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으로 미술계가 이동하는 느낌을 받았다.” 유럽 명문 갤러리 ‘타데우스로팍’이 오는 10월 서울 한남동에 들어선다. 게오르그 바젤리츠·앤터니 곰리 등 현대미술 거장들을 대거 거느리며 현재 잘츠부르크·런던·파리에서 운영 중인 대형 갤러리로, 아시아 첫 진출지로 한남동을 택한 것이다. 황규진 아시아 디렉터는 본지 통화에서 “이곳은 강북과 강남에서 모두 가깝고 삼성미술관 리움 등 좋은 사립 미술관도 있다”며 “유명 외국계 갤러리가 잇따라 진입하는 매력적인 장소라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이 갤러리 소속 작가 이불 역시 “유명 작가들의 지속적인 소개로 한국 미술 신(scene)이 훨씬 풍부해질 것”이라고 했다.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갤러리, 한남동으로 헤쳐모여 미국계 다국적 화랑 ‘페이스갤러리’는 이달 초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초입으로 이사했다. 기존 전시장보다 4배 넓은 르베이지 건물 2~3층으로 확장 재개관한 것이다. 신진 국내 갤러리 ‘파운드리 서울’도 다음 달 한남동에 개관한다. 부산 파이프회사 태광이 론칭한 120평 규모 공간이다. 관계자는 “젊은 세대 유입이 많은 동네”라며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주로 해외 젊은 작가들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남동으로 해외 갤러리 이동이 계속되고, 국내 갤러리도 확장 추세다. 3년 전 압구정동에서 이사 온 ‘갤러리바톤’, 2년 전 새로 진출한 미국 ‘VSF갤러리’에 이어, 지난해 박영덕화랑이 ‘BHAK’으로 개명한 뒤 이곳으로 옮겨왔다. 서울 인사동·삼청동·청담동·평창동에 이어 화랑가(街)로 한남동이 떠오르는 이유로는 교통 요지인 데다 구매력 있는 수요자가 많고, 미술·공연·요식 등 문화 자산이 풍부한 동네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한남동 나인원에 분점을 낸 가나아트의 경우, 지속적인 매출 증가로 지난달 프라이빗 갤러리 ‘가나아트 뷰잉룸’을 한남동 인근 동빙고에 새로 냈다.
◇삼성미술관 리움, 재개 임박 이 중심에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이 있다. 리움은 올해 4년만의 재개관을 목표로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한 미술 관계자는 “당초 다음 달 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길어지면서 미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리움은 2004년 개관 이래 명실상부 한국 미술계 중심이었지만, 2017년 최순실 사태 후폭풍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는 혼란 속에서 홍라희 관장이 직을 내려놨고, 이후 미술관은 기획전 없이 소장품 상설 전시만 여는 등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지난해 3월부터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예 휴관에 들어간 상태지만, ‘이건희 컬렉션’ 기부 이후 리움의 재개 여부는 미술계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기획전 ‘Human’(가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리움은 최근 내부 공사를 진행해 전시장 구조를 상당히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리움을 방문한 미술계 인사는 “폐쇄적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고심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강원도 박수근미술관 등 지역 공공 미술관과 인적 교류를 진행키로 했고, 2018년부터 리움 운영위원장을 맡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후원회에 가입하고 전시 관람 행사에 참여하는 등 미술계 활동 반경을 넓히는 중이다. ‘이건희 컬렉션’ 중 유족 측이 보관하고 있는 작품이 향후 리움에서 전시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특히 대대적 수집을 통해 국내 미술 시장의 ‘큰손’으로 존재해온 만큼, 리움의 활동 재개가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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