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8.22.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 방향 220km.
캠핑장 RANGAU CAMPING.
잔디 위에 아무도 집어가지 않는 사과가 떨어진 모양 그대로 있다. 55년 캠핑장 역사에 어울리게 사과나무도 고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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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자전거 여행족이 가장 먼저 떠난다.
오른쪽은 붙박이 이웃들. 왼쪽의 여행자들은 모두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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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까지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뉘른베르크(Nürnberg)에 들른다.
주차타워를 거쳐 i - Center로 간다. 주차는 별로 걱정도 안한다. 운전은 (거의) 현지인이다.
이제 유산소운동 순서다. 걸어야 산다.
요숙의 발걸음이 사뿐사뿐하다.
발걸음이 가볍기 위해서는 (여행을 타고난 요숙의 이야기는 절대 아이다) 주기적으로 옷을 바꿔 주던가 그 능력이 안되면 기분 조정용 멘트가 일정 간격으로 나가야 한다.
... 어머 아가씨 첨 오셨어요?
뉘른베르크(Nürnberg)는 전범재판이 열렸던 곳이다. 조그만 소도시다.
그냥 지나듯 들렀는데
우에 이래 이쁘노.
여기도 한국인 관광객이 있다. 쫌 놀랬다.
뉘른베르크(Nürnberg) 중앙광장이다. 독일에서 제일 큰 크리스마스 시장이다.
지금도 천막 꽃시장이 줄지어 있다.
쇠나부르넨(Schoner Brunnen). '아름다운 분수'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분수가 있다.
즐겁게 놀다가 다리도 쉴겸 주님의 성당에 앉았는데 요숙 손에 들린 뉘른베르크 경비가 보인다. 둘이서 몇만원? 무섭데이~
이 정도면 전문여행가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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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선지 뮌헨(München)으로 간다.
뮌헨이 아이고 뮌센이라네?
독일에서 식량을 비축하러 뮌헨에 하나뿐인 한인마트에 갔는데 휴가라고 문이 딱 잠겨있다.
얼메나~ 왔는데 여름 휴가라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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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Oktoberfest가 한창 준비 중이다.
옥토버페스트는 뮌헨(München)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맥주 축제다.
200년이 넘은 독일의 전통 축제로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첫째 주 일요일까지 약16일 동안 열린다. 미송 참가 불가. 억울키 그지없다.
매년 세계 각국에서 600만 명 이상이 모인단다.
축제는 뮌헨 중앙역 남서쪽에 있는 넓은 잔디밭에서 진행된다.
벌써 삐루 냄새가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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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거리를 활보한다.
뮌헨 의대 도서관을 지나
슈바빙으로 간다.
거기라야 맥주라도 한잔하제.
벌써 늦은 밤이다... 오늘도 호텔이다. (아이고 현찰.)
2019.8.23.
RILANO호텔을 나서 슈바빙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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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 거리에 들어서기도 전에 SEEROSE가 눈에 들어온다. 전혜린이 즐겨찾던 곳.
어디쯤 앉았을까.
Leopold 거리
그때의 하늘과 무엇이 다를까.
그렇게 멈추고 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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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디젊은 시절. 문학소녀처럼 여린 마음으로 읽던 책 말미에 '독자는 전혜린의 허무를 넘어서기를 바란다'고 씌어 있었다.
당시의 나로서는 결코 앞이 보이지 않는 주문이었다. 어찌보면 한 평생 잊지 못한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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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 피나코텍(ALTE PINAKOTHEK)으로 간다.
'올드 회화관' 이란 뜻이다.
암스테르담에는 반고흐 미술관이 있다.
그러나 거기에 없는 2점이 여기에 있다. 고흐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여기를 권한다.
고흐의 해바리기 5점 중의 하나도 여기에 있다.
세잔의 정물.
루벤스의 스케치와 원작도 함께 있다.
회화관에는 8,000점의 작품이 있다고 한다. 드가, 영국화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도 있었지만 내게는 고흐의 두 작품이 하이라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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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뮌헨에서 서쪽 80km
베네딕토 수도회(Benediktinerabtei Ettal)소속의 상트 오틸리엔(St. Ottilien) 수도원으로 길을 잡는다.
우리나라 천주교의 초기 역사는 이 수도원의 순교 역사와 함께한다. 우리에게는 의미가 깊은 곳이다.
이 수도원의 박물관과 성당에는 1618년 한국 최초의 순교자로 허균의 기록이 있고 1845년 최초의 사제였던 김대건 신부의 상이 있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TV를 보고 꼭 가보고 싶다고 마음 먹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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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여 달리니 편평한 구릉지대에 외딴 성당탑이 홀로 우뚝하다. 오틸리엔 수도원이 틀림없다.
수도원의 문은 잠겼고 담은 높다.
높은 담장을 빙 돌아 만난 이에게 둘러볼 수 있느냐 물어보니 ... Yes. It's Open.
의외의 답에 반가운 마음으로 수도원의 성당으로 들어섰다.
본당에 아무도 없어 그냥 김대건 신부상을 찾다가 뜻밖의 사진을 본다.
작은 글씨이지만.
<1950~1952 Korea>가 눈에 들어온다.
38명의 순교자 사진과 명단이다.
독일 신부 수녀 신도 한국인 신부 수녀 신자 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보고 있는데 독일인 가족이 들어와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다. 이 가족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먼 독일의 수도원과 한국이 어떻게 인연을 갖게 되었는가 물었다. ... 선교활동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로 나갔단다. 이해가 된다.
그러나 20세기에 일어난 38명 순교의 비극은 당시 이해하기 어려운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 일이 북한에서 일어났다. 이 사진과 명단은 그들을 잊지않고 기억하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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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가족은 자기 마을이 120km 떨어진 곳인데 100km를 차를 타고 나머지 20km를 가족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왔단다.
그들이 120km 떨어진 이 성당을 찾아온 이유는 자기 마을 출신의 신부가 북한에서 순교했기 때문이고 (맨 아랫줄 왼쪽에서 두번째) 이 방문은 그를 기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베네딕트 오틸리엔 수도원이 함경남도 덕원에 수도원을 세우고, 선교활동을 하다가 북한에서 처형당하거나 수용소에서 사망한 수도자들을 기억하며 추모하고 있었다.
위의 사진의 당시 인원 절반이 사망하고 절반은 살아남아 남쪽으로 내려와 경북왜관에 수도원을 세웠다고 한다.
말미에 독일가족이 우리가 북한에서 왔는지 남한인지 묻는데 황급히 남한이라고 대답하다가 ... 결국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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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늄이 수도원 밖을 내다본다.
무거운 마음을 수도원에 남겨두고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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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셴(Füssen)에 도착.
호숫가에서 하루를 휴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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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24.
노이슈반슈타인(Neuschwanstein)성으로 간다.
가을 하늘 같다.
노이슈반슈타인(Neuschwanstein)성은 바이에른의 왕 루트비히 2세가 지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이다. 독일 바이에른주 퓌센(Füssen) 근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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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은 30분 등산이다.
15€를 내면 마차를 타고 행차하실 수도 있다.
성에 거의 다 오르면 호수 Alpsee가 보인다.
드디어
그러나 전체 조망은 다음 산에 있는 구름다리(Skywalk)에서 보아야 한다.
마리엔 다리에서 본 노이슈반스타인 성의 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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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스위스의 남단.
헤르만 헤세가 43년을 살았고 그의 묘지가 있는 몬타뇰라(Montagnola)를 향한다.
이제 독일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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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길의 스위스의 다보스(DAVOS).
어쩐지 손으로 그린 것 같은 풍경이다.
DAVOS는 1970년 유럽의 경제인들이 만든 사교모임인 재단인데,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이 재단의 총회인 다보스 포럼에 세계적인 저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함으로써 유명해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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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독일 휘센에서 출발해서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로 두 번이나 국경을 통과하였다.
몬타놀라까지 하루에 다 못가니 중간에 하루를 쉰다.
여행기를 쓰는 셋째 날은 밤이 깊다.
요숙과 나누는 이야기가 즐겁고 바쁘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