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눈향나무( juniperus chinensis var.)이랍니다.
눈향나무 또는 좀향나무라 해도 될 비슷비슷한 이름들 중에
왜섬향나무라고도 하더군요.
작다는 '좀' 또는 '왜'와
눕는다는 '눈'이 붙은 향나무라 보면 되겠습니다.
6년 전에 심었던 것이 많이 자랐군요.
이것이 깔리니 한 삼년 째가 젤 이뻤고 지금은 공간을 너무 차지해서
이대로 2년 정도만 더 가면 발디딜 틈이 없어지겠다 싶어
곱지만은 않은 나이를 먹었죠.
하지만 초록 물을 부어 놓은 듯 물뱀 쯤 기어가는 듯
눈 먼 이들 더듬어 길 가듯
낮은 장애물만 만나도 함부로 넘지를 않고 발길을 선회해버립니다.
그걸 보면 참 착하다 싶고 묘한 놈이고나 싶기도 해서
발바닥을 들춰보기도 하고 몸을 틀어 길을 가르쳐 주기도 했죠.
판탈롱 나팔바진지 베트맨의 망똔지 신데렐라의 드레슨지
하여칸 질질 끄는 듯 마당을 쓰는 듯 럭셔리한 바가 없지 않아
정원 중앙의 자연석을 한사코 뒤덮어버려도 그리 밉지는 않습니다!
마당이 좁은 데서는 이영 마뜩찮겠고
주인이 먼 데서는 영판 제멋대로일 듯하니
멋지다 예쁘다는 수사는 기르는 장소와 사람의 관계성 속에서
사뭇 달라질 밖에요.
기왕이면 황금색으로 화려하고
기왕이면 관상용 이상의 뭔 실용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니
원예품종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지 얼굴을 바꿔가며
그집앞, 골목길, 담장가를 스치듯 엉덩이를 흔들며 지나갑니다.
봄이 오니 암 데나 가서 눕고 싶을 정도로
달콤하고 마음 분분합니다.
꽃과 나무는 쭉쭉 뻗고 나는 자꾸 쫄아드는데
어찌 마음이 한시인들 고요하겠습니까.
봄바람이 다디답니다. 아지랑이가 그립습니다.
초록이 끝내 서럽습니다.
그리하여 내 마음의 시간이 종종 안쓰럽군요.
눈향나무 저 모를 기세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모르나
너도 곧 날 닮을 것인즉 초록을 너무 자랑치 말거라!
엎디어 디리다보니 우와~ 허리통이 저렇게나 굵어졌구나.
다리가쟁이를 들어보니 어떤 것은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벅벅 기다가 또 뿌리를 내린게다.
내린 자리 안쪽 태를 잘라 산파인 제가 옮겨 주었죠.
ㅋ.. 숫나무도 혼자 오래 애쓰면 새끼를 낳을 수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