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뉴스와 댓글이 잠식한 이태원 참사] ①
참사 직후부터 4개월간 댓글 371만 개 분석
'가십성 포털용 자투리 기사' 거르지 않고 방치
혐오·비하·조롱…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 유도
사건 초기 이후 보도량 현저히 감소…'무보도'
진실 알리기와 문제 해결 위한 노력 찾기 힘들어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 고은지 게임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네이버 뉴스와 댓글로 보는 이태원 참사’를 시작하며
‘'10·29이태원 참사’ 유가족 명단이 ‘민들레’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을 때의 언론과 여론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비판 일색이었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조차 명단 공개 비판 성명을 냈을 때는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희생자 공개가 없었더라면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실은 더 표류했을지 모른다. 당시 한겨레신문과 민들레에 칼럼을 기고해 사회적 참사로 희생된 소중한 생명을 숫자 덩어리로 애도할 수는 없는 이유를 미력하나마 알렸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견에 불과했고, 네이버 뉴스와 댓글에서는 명단 공개에 대한 비난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았다. 너무 의아했다. 희생자 명단공개 반대 여론은 물론 진상규명의 목소리를 잠식해 간 현상의 이면을 알고 싶었다.
오랜 동료연구자인 고은지 공학박사와 함께 이태원 참사 뉴스와 댓글을 분석하면서 네이버 뉴스에 책임이 적지 않음을 느꼈다. 이태원 참사 1주기에 맞춰 네이버 뉴스와 언론사가 ‘가십성 포털용 자투리 기사’로 이태원 참사를 상품화하고 정쟁화하여 여론을 잠식했다는 내용의 칼럼 <네이버 뉴스, 이태원 참사의 상품화와 2차 가해 폭격>을 시작으로, 비방·혐오 댓글이 여론을 잠식해 가는 과정과 외면효과, ‘착한 댓글’보다 ‘악성 댓글’이 활성화될 여지가 있는 네이버 댓글 정책과 인터페이스의 허와 실, 이태원 참사 기사에서 자주 등장한 이른바 ‘네임드’ 악플러의 행태와 패턴 등에 대한 분석을 몇 차례에 걸쳐 민들레와 공유하고자 한다.
2차 가해라는 엔트로피
유시민 작가는 한 방송에서☜ ‘10.29 이태원 참사’를 이 정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엔트로피 법칙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는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 높은 수준의 에너지를 갖고 질서를 부여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유지해온 질서가 개입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무질서한 참사라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추모 조형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26 [공동취재] 연합뉴스
우리는 ‘10.29 이태원 참사’를 다루는 네이버 뉴스와 댓글도 엔트로피로 가득 차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포털과 언론은 참사 원인과 책임 규명이 제때 이루어지도록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질서를 부여해야 했지만, 네이버 뉴스에서는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알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에너지는 찾기 힘들었다. 오죽하면 지난해 12월 16일 유가족협의회는 참사 49일 추모제에 앞서 언론과 포털 사이트에 신중한 취재와 보도, 댓글창 닫기를 요청했을까. 네이버는 당시 별다른 조치나 관리를 하지 않다가, 올해 2월 3일에서야 ‘언론사 댓글 정책 선택제’라는 이유를 들어 겨우 언론사와 이용자 협조를 구하는 공지를 올렸다. 그리고 1주기가 가까워진 10월 25일, 모든 뉴스에 아래의 공지를 게시했다.
네이버 뉴스와 댓글에 2차 가해가 얼마나 많았는지 이 공지가 스스로 방증하고 있다. 네이버 뉴스는 정쟁을 부추긴 기사와 참사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악성 댓글을 아직까지 방치하고 있는데, 네이버 측이 언론사에 댓글창 닫기 협조를 구해도 언론사가 우이독경이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조선일보의 <“청춘 150명 날려, 2새끼 퇴진!” 상가에 현수막 내건 野당원☜>(2022.11.4), 중앙일보의 <세월호 때와 다르다…이태원 참사에 尹·與지지율 추락 없는 이유☜>(2022.11.6)라는 기사 제목과 내용은 네이버 뉴스로서는 다소 문제가 있다. 두 기사는 참사를 정치적으로 엮어 풀려는 의도가 분명한 제목인데다 특히 조선일보 기사 제목은 욕설이 포함되어 전 연령이 이용하는 네이버에 서비스되기엔 부적절해 보인다. 특히 두 기사에 달린 수천 개의 댓글은 심각한 수준이다. 네이버 뉴스가 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모든 선택을 언론사에만 맡긴다면, 악성 댓글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10.29 이태원 참사”의 ‘무보도’화
우리는 네이버 뉴스와 댓글을 수집하여 우선 ‘10.29 이태원 참사’ 보도량 추이를 분석했다.
사고 초기 약 일주일 동안 엄청나게 폭발적인 보도량이 있었다. 대형 참사는 현장 취재 보도와 속보 형식이 많은데다 원인 규명과 희생자 유가족 대책, 책임자 문책 등과 같은 이슈 흐름이 있을 거라 추론할 수 있다. 검색으로 수집한 17개 언론사의 기사 제목을 토대로 보도량을 분석한 결과, 11월 7일 이후 희생자 명단 공개와 책임 규명에 대한 여야 간 논쟁으로 보이는 기사가 많았고, 1월 14~15일 민들레의 희생자 명단 공개 이슈 때도 보도량이 많았다. 그리고 유족 첫 공식 모임,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안 국회 통과, 창원 김미나 시의원 막말, 생존자였다가 하늘의 별이 된 고 이재현 군, 희생자 49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가동, 국정조사 청문회 등 관련 보도는 각각 500여 건에 달했다. 하지만 주요 뉴스로 다뤄져야 할 특수본 수사, 시청 앞 분향소 논란 등 관련 보도 건수는 안타깝게도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 및 책임 규명 보도가 꾸준히 이루어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다. 2월까지 자료를 수집한 이유도 2월 초부터 참사 관련 보도량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2월 이후에도 ‘무보도☜’(언론이 마땅히 보도해야 할 뉴스 가치가 높은 이슈나 사건을 고의로 보도하지 않음)에 가까우리만큼 이태원 참사 기사는 네이버 뉴스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댓글은 보도량과 거의 연동하는 패턴으로 달렸다. 특히 10월 29일부터 11월 6일까지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의 댓글은 무려 1,422,705개였다. 전체 댓글 3,716,864개의 약 38%가 참사 직후에 작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참사는 어떻게 ‘온라인 정치기사’로 상품화 되었나?
네이버 랭킹뉴스☜는 언론사마다 이용자 관심을 끌었던 기사를 조회수와 누적 댓글수로 집계하여 기사 순위를 노출하는 서비스이다. 참사 직후 주요 이슈가 우리의 추론대로 원인 규명이나 희생자 유가족 관련 대책, 책임 규명 관련 보도인지 보기 위해 누적 댓글수 순으로 기사를 추려보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참사 초기 랭킹뉴스로 추정되는 기사 제목은 전형적인 ‘포털용 자투리 정치기사’ 였기 때문이다.
참사 초기 일주일(10/29~11/6) ‘이태원 참사’로 검색한 네이버 뉴스 중 댓글수가 많았던 기사 목록.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위 그래프 하단과 동일.
2022년 10월 30일에 올라온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기사 제목을 보자. 대동소이하게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태원 참사는 靑이전 탓...글 올렸다 삭제☜>이다. 이 세 기사엔 각각 12,705개, 4,962개, 4,094개의 댓글이 달려 꽤 쏠쏠한 이른바 ‘제목 장사’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11월 4일과 5일에 올라온 조선일보 <청춘 150명 날려, 2새끼 퇴진☜> 시리즈 제목은 조선NS 김명일 기자의 기사로 각각 8,280개, 5,966개의 댓글이 달려 꽤 높은 조회수가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인물이나 메신저를 공격하는 기사 제목을 참사와 연결해 ‘포털용 자투리 정치기사’를 만들어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포털용 자투리 정치기사☜’에 대해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정치와 정책적 맥락을 도외시한 채 지엽적·구체적·자극적 내용을 자투리 기사 형태로 만든 것”으로 주로 ‘포털용 온라인 기자’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정치 가십적 소재를 찾으면 아무런 맥락없이 정치인의 실언, 실수 등을 꼬투리 잡아 정쟁 성격의 제목과 내용으로 가공한 후 포털에 무더기로 살포하는 특징이 있다. 포털 사이트는 비방·혐오성 가십성 정치 이슈를 중요 의제로 만들어버리는 기사를 대우해준다고 한다. 논쟁거리로 이용자 클릭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최영재 교수는 포털 사이트에 “분열과 혐오의 편파적인 정치 기사들을 게걸스럽게 소비하고픈 욕망과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으르렁거리고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네이버 뉴스 중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기사인 조선일보 생활 섹션의 <참사 하루도 안지나서… PD수첩 “이태원 사고, 당국 문제점 제보받아요”☜>(2022년 10월 30일)도 이에 해당한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은 총 16,555건이고, 첫 댓글 공감수가 43,636건으로 참사 당일 큰 관심을 받은 기사임을 짐작케 한다. PD수첩 공지를 문제 삼는 기사처럼 보이지만, 실은 재연 고지를 하지 않은 ‘PD수첩-논문저자 김건희’편이 심각한 왜곡이라는 비판을 하고자 쓴 기사이다. 기사 작성자는 조선NS의 장상진 대표였는데, 별도의 홈페이지가 없는 조선NS는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아 언론사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뉴스에서 어떤 언론사의 ‘이태원 참사’ 뉴스가 관심을 끌었는지 보기 위해 전체 기사 41,387건의 약 1%에 해당하는 기사 400건을 댓글수 순으로 추려 확인해 보았다.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위 그래프 하단과 동일.
분석 결과, 조선일보 87건, 중앙일보 48건, 경향신문 48건, 한겨레 35건, 연합 35건, 동아일보 28건, 국민일보 25건, JTBC 18건, MBC 16건, MBN 13건, 한국일보 10건, YTN 10건, SBS 9건, KBS 9건, 채널A 6건, TV조선 3건으로 나타났다.
결국 네이버 뉴스에서 관심을 끌었던 ‘10.29 이태원 참사’ 기사는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대부분 ‘가십성 포털용 자투리 정치기사’였다.
‘이태원 참사’로 검색한 10/29~2/28까지의 네이버 뉴스 중 댓글수가 많았던 기사 목록.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위 그래프 하단과 동일.
‘10.29 이태원 참사’라는 사회적 비극을 비방과 공격을 위한 용도로 활용하는 언론사를 충분히 추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뉴스는 왜 기사 품질 관리 필터링에서 이런 맥락을 포착하지 못할까? 알고도 못하는 것일까? 네이버는 뉴스 추천 알고리즘에서 기사의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을 “기사의 콘텐츠 특성과 사용자 피드백(기사 클릭 수, 체류시간 등)을 고려하는 QE(Quality Estimation) 모델로 품질을 예측하고, QE모델은 기사가 충실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를 Deep Neural Network 기반의 모델로 판단”한다고 안내하면서 “기사 제목, 본문, 기자 정보, 섹션 정보”등을 고려해 품질 점수를 추론한다고 밝히고 있다.
재미 삼아 네이버의 생성형 AI 클로버x에게 “새끼”,“xxx“가 포함된 두 건의 기사 제목을 넣고 물어봤다. 이 단어가 포함된 기사 제목을 맥락적으로 인식하기를 기대하면서.
네이버 클로바X는 의외로 똑똑했다. 두 기사 제목은 혐오와 욕설이 포함된 문장임을 확인해 준 것. 클로바X를 좀 더 활용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11월 7일부터 11일까지 댓글수가 많았던 기사는 비방 위주의 정치 분열과 여야 정쟁 구도를 부추기는 부적절한 제목이 많았다고 보았다. 추정컨대 이 기간 ‘희생자 이름과 영정 공개’ 의제의 사회적 숙의를 조롱하고 공격하는 정황이 있었고, 이런 판단이 타당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태원 참사’로 검색한 11/7~11까지의 네이버 뉴스 중 댓글수가 많았던 기사 목록. 참사를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시기, 여야 정쟁을 부추기고 과열되는 양상의 기사 제목이 많았다.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위 그래프 하단과 동일.
조선일보 기사 <이재명 “고인의 이름을 부르는 게 패륜이냐”... 조정훈 “미친 생각”>(2022.11.11)의 제목이 네이버 기사 제목으로 적절한지 클로바X에게 물어봤다.
조선일보 기사 제목에 대한 클로버X의 명쾌한 답변.
너무나 명쾌한 답변이다. 조선일보 기사 제목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고 있고, 혐오 및 비하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서 “네이버 뉴스 기사 제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확인해준다.
연구자들은 자의적 판단을 경계하고 조심하고자 노력하지만, 특히 참사 보도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네이버의 완성된 기술력으로 이 글의 객관성이 그나마 확보된 것 같다.
네이버에 제안한다. 우선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과거 기사 제목과 기사 전부를 맥락적으로 필터링해, 적어도 생성형 AI 네이버 클로바X 정도는 통과하는 기사만 남기고 삭제하는 게 어떨까. 그것이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는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진정한 추모일 것이다. 규정 위반에 가까운 적절치 않은 뉴스와 댓글을 남길 이유가 없잖은가.
덧. 네이버는 뉴스 제휴 언론사의 기자들에게 최소한 클로바X에게 한 번은 물어보고 기사를 작성하도록 하는 자율 원칙 적용을 검토하면 어떨까. 왜 클로바X 따로, 뉴스 알고리즘 따로인지 모르겠다.
※ 자료수집 범위 및 수집 기간 : 네이버 뉴스 구독자 수 상위 매체 중 7개 주요 일간지(경향, 국민,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통신사(연합),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 종합편성채널 4사(JTBC, TV조선, 채널A, MBN), 보도전문채널 2사(YTN, 연합뉴스TV) 등 총 17개 언론사 네이버 뉴스 인링크 기사 중 ‘10.29 이태원 참사’, ‘10.29 이태원’, ‘이태원 참사’ 등으로 검색해 추출된 2022년 10월 29일부터 2023년 2월 28일 사이의 기사 41,378건과 그에 부속된 댓글 3,716,864건, 댓글 작성 아이디 130,442개를 수집했다. 자료는 2023년 3월 6일~4월 9일에 수집한 것으로 현재 시점에서 언론사별로 삭제된 뉴스나 댓글이 있고, 댓글모드가 변경된 경우도 있다.
첫댓글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 진정한 추모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