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촌동 스시향을 찾은 이유
지난 주, 서울 은평구에 있는 스시향에서 오후 5시에 이른 저녁을 약속하고 오후 2시경에 강원도 홍천에서 출발했다. 목요일이라 막힐 일도 없으니 도착까지 두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지만 넉넉하게 나섰다. 서울에서 약속시간을 어기지 않기 위해 늘 한 두시간 여유있게 나서는 것이 20대 초반, 서울에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역촌동 스시향은 사실 역촌동이 아니라 신사동에 있는 작은 규모의 초밥 체인점이다. 검색도 역촌동 스시향으로 검색해야 지도에서 확인하기 쉽다. 신사동은 자칫 강남 신사동으로 받아들이기 쉬워서일 것이다. 은평구 신사동은 억울하겠다.
원래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었는데 개점시간이 오후 3시부터라고 한다. 개점 준비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폐점 시간이 새벽 2시라니 이해가 된다.인간이 일만 할 순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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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에서 불원천리 서울 구석탱이!에 있는 미니초밥집을 찾아간 건 맛집탐방기를 쓰자는 의도는 아니다. 일식 주방에서 요리를 배우고있는 아들에게 '메뉴'가 아닌 '숍'에 관심을 보일 계기를 주고 싶어서였다. 요리 배우는 게 좋다고만 하고 그 이후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 같아보여서였다. '이런 컨셉의 가게는 어때? 큰 자본없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게 우리 부부가 던지고 싶은 은근한 메세지였다.
스시향에 대한 정보는 우리 앞집에서 추천해줘서 알았다. 앞집 부부는 고양 삼송지구 아파트에 살면서 매주 주말마다 내려오는데 어떻게 하면 빨리 내려와 정착할까를 두고 자나깨나(?) 고민하는 부부다. 이날 저녁 참석멤버는 우리 부부, 우리 아들, 앞집 부부 다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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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듬초밥이 11,000원이다. 종류별로 2점씩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재료는 충분히 신선하다고 느꼈다. 내 취향에 으뜸초밥은 생새우초밥이다. 생새우 맛은 신선도가 좌우한다. 십년도 훌쩍 지난 시절의 생새우 먹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내게 생새우는 프루스트의 마들렌이었다. 강원도 내륙에 들어가 살다보니 잃어버린 맛이었다. 우동, 회덮밥도 맛있었다.
이 정도의 선도에 이 정도의 가격이면 가성비 굿이라고 느꼈다. 그러찮느냐고 아들에게 확인하니 뭔가 말할 듯 하다말고 씩 웃고만다. 요리사 관점에서 느끼는 수 많은, 미묘한 차이를 어떻게 일일이 표현할 수 있겠는가. 하긴 둔한 내 입맛에도 밥알이 딱딱하다든지, 온도가 낮다든지 정도는 알겠다.
하지만 분수를 알아야지, 명품 초밥은 '스시 장인 오노 지로'를 흉내라도 낼 줄 아는 사람을 찾아 비싼 돈을 들여야 맛볼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정도면 내겐 굿굿이다. 아들에게 흉 잡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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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크기는 주방 뒤 안보이는 부분이 있어 정확히 알 순 없어도 홀, 주방 합해 10평이 넘진 않을 듯 싶다. 둘이 일한다. 바쁠 때 파트타이머가 있는지 모르겠다. 자리가 좋아 임대료가 만만치는 않아보이지만 초기 투자자본이 크게 들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입지 분석은 과거 내 전공분야의 기초였다. 배후고객, 인구유동, 경쟁, 교통 등 몇 가지를 보면 얼추 수익성 여부에 대한 감이 잡힌다. 물론 감은 감, 늘 맞는다는 건 아니다^^;
나는 아들이 이왕 요리가 좋아 주방에 뛰어들었으면 자기가게에 대한 꿈을 가졌으면 한다. 하지만 아들과 가게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해서이기도 하고 내가 어떤 의도를 갖게 되면 저항의 기류가 형성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배울 것도 많지만 시간도 많다. 어쨌든, 덕분에(?) 신선한 생새우초밥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