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고흐 전문가가 쓴 고흐의 자서전
빈센트 반 고흐.
평생을 암울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천재 화가.
죽은 후 오랜시간이 지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
불우했던 삶을 보상받을 수 있으려나.
몇년 전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를 책으로 엮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통해 그동안 알지못했던 고흐의 새로운 면,
그리고 고흐보다 더 알지못했던 고흐의 동생, 테오를 알게 되었다.
천재화가 고흐.
고흐가 죽을 때까지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준 동생 테오.
그들은 모두 짧은 삶의 안타까운 인생을 살다갔다.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그림과 글을 통해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 있다.
몇년전에 읽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나에게도 신선한 책이었다.
그 책을 읽은 이후,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보면, 좀더 애착을 가지고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이 책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
아내가 가지고 있던 책이다.
제목을 보고, 반 고흐가 자서전을 썼었나?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는 민길호라는 한국사람이다.
민길호는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캐나타로 이주한 후,
그곳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 책이 출간된 2000년 당시, 빈센트 반 고흐에 관련하여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던 사람이다.
빈센트 반 고흐, 전문가라고 하면 될 것 같다.
그런 고흐 전문가가 고흐가 되어 가상의 고흐의 자서전을 쓴 것이다.
예전에 김탁환이 <나, 황진이>이란 책을 통해 황진이 자선전을 쓴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고흐의 그림들을 설명하는 데 있어,
제 3자의 눈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고,
직접 고흐가 되어 고흐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듯 그림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더욱 그림에 대한 이해가 잘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고흐의 인생을 다시한번 돌이켜 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 그의 그림에 대한 깊은 이해에 큰 도움이 되어 좋았다.
...
지은이 민길호는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절대 불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인간의 표본입니다. 그리고 그 진실함에 하나님의
섭리가 작용한 숭고한 인간이며 위대한 화가입니다. 그의 그림에는
종교적ㆍ인간적ㆍ절대적 가치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의 그림을 영원하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천재 화가냐 아니냐를 논하는 것 자체가 그에
대한 모독입니다."
1. 그림을 그리기 전에...
그는 1853년 3월 30일 네덜란드의 브라반트 북쪽에 위치한
그루스 준데르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센트 삼촌의 화랑에서 일을 하기도 했는데,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목사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다.
그래서, 외삼촌댁에서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나중에 그림밖에 모르는 삶을 살았지만,
이 당시에는 하느님밖에 모르며 살았다.
그는 자신이 가는 길이 정해지면, 그곳에 자신의 열정을 다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공부에 소질이 없었다.
그는 하느님을 따르는 것, 깊은 신앙심 등은 그 누구에도 지지 않았지만,
공부에 소질이 없어서 목사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전도사생활을 하기로 하였다.
전도사였지만, 하느님에 대한 그의 사랑과 신앙심은 꺼지지 않았다.
그런 그의 열정을 시기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그는 전도사 생활 조자 어려움을 봉착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어렸을 때 또다른 꿈인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한다.
물론, 그의 신앙심은 죽을 때까지 평생 그를 지켜주는 그늘막이 된다.
2. 천재 화가의 사랑
하느님에 대한 열정이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는 혼신을 다하여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 사랑도 하였다.
그림같은 사랑을 하였다.
그는 평생 여러번을 사랑을 하였지만, 순탄한 사랑은 하나도 없었다.
그의 첫사랑은 외삼촌의 딸 케이였다.
사촌누이를 짝사랑한 고흐.
그를 누가 반길 것인가?
적극적으로 그를 돕던 동생 테오도 이 일만큼은 반대를 하였다.
가족들의 끊질긴 반대로 고흐는 사촌누이에 대한 사랑을 접는다.
그리고 그는 두번째 만난 여인이 12살 연상의 여인 마호르트였다.
이때는 둘이 서로 좋아했지만, 많은 나이 차이와
비전없는 가난한 화가라는 이유로 양쪽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
마호르트가 자살기도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했지만,
이후 더욱 사이가 벌어져 헤어졌다.
빈센트의 아버지는 빈센트의 사랑들에 대해 엄청 비난하였다.
그러면서도, 빈센트가 가는 길이라면 목사이든, 화가이든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다.
그러고보면, 천재는 혼자 되는 경우도 있지만,
빈센트처럼 그의 아버지나 동생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어야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빈센트는 잠시 방황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 딸린 매춘부와 사랑하여 함께 살기도 한다.
처음에는 동정심에 그 매춘부와 함께 살았지만, 나중에는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매춘부와도 헤어져 또다시 방황하던 빈센트는
파리에서 화랑일을 하는 동생 테오에게 얹혀 살게 된다.
늘 경제적 빈곤에 시달렸는데, 동생 테오의 지원이 없었다면
그는 아마 다른 길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또 사랑이 찾아왔는데, 이번에도 카페에서 일하는
10살 연상의 세가토리란 여인이다.
처음에는 잘 나가다가 또 헤어졌다.
...
그에게는 이제 그림만이 연인이었다.
3. 그림에 미친 천재 화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그리고 일기를 쓰는 대신, 카메라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여행같은 것을 가면, 여행기를 남기는 번거로움을 대신하여
카메라로 여행을 기록하려고 한다.
그런 것처럼 빈센트에게 있어 그림은 자신의 생활의 기록이었다.
그는 일기를 그림으로 대신했다.
그의 그림의 소재는 그래서 그의 일상이었고, 그의 삶이었다.
테오와 같이 산 파리에서 2년을 지낸다.
당시 파리에는 많은 화가들이 활동을 하고,
화가 지망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빈센트도 파리에서 있으면서 본격적인 화가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는 쇠라, 모네, 베르나르, 고갱 등과 교류를 하였다.
많은 그림을 그린 것은 물론이었다.
그렇게 파리에서 살다가 그는 문득 보다 좋은 태양광을 찾아 파리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찾아간 곳이 이를이었다.
처음에서는 이를의 생활이 너무 외로워서 힘겹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안정을 찾기도 하였다.
그들은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품기도 하였다.
이를에 화가들만의 미술학교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스튜디오도 만들 생각이었다.
그 꿈을 같이 하기 위해 빈센트는 파리에 있는 고갱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고갱 또한 가난한 생활은 마찬가지.
선뜻 이를로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동생 테오가 나섰다.
동생 테오가 고갱을 지원해 주기로 약속하고, 고갱은 파리를 떠나 이를에 왔다.
그리고 고흐와 같이 생활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그들은 서로의 그림에 대한 칭찬과 비판을 통해
좀더 창조적인 그림을 그려냈다.
하지만, 가끔은 그들의 비판이 도를 넘어 심한 말다툼으로 변할 때도 있었다.
사이가 안좋아진 둘 사이.
거기에 고흐가 발작증세를 일으키기도 하는 등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었다.
그리고 귀를 자르고 마는 고흐.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테오.
고흐는 한동안 병원에서 지내고, 다시 퇴원하여 아를에 오게 된다.
이미 고갱은 파리로 가고 없다.
이제 이를에서 고흐는 불안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그를 친절히 대해주기도 하였지만,
언제 돌변할 지는 모르는 불안한 존재.
고흐 자신도 그를 알기 때문에, 자진에서 정신병원에 간다.
그리고 고흐는 정신병원에서도 그림에 열중하게 된다.
삶을 그리는 고흐는 정신병원에서의 삶도 또한 그의 삶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의 병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그렇게 그의 천재적인 화가의 삶이 끝났다.
아니, 그는 죽음으로써, 그의 천재적인 화가의 삶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생전보다 생후에 더욱 크게 인정을 받았으니 말이다.
...
그만이 비극적인 삶을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으려나.
동생 테오 역시, 형이 죽은 뒤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병이 생겨 죽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눈물이 난다.
4. 고흐의 그림
고흐는 노란색을 즐겨 썼다.
고흐에 있어 노란색은 희망이고, 열정이었다.
그에게 있어 노란색은 위안이고, 평온함이었다.
이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하려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의 의견에 찬동하고 싶지 않다.
...
빈센트에게 그림은 휴식이자 삶이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먹고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그림만 그렸던 것이다.
...
그는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그는 단지 그림을 바랬던 것이다.
지은이 민길호가 적은 글이지만,
실제로 빈센트 또한 아래처럼 그림에 대해 생각했을거라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성공했다는 말을 듣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화가의
끝이 왔다는 뜻입니다. 창조하는 화가에게 성공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화가에겐
계속적인 창작이 있을 뿐입니다. 성공이란 대중의 인정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화가는 해왔던 것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제 그림이 대중적
인정을 받았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저 자신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이 종점을 향해 완결되어 가도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리고 빈센트는 테오에게 죽기 전 사흘전에 보낸 편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떤 예술가가 추구했던 그대로 하려고 노력했다.
그것도 평생을 말이다.
진정한 화가이다.
....
몇년 전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은 후 그의 그림을 볼때면 또다른 애착을 가지고 봤다고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더욱 특별한 시선으로 그의 그림을 볼 것 같다.
책제목 :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
지은이 : 민길호
펴낸곳 : 학고재
펴낸날 : 2000년 10월 20일
정가 : 13,000 원
독서기간: 2008.09.11 - 2008.09.16
페이지: 320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