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1943-)
경남 거창 출신이고, 부산 남성여고, 숙명여대를 졸업했다
문학박사이고, 여러 대학에서 교수직이었다. 박목월의 추천으로 1972년에 현대문학을 통해서 등단했다. 여성잡지 ‘여상’의 공모전에도 당선하였다.
시집으로 《봉헌문자》,《겨울축제》,《모순의 방》,《아가》, 산문집으로 《백치애인》 등이 있다. 시선집《이제야 너희를 만났다》로2004년 한국시인협회상을 받았다. 평택대 국문과 교수, 명지대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다. 2012년부터 한국시인협회장을 맡고 있다.
같은 동인으로 활동했던 유안진과 달리 사용하는 시어가 섬세한 언어 감각과 심미적이다. 그러나 시집 ‘시간과의 동행’을 발간하면서 작품 세계가 크개 바뀐다. 섬세한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열정적인 어조를 드러내기도 한다. 시 ‘아가 雅歌는 신달자의 시적 관심과 그의 경향을 확인할 수 잇는 역작이다.
신달자의 후반기 시는 시인 자신이 고통스러운 삶의 경험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깨달은 생의 가치와 그 의미를 노래한 경우가 많다. 시인 스스로 밝힌 바 있듯이 ’영원히 싸우고 사랑해야 할 것은 오직 인생 뿐‘이라는 전언의 의미를 학일할 수 있다.
특히 탁월한 감수성으로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깊은 사유를 진솔하게 풀어내는 데에서 따스한 모성과 여유로운 포용력마자 느꺼진다.
(권영민의 글)
등장
인사동 상가에서 싼값에 들었던
백자 등잔 하나
근 십 년 넘게 내 집 귀퉁이에
허옇게 잊혀져 있었다.
어느 날 눈 마주쳐 고요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살이 뽀얗게 도톰한 몸이
꺼멓게 죽은 심지를 물고 있는 것이
웬지 미안하고 안 쓰러워
다시 보고 다시 보다가
김륾 한 흘리고 불을 켜보니
처음엔 당혹한 듯 눈을 가리다가
이내
발끝까지 저린 황홀한 불빛
아 불을 당기면
불이 켜지는
아직은 여자인 그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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