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시대 흐름과는 거리가 있다, 도움이 별로 안되는 것 같다」는 것이 한자에 대한 편견이자 현실입니다.
그러나 학교교육이나 취업이라는 「틀」만 깨면 영어도 예외가 아닙니다.
중국 한나라의 글자인 한자(漢字), 영국의 글자인 영어(英語)는 엄밀한 의미에서 한글과 경쟁관계에 있는 외국의 글과 말일 뿐 입니다.
그러나 한자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총체적 실체입니다.
그러면 한자·한문에 쉽게 다가가는 길은 무엇일까요.
한자는 글자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1716년 청(淸)나라 강희제(康熙帝) 때 편찬된 「강희자전(康熙字典)」에는 4만2천174자의 한자가 수록되어 있고, 1986년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나온 「한어대자전(漢語大字典)」에는 5만4천678자의 한자가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한문 문헌에서 일반적으로 자주 쓰이는 한자는 3천여자에 불과하다.
사서삼경(四書三經)에 쓰인 글자수도 5천여자에 불과하고, 「논어(論語)」에는 1천500여자, 「맹자(孟子)」에는 1천800여자 정도의 한자가 쓰였다. 한자가 5만자 이상이나 되지만, 그 중 반 이상은 자전(字典)에만 실려 있을 뿐 어떤 책에서도 쓰인 적이 없고, 용례(用例)가 있는 한자는 2만2천여자에 불과하다.
이 2만2천여자 가운데서도 반쯤은 고유명사로만 쓰이거나 특정한 고전(古典)에 한 두 번 쓰일 뿐이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고려사(高麗史)」, 「삼국사기(三國史記)」 등 우리 나라의 중요한 문헌에 쓰인 적이 있는 한자수도 1만6천여 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나라에서는 지금 교육용한자 1천800자를 선정해 놓았다.
이것만 알면 우리 나라에서 쓰이는 한자어의 98% 이상을 저절로 알 수 있다.
한자를 전용하는 중국에서도 현재 1천500자를 모르는 사람을 문맹자로 간주한다.
1천500자 정도만 알아도 중국 본토에서도 문맹자 취급을 당하지 않으니, 실제 쓰이는 한자의 수는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1천500자만 알면 약 10만개의 단어를 거의 저절로 알 수 있다.
`山`자, `수(水)`자, `중(中)`자, `촌(村)`자 등 한자 4자만 알면, 산수(山水), 산중(山中), 수중(水中), 촌중(村中), 산촌(山村), 수촌(水村), 산중촌(山中村), 수중산(水中山), 촌중산(村中山), 산수중(山水中), 산수촌(山水村) 등 배우지 않고도 많은 한자어를 거의 자동적으로 알 수가 있다.
알고 있는 한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조합할 수 있는 한자어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한글은 24자밖에 되지 않아 하루 아침에 다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24자를 다 알게 된 어린이나 외국인이 한글로 쓰인 단어의 뜻을 저절로 알아서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다.
ㄱ ㄴ ㄷ이나 ㅏ ㅓ ㅗ 등은 발음을 나타내는 부호에 불과하다.
곧 한자의 각 글자를 구성하는 획(劃)에 불과하다.
24자를 다 아는 사람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려면 각각의 단어의 뜻을 따로 다 힘들여 기억해야 한다.
우리 말 단어 5천개를 외우기는 한자 5천자 외우기보다 훨씬 힘들 뿐 만 아니라, 우리 말 단어 5천개는 서로 조합(組合)되어 저절로 알 수 있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말 단어 5천개 정도 아는 실력으로는 도저히 책을 읽어 그 내용을 알거나 내용 있는 대화를 할 수가 없다.
자기가 배운 적이 없는 단어를 처음 보고서도 뜻을 알 수 있는 언어는 한자 한문밖에 없다. 그러니 한자 한문은 절대 배우기 어렵지 않다.
첫댓글 네~ 자세한 해설에 또 귀담아 듣고 갑니다~ 좋은 날 되십시오.
진짜 맞는 말이네여...수긍이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