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에 금융위험 전염 공포…2023년 랠리 '실종'
자금부족 스타트업 예금인출…"공짜돈 기반모델 붕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뱅크 본사를 경찰관들이 떠나고 있다. 2023.3.10 ⓒ AFP=뉴스1© 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소재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으로 연초 주식 시장의 눈부신 기적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 급선회가 은행을 파고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은행 파산은 금융시스템 전반에 가해질 리스크를 의미하고 이는 과거 우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게 안전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은행주가 불안하면 삽시간에 시장 전체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에서 은행주는 코로나 대폭락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내며 주저 앉았다.
물론 SVB가 금융시스템에 얼마나 연계돼 위험이 만연했을지는 아직 더 봐야 한다. 하지만 올들어 수익률 10%에 육박했던 뉴욕 증시를 강타하기에는 충분했다.
뉴욕 증시의 간판 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은 이제 올들어 상승률이 제로(0)에 근접했다. 30개 종목의 다우 지수는 올들어 하락세가 가속화했다.
SVB 파산은 은행이 금리인상으로 망할 수 있다고 공포를 상징한다. 은행이 보유한 채권자산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시작된 연준의 긴축으로 올해 장단기 금리의 역전이 심해지며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머니마켓금리가 저축 계좌에 지불하는 이자보다 50% 높으면 예금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예금이 빠져나가면 은행들은 보유했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채권과 국채를 매각해 돈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그러면 그동안 채권에 대한 종이 서류상에서만 있던 손실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특히 SVB 사태는 연준의 긴축 때문에 주요 고객이었던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새싹기업)이 자금 부족으로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것이다.
FL퍼트넘투자관리의 엘렌 하젠 수석시장전략가는 SVB사태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익숙했던 저금리가 만연한 경제가 붕괴한 또 다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는 "지난해처럼 올해도 명목 금리와 실질 금리가 모두 상승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깨질 것"이라며 "전체 사업모델은 사실상 '공짜 돈'에 기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