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떠다니는 선인 ‘비천상’
‘비천상(飛天像)’은 하늘에 떠다니는 선인(仙人)을 묘사한 그림이나 조각이다. 주로 너울거리는 천의(天衣)를 걸치고 꼬리가 긴 꽃구름 속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부처에게 공양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비천상은 주로 사찰의 범종에서 볼 수 있으나 때로는 석등, 부도, 불단이나 단청의 별지화(別枝畵) 등에도 나타난다. 비천은 불교의 천상에서 허공을 날며 악기를 연주하고, 춤추면서 꽃을 뿌려 부처님을 공양·찬탄하는 천인(天人)의 일종이다.
비천은 고대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건달바(乾闥婆)와 긴나라(緊那羅)를 원형으로 삼고 있다. 건달바는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오직 향(香)만을 구하여 몸을 보호한다. 또 스스로 몸에서 향기를 발산하므로 향음신(香音神)이라고도 하며 속악(俗樂)을 연주한다. 이 건달바가 불교 성립과 함께 팔부중의 하나로 포섭되어 하늘의 가신(歌神)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긴나라도 역시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천신이며 팔부중의 하나로 불교에 포섭되어 천악신(天樂神) 또는 가악신(歌樂神)으로 불렸다. 건달바가 속악을 연주하는 것에 비하여 긴나라는 법악(法樂)을 연주한다. 이들의 형상은 원래 사람인지 짐승인지 새인지 일정하지 않으며, 노래하고 춤추는 괴물의 모습이라 한다.
2,000여 년 전 불교가 인도로부터 동점(東漸)의 길을 따라 중국에 전래될 때 비천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둔황석굴 벽화에 그려진 비천은 이미 인도신화의 건달바나 긴나라의 괴이한 형상에서 벗어나 도교설화의 선녀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신해 있다.
중국에서 매력적인 선녀의 모습으로 변신한 비천상은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불교와 함께 수입되었다. 고구려 고분에서부터 시작하여 불교미술에 수용된 비천상은 약간의 양식 변천을 거치면서 한국적인 비천상으로 정착되었다.
현존하는 비천상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을 꼽는다면 단연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에 있는 상원사 범종의 비천상, 실상사 범종의 비천상, 성덕대왕신종의 공양비천상을 꼽고 있고, 화성 용주사 대웅전 천장과 완주 송광사 대웅전 천장에 매달려 있는 비천상이 유명하다.
<참고: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中에서
[출처] 하늘 떠다니는 선인 ‘비천상’|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