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플라워> 박석영 감독, 드라마, 83분, 2015년
단순한 이야기선을 가지고 강렬하게 이야기하는 영화다.
강철같은 겨울의 부산에서 떠도는 하담의 말은 몹시 낯설다.
세상과의 소통이 어려울 지경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이기심가 경쟁으로 끼어들 틈 없는 세상 탓일 것이다.
하지만 침묵에 갇히 하담에 탭댄스는 결코 그녀가 죽은 존재가 아닌,
그녀 또한 자유롭고자 하는 영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자기에만 빠져사는 관객들에게 타자를 향해 귀기울여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 시놉시스 =
“일하고 싶어요. 춤추고 싶어요. 그리고... 살고 싶어요”
추운 겨울, 거리에서 홀로 살아가는 소녀 ‘하담’. 버려진 집을 은신처 삼아 쪽잠을 청하는 그녀는 힘겨운 일상 속에서도 틈만 나면 이 골목, 저 골목 사이에서 탭댄스를 추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하는데…
영화에 대하여
강렬한 데뷔작 <들꽃>을 통해 사회에서 버려진 세 가출 소녀의 절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담아낸 박석영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며, 작년 하반기에 첫 공개된 영화 중 단연 돋보이는 영화 중 한 편이다. 서둘러 캐리어에 짐을 챙겨 길을 나선 하담이 도착한 곳은 부산의 어느 바다다. 눈앞에 펼쳐진 회색빛의 거친 바다는 하담이 맞닥뜨려야하는 세상이다. 이렇게 하담의 고독한 생존기가 시작된다. 돈이 필요한 하담은 안정된 거처도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다. 그러나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도, 간신히 마음을 열어도 결국 돌아오는 건 어른들의 배신과 폭력뿐이다. <스틸 플라워> 속 대한민국은 지옥이고, 하담에겐 더욱 그렇다. 이 지옥 속에서 하담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도 믿지 않고, 끊임없이 경계하고, 자신을 이용하려는 어른과 맞서는 방법뿐이다. 영화는 하담의 이런 피곤하고 고단한 삶의 여정을 바짝 뒤쫓는다. 그런데 이런 하담에게도 유일한 즐거움이 하나 있다. 바로 부산에 도착해서 알게 된 탭댄스다. 하담은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펼쳐진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위에서 따각따각 탭댄스를 출 때야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고, 미소 지을 수 있다. 시종일관 하담에게 밀착되어 있던 카메라도 하담이 탭댄스를 추는 시간만큼은 한 발 물러난다. 영화의 이미지는 이렇게 하담의 감정을 세밀하게 담아내며 차곡차곡 쌓여간다. 간결한 서사, 강렬한 이미지, 주연을 맡은 배우 정하담이 발산하는 펄떡거리는 에너지는 박석영 감독의 재능을 통해 수렴되고, 세상에서 버려진 한 소녀의 깊은 슬픔과 자신을 버린 세상에 당당히 맞서려는 강한 의지는 온전한 모습으로 영화 속에 담긴다. 눈이 아프도록 슬프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영화다. (2016년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