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콜릿을 좋아한다. 한때는 가방 속에 늘 초콜릿을 가지고 다닐 정도로 좋아했다. 초콜릿은 열량이 많고 살이 찌기 쉽다는 경고도 무시했다. [코르셋]에 캐스팅 된 이혜은은 극중 배역에 맞게 살이 찌기 위해서 자기 전에 매일 초콜릿을 먹었다. 그리고 10kg이 넘게 살이 찐 뚱뚱한 몸매로 영화 촬영을 마쳤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나는 수시로 초콜릿을 먹었다. 그렇다고 내가 강호동이 되지는 않았지만 초콜릿 한 개가 한 끼 식사를 대신할 정도로 높은 열량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달콤한 초콜릿을 더욱 좋아한다. 그러므로 사랑을 고백하는 [발렌타인 데이]가 초콜릿의 달콤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로알드 딜이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발표한 것은 1964년이지만, 이 소설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많은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천 3백만 부가 팔릴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이 소설 속에는, 초콜릿을 좋아하던 어린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환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초콜릿 강물이 흐르고 초콜릿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나무로 가득 찬 정원에 가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그런 나무가 있을까, 의심하는 순간 당신은 차고 메마른 현실 속에 혼자 남아 있는 것이다.
팀 버튼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영화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3부작이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환타지 장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큰 작용을 했다. 소설 속에 묘사된 비현실적 상황을 영화 속에서 재현하기 위해서는 1억 5천만불의 제작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팀 버튼은 이미 [가위손]이나 [크리스마스의 악몽] 혹은 그의 영화 중 가장 대중적 성공을 거둔 [배트맨][배트맨 리턴즈]를 비롯해서 최근에 만든 [빅 피쉬]까지, 할리우드 감독으로서는 드물게,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세계의 중요성에 대해 꾸준히 탐구해 왔다.
디즈니 펠로우쉽을 받고 칼 아트 미술학교에서 공부한 후 디즈니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다가 애니메이션 단편 [빈센트]를 찍은 뒤 장편 실사영화 [피위의 대모험](1985년)으로 데뷔한 팀 버튼 감독은,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현실 속에 잠복한 환상의 세계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표현해왔다. 할리우드에서 그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없는 팀 버튼표 영화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비주얼과 이야기 전개로 많은 대중들을 매료시켰다.
팀 버튼이 대중적 상업주의의 본산인 할리우드에서 지속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대중성과 미학성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밝은 햇빛 속에서보다는 어두운 암흑 속에서 전개된다. [배트맨] 시리즈를 영화화하기로 했을 때 제작자들의 머리 속에서 제일 먼저 팀 버튼 감독이 떠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의 주인공들은 두 손이 가위로 되어 있거나, 밤이 되면 박쥐 날개를 펄럭이며 도시의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늘 이상한 3류 영화만 찍는 감독이거나, 마을을 덮을 정도로 커다란 물고기를 낚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윌리 웡카도 마찬가지다. 수수께끼의 인물인 그는 일반인들에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초콜릿 공장을 경영하며, 매일 엄청난 양의 초콜릿을 생산해서 전 세계 각국에 내보내고 있지만, 그는 초콜릿 공장 밖으로 몇 년 동안 나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초콜릿의 맛은 너무나 뛰어나서 사람들은 윌리 웡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그런데 윌리 웡카는 5개의 웡카 초콜릿에 담겨진 행운의 황금티켓을 찾은 어린이 다섯 명과 그들의 부모를 자신의 초콜릿 공장으로 초대하겠다고 발표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자신의 공장에서 초콜릿을 만드는 모든 비밀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한다. 수많은 청소년들은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 가기 위해 황금열쇠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언제나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사는 독일의 먹보 소년 아우구스투스가 행운의 황금열쇠를 찾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두 번째는 부유한 집안에서 버릇없이 자라난 버루카. 그녀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손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고약한 성질을 갖고 있다. 그녀는 황금 열쇠를 찾기 위해 수많은 초콜릿을 허비한다. 세 번째는 늘 쉬지 않고 껌을 씹고 다니는 껌 씹기 대회 챔피언 바이올렛이 차지한다. 네 번째는 자신이 똑똑한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황금열쇠를 찾으려는 마이크에게 돌아간다.
마지막 다섯 번째 열쇠의 행운은 웡카의 초콜릿 공장 바로 옆에 사는 찰리가 차지한다. 찰리의 집은 다 쓰러져가는 낡은 오두막이다. 찰리는 그 속에서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매일 학교 갈 때마다 초콜릿 공장을 지나다니면서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향긋한 냄새에 취해 있는 찰리는, 그러나 가난하기 때문에 1년에 단 한 번, 자신의 생일에만 웡카 초콜릿을 먹을 수 있다. 그가 행운의 열쇠를 발견할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눈 쌓인 거리에서 우연히 돈을 줍게 된 찰리는 그 돈으로 사 먹은 초콜릿에서 행운의 황금 티켓을 발견하여 마지막으로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 초대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다섯 명의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공장 안으로 초대되면서부터다. 초콜릿 폭포가 쏟아지고 초콜릿 강이 흐르는 공장 내부의 꿈같은 풍경은 환타지가 현실 속에서 실현될 때 우리를 얼마나 즐겁게 하는지 증명해 보여준다. 꽈배기 사탕이 열리는 나무와 민트 설탕 풀이 자라는 정원이 펼쳐져 있고, 눈에 보이는 아무 것이나 손으로 따서 먹으면 입 안 가득 달콤함이 가득 찬다. 거대한 공장 내부를 견학하면서 찰리를 제외한 네 명의 어린이들은 탐욕과 이기심으로 하나씩 탈락하고 마지막으로 찰리만 남게 된다.
영화는 소설과 조금 다르게 각색되어 있다. 소설 속에서는 성장과정 자체가 신비의 안개 속으로 묻혀 버린 윌리 웡카의 유년시절을 영화 속에는 표현하고 있다. 이 점이 영화와 소설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팀 버튼 감독이 상업주의로 팽배한 할리우드 안에서 자신의 독창적 상상력을 전개시키면서도 대중성과 화해하고 타협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팀 버튼 감독이 윌리 웡카에게 부여한 결핍은 부모에 대한 애정이다.
즉 할리우드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가족주의로 로알드 딜의 원작소설은 각색되어 있다. 찰리를 만난 이후 웡카가 자신의 고향으로 되돌아가 아버지를 만나는 지점에서 이 가족주의는 위대하게 빛을 발휘한다. 원작의 이념과 재미를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그것이 갖고 있는 결핍을 메꿔 주면서 더 독창적으로 펼쳐지는 팀 버튼표 상상력의 전개를 우리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아들 혼자 거대한 세상으로 매몰차게 내보냈지만 그 아버지는 언젠가 아들이 돌아올 날은 기다리며 이사하지 않고 그 집에 계속 머물러 있다. 주위의 집들이 모두 없어지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남은 옛 집에 다시 돌아온 웡카는 주변의 변한 모습을 보고 어쩌면 그 집이 자신의 집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이다. 아버지는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아들의 꿈을 듣고 냉정하게 대했지만, 그러나 아들이 세상에 나가 이룬 성공을 남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 관한 모든 신문의 낡은 스크랩을 보여주는 짧은 씬은, 그것만으로 우리의 가슴을 감동의 폭풍에 사로잡히게 한다. 이것이 할리우드의 상업정신과 타협하는 팀 버튼의 생존전략이다.
참, 웡카 역에는, 팀 버튼의 페르소나라고 부를만한 조니 뎁이 출연하고 있다. 이미 [가위손][에두우드][슬리피 할로우] 등에서 팀 버튼과 작업한 조니 뎁은, 자신이 발명한 초콜릿 공장의 발명품들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 같은 순진한 마음과,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상처 받은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짧게 자른 앞머리에 양쪽 귀밑이 둥그렇게 말린 보브컷 모양으로 등장하는 조니 뎁은, 세상에 나가지 않은 은둔자 웡카를 표현하기 위해 창백한 분장과 기이한 말투를 사용한다.
팀 버튼, 조니 뎁의 화음이 창조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현실 속에 숨겨진 가족주의에 대한 가치를 재확인 시켜 주고, 환타지의 눈부신 전개로 꿈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우리를 위대하게 설득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