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5. 일요일
기적의 순례길 (12km)
신안 증도 '기점-소악도'. 일명 "섬티아고 가는 길"
병풍도 옆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등 4개 섬이 노둣길로 연결된 곳으로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존지역이며 12개의 성지순례소가 있다.
기독교는 믿지 않지만
진짜 기적이라도 딱 일어나면 좋으련만....
[산행코스]
12개 성지순례소를 돌며 주변산도 오르는 코스
큰잔등산- 범바우산- 개바우산- 앞산- 큰산- 천장굴산(12.3km)
머리도 식힐겸 모처럼 '산이조치요' 형님들을 따라나선다.
명근형님을 비롯 대산형, 뫼들님, 송교수님, 종수형님, 종태형님까지 나를 포함 7명이 산행을 한다.
5시에 출발, 새벽 안개 힘들게 헤쳐서 송공항 도착
배를 70분이나 타고, 들머리 '대기점도'에 도착한다.
'베드로의집'을 기점으로 총 12사제의 집을 들리는 것이 성지순례 트레킹 길이고,
우리는 거기에 붙어 있는 이름없는 산까지 다 올라서 돌기로 한다.
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을 통해 뭔가 얻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늘의 축복인지, 선물인지 이 한겨울에 날씨가 봄날씨다.
따뜻한 햇살에 적당한 온도, 걷기에 딱이다.
아무 생각없이 자연에 몸을 맡기고 걷는다.
그런데도
생각은 생각을 낳고 계속 어떡할지 되뇌이는건 어쩔수없는 현상 아니겠는가.
모든게 자연의 이치에 따르면 될 것을....
뭘 그리 고민한단 말이냐?
그래놓고도 조금지나면 그게 또 다른 생각이 들어서는게 ... 그냥 갈등의 연속선에서 헤메고 있다.
성지순례길은 일반인들이 찾기 쉽게 아주 잘되어 있으나
아무도 오르지않은 미답의 산은 가시와 잡목으로 거칠게 뒤덮여 있어
정상에 올라서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것은 마치 구원의 길은 아주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는 징표?, 표식 같았다.
그렇지, 뭐든 쉽게 얻는게 뭐 있더냐!
이리 긁히고 저리 긁히고...
사정없이 찢기고 뜯기고 발려야했다.
겨울산에 무슨 가시덩쿨이 이렇게 많다냐?
특히 이 산들은 대부분이 망개나무 군락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노무 망개나무 가시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
내가 예수도 아니고...
-_-;;
그런 와중에
그저 이것만 오르면 뭔가 기적이 일어날것 같은 기대를 맹목적으로 걸고 발버둥치며 올라야했다.
모든걸 잊고 ...
그림 그려지지 않은가?
마법의 장막 같은 가시덩쿨을 손과 얼굴 할것없이 할퀴어가며 열심히 헤치고 올라가는 그림
날카로운 가시가 헤치는 손가락과 손등을 파고 들며 자기의 존재를 알려도,
먼저간 사람의 반동으로 가시달린 가지가 얼굴을 쓰윽 스크래치하며 난도질 해대도 ...
왠지 마음만은 행복한 마음으로 올랐다는 것.
一切唯心造
베드로, 안드레안, 야곱, 요한.. 유다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순서대로 찾아 돌며
나도 모르는새 무의식적으로 빌었는지 모른다.
하느님을 종교로선 믿진 않지만 그 존재에 대해서는 당연히 인정하고 있었던 차에
조금 얍삽하지만 이번 기회를 빌어 이번 한번만큼은 그냥 소원 좀 들어주라고 빌고 싶었다.
물론 표내지 않고 조용히, 맘속으로만...
큰 사랑의 힘으로 축복해 주시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섬티아고 순례길 걷는 순서(사진은 순서대로 나열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