 갚아드려야되는데..
연락 좀 주실랍니까
낼모레 다들 칠십인데
키 몸무게 얼굴 직업 을 왜 찾지
남양주
맞습니다.
요즘
현장 일이 바빠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꼬마를 엄마 찾아주는 아주 훌륭한 일을 하셨는데
카톡 엉터리 답변은 자랑할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럴려면 소개를 거절했어야지요?
질문에 성실한 답변을 했어야지요?
충성 우하하하하하
소개녀와 나눈
카톡의 대화는
자랑이 아나라는 것으로
이해를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이를
잃어보면 정신줄
놓게 되지요
노래 한곡
보내드리고 싶네요
보슬비 오는 거리 ᆢ
보슬비 오는 거리
노래를 보내 주신 것 보면
어쩜
젊은 날의
나의 연애사를
알고 계시는 분인 것 같습니다.
노래
가사가
저의 주제가라고 억지를 부려 봅니다.
정말 좋은일 하셨습니다.
딸 어릴때 애를 잃어버리고 2시간정도 미친듯이 헤메던때가 생각나네요~~
누군가 파출소에 데려다줘서 찾았지요~~
인사도 못드렸지만 얼마나 고맙던지요~~
님께서
경험하신 그 때 그 순간과
이번에 본
꼬마녀석의 엄마 모습이
똑 같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꼬마엄마가
경찰에 신고하였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을 때
저도
경찰에 신고를 하였으면
더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았겠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좋은일 하셨네요
박수 보내드립니다
짝짝짝~^^
박수 보내 주셔서
괜시리 부끄럽습니다.
격려의 말씀
감사 드립니다.
힘껏 박수쳐드립니다.
정말 애쓰셨어요.
순간 아이 손을 놓쳐버리고
애가 터졌을 아이엄마를 생각하니
제가 다 고맙네요.
감사합니다 보슬비님^^
님의
아름다우신 마음이
또 한번
고마움으로 전해지니
역시
님은
최고이십니다.
이 글을 읽으니 저도 아들 네 살 때 잃어버린 기억이 납니다.
동생은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을 찾고 저도 온 동네를 헤매다가 저만치 어떤 중년 부인의 손을 잡고 가는 아들을 봤어요.
그 부인이 파출소에 데리고 가는 중이었다고.
장가간 지 아직 한 달도 안 된 아들이랍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런 아찔한 기억들이 있을 수 있지요.
정말 그 아이 운이 좋았군요. 착한 할부지를 만나서.
정말 착한 일 하셨네요. 박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