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마른 천둥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했다. 가보자.
표일배에 차를 채우고 나섰다. 독바위역에 내려 걸었다.
불광사에서 향림담 가는 길은 바위들이 병풍처럼 이어져 아기자기한 암릉의 장관을 연출한다.
근데 향림담 지나 방향을 수리봉으로 가야하는 걸 향로봉으로 잡아 원래 생각한 길과 전혀 다르게 능선길을 통해 향로봉으로 가게 되었다. 덕분에 암릉 능선맛을 마음껏 즐길 수는 있었지만 애초 답사로 예정했던 길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노란제비꽃만 보인다. 귀룽나무의 하얀 꽃더미에선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꼭 한 때라더니 귀룽나무의 진가를 만나려면 오월초 산행이 아닐까 싶다. 생강나무 솜털난 새잎이 펴지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진달래 철쭉은 어울려 한창이고, 산벚은 절정을 지나고 있고, 산복숭아나무가 한창이다. 나이가 들수록 노간주 나무가 내 눈에 잘 들어온다. 별로 크지도 않고 볼품도 없는 나무인데 벼랑이면 벼랑 비탈이면 비탈 산자락이면 산자락 잘도 살아간다. 오르는 길에 도시락이나 간식 사가는 걸 잊어서 차만 마시며 등산을 했다. 혼자 산행이고 비가 올 것 같아 속도를 좀 낸 탓에 1시간만에 향로봉에서 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도달했다.
내려오는 길을 잠깐 고민하다가 진관사길을 택했다. 사람들이 더 없어 고즈넉한 산길이었다. 거대한 암릉의 비탈맛과 계곡맛을 즐기며 내려왔다. 곳곳에 바위 계곡과 소가 잘 발달해 있다. 돌단풍꽃이 폈다. 내려오는 길에 산벚꽃잎 지는 데서 잠시 감상에 젖었다.
거의 내려와 진관사에 도착할 무렵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고 하산을 했다. 내려오는데 1시간이 걸렸다.
오늘 길은 초저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는 바위가 많고 험해 무리가 될 것이다. 그저 북한산의 다른 면목을 만나는 즐거움이 컸다.
내려와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는다. 종로로 버스를 타고 와 신일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