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좋아한다는 택시 기사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잠깐 사이에 안평마을에 도착해 몸단장을 하고 정적에 묻혀있는 마을을 바라보며 정자 옆 벤치에 한동안 앉아 정신을 차린다.
마을길을 올라가다 지형이 확실하지 않아 돌아오고, 여기저기 헤매다 다시 임도를 계속 따라가니 갈림길에 처음으로 이정표가 서있어 반가워진다.
어두운 임도를 올라가다 다시 삼거리에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의 널찍한 산길을 따라가 무덤들을 지나면 길이 사라지는데 여기에서 임도로 되돌아와야 했다.
그냥 빽빽한 잡목들을 뚫고 길도 없는 사면을 치고 올라가 바위지대들을 지나니 간벌 목들만 사방에 깔려있고 가시덤불들이 무성해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다.
능선만 가늠하고 여명이 밝아오는 지루한 숲을 한동안 지나 3시간도 넘게 걸려 연비지맥의 517봉으로 올라가면 바로 앞에 너부데데한 화장산이 모습을 보인다.
조금씩 떨어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헤어진 임도에서 이어졌을 이정표 안부를 지나고 잘 정비된 산길 따라 넓은 헬기장에 산불초소가 서있고 정상석과 해맞이제단이 놓여있는 되어있는 화장산(585.3m)으로 올라간다.
삼각점은 찾아 볼 생각도 못한 채 삼봉산으로 이어지는 연비지맥과 박무에 가려있는 괘관산과 왕산을 둘러보지만 기대했던 지리산 쪽으로는 조망이 트이지 않아 실망이 된다.
왕산이 뻔히 보이는 헬기장에 앉아 막걸리와 자두술을 마시며 한동안 쉬고 온 길을 되돌아 517봉으로 가서 남서쪽 연비지맥으로 꺾어지니 잡목과 가시덤불들이 기승을 부린다.
흐릿한 족적을 찾아 연신 칡넝쿨에 발목이 걸려 넘어지며 482봉으로 올라 북쪽으로 잘못 가다 돌아오고 다시 남쪽에서 헤매다 돌아온다.
삼봉산과 벽화산은 다 다녀온 곳인데 왜 이리 고생을 하나 하는 짜증이 나고 계속 헤쳐 갈 마음도 들지 않아 과감하게 산행을 접고 화장산으로 돌아간다.
헬기장에서 다시 한 번 사방을 휘휘 둘러보다 화촌마을 방향으로 꺾어 진작 이쪽으로 왔어야 했다는 후회를 하며 나무계단에 굵은 밧줄들이 쳐져있는 산길을 떨어져 내려간다.
정수지맥과 왕산이 잘 보이는 케언 전망대를 지나고 감이 익어가는 마을로 내려가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고추 말리는 정자에 걸터앉아 남은 술을 다 마시고 유림초등학교를 지나 1054번 지방도로에서 미진한 산행을 접는다.
첫댓글 당근! 산행이지여.. 성에 안차시겠지만
갈 때마다 채우고,할 때마다 계획대로 된다면 재미와 추억은 별로이지여
함양 쪽은 옛적에는 좌파들의 소굴였나봅니다
산정의 정상석이 빨간색인 것이 수두룩하다는ㅎㅎ
예~~저쪽의 정상석은 다 붉은색인데 보기는 영 안좋습니다.
저도 연비지맥을 가보려고 준비를 한 적이 있었는데,화장산 근처의 가시잡목으로 고생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그래도 화장산은 조망이 좋은 곳이네요.나중에 철저히 준비해서 가보아야겠다고 생각이 듭니다.고생하셨습니다.
날만 청명 하면 지리산이 잘 보였을텐데 좀 아쉬웠습니다.
김전무님 말쌈에 동감,당근 산행 맞구요~
발바닥은 다 낫냐...?
반쪼가리 산행을 하셨구만유~ 넘 자책마세요~
사람도 반쪼가리 입니다.
훌륭한 산행 맞습니다.
밤차 타고 함양까지 가서 잡목 넝쿨 빽빽한 산자락을
8시간이나 헤메다 왔으면 만족 아닙니까.
예정한 코스 순탄하게 마치는 루틴한 산행보다 훨씬
영양가 있다 생각합니다.
점점 약해지네요...
어휴 새벽 3시부터...
전 바로 내려왔을 것 같네요.
인제 좋은 길만 골라 다니세요~ ㅎ
안경도 여기저기로 날라 다니고...
수고 하셨네요
고도가 낮는 산길은 대부분 잡목이 많치요..
몸을 좀 편히 쉬라고 신령님이 그렇게 했나봅니다.
소백산 한번 가야 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