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5. 월요일
떼제베 CC에 오면 이곳에서 페어웨이를 한번 내려다보게 된다
막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새벽의 신선한 공기와 초록 물결 바람이 설친 잠도 다 보상해 준다
4시에 일어나 준비하느라 사실 숙면은 포기해야 한다
드라이브 빼어 들고 스윙연습하다가 조랑조랑 매달려 크기 시작하는 모과에 눈길이 갔다
너 많이 컸구나
매달려 크고있는 모과열매가 귀엽다
좀 있으면 아이 머리만큼 자라서 노랗게 물들겠지
그런데 요즘 개량종 모과는 향이 많지 않다고 한다
가을 되면 차 안이나 식탁 위에 예쁜 그릇에 담겨 귀하게 대접받았었는데
요즘은 향이 없어 이런 낭만도 옛일이 되었다
꽃이나 잎 또는 열매가 없더라도 줄기만 보고 나무 이름을 알아맞히는 몇 안 되는 나무 중에
모과나무가 있다
밀리터리룩으로 온몸을 휘감고 있는 모과나무는 겨울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밀리터리무늬가 멋지잖아요
서코스 마지막 홀, 이 띠벙커를 잘 넘어와야 해 하며 의지를 다졌는데
난 얄궂게도 이곳으로 공을 보내고 말았다
왜 그런 말 있지 않은가
프로는 보내고 싶은 곳으로 공을 보내고
아마추어는 걱정되는 곳으로 공을 보낸다는...
야간까지 개장을 하는 곳은 페어웨이 잔디가 엉망이기 십상인데
이곳은 어찌나 잔디관리를 잘하는지
페어웨이 상태가 A급이다
음~~ 금잔디 아주 아름다워요
이 아이는
분명 시절이가 맞겠죠?
얘야, 지금은 한여름이란다
늦은 걸까?
너무 성급한 걸까?
어쨌든 너는 시절이구나
나른한 낮잠을 자고 일어나 오늘이 초복이란 걸 알았다
삼계탕은 작년까지 먹고 이제 졸업하기로 했다
너무 작은 닭으로 요리하니 먹을 것도 없고 특별히 이 여름을 이겨낼 보양식이 되지도 않을 것 같기에...
복달임 음식을 찾다가
익숙한 춘천닭갈비를 먹기로 한다
먹음직 스런 음식은 먹느라 사진도 못 찍고
우동사리 볶을 때 아차 하며 찍었다
사진이 영 ~~~
참 이상도 하지
평소엔 사지도 않고 입에 대지도 않는 분홍색 왕 큰 소시지를
이곳에서는 왜 이리 맛나게 먹는지.
부잣집 친구들 도시락 반찬통에서 가끔 얻어먹었던 추억의 그 맛이라 그런가
뭔지 모를 공장냄새가 나기도 하고 화학성분 냄새도 함께 나는 묘한 이 소시지는
무엇보다 부유한 맛이 났었다
이 분홍빛 소시지를 싸 온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이 소시지는 얼른 집어먹게 된다
남편도 나도 내 몫의 동그라미를 혹여 빼앗길까 봐....
하늘이 쿠르릉거린다
오늘밤 강한 소나기가 내린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