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의 제15차 정기총회가
지난 3월21일 오후3시부터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열렸다.
동자동주민들이 힘을 합쳐 공동체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창립된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가 탄생한지도 어언 15년이 되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분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머리라도 단정하게 하려고,
총회 한 시간 전에 '서울역쪽방상담소' 지하에서 시행하는 이발부터 하러 갔는데,
대기자가 많아 정해진 시간을 30분이나 초과해 버렸다.
부랴부랴 총회장을 달려갔으나 1부인 고) 조두선고문 추모식은 끝나버렸다.
전 날 저녁 선동수간사로 부터 총회에서 돌아가신 조두선씨 추모시간을 갖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고인의 사진이 한 장도 없어 ‘인사동이야기’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진들을
추모 영상에 사용한다는 전화를 받았기에, 추모식은 꼭 참석할 작정이었으나 허사였다.
2부를 막 시작한 정기총회는 의장을 맡은 윤용주 이사의 진행 아래 선동수간사가 성원 보고를 하고 있었다.
총회 정족수는 채웠으나, 전체주민 800여 명 중 조합원은 283명 뿐이라 가입하지 않은 분도 많다.
사실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분의 대부분은 주민들과 잘 교류하지 않는 분이다.
그래서 인지, 동자동 쪽방촌의 사망률은 전체 사망률에 비해 훨씬 높다.
4년 전 동자동 공공개발을 발표한 후에 돌아가신 분이 130명이고,
작년 한해만 43명이 운명을 달리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오래 살려면 방에만 있지 말고,
외출을 자주하며 주민들과 어울려 즐겁게 살아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나 역시 쪽방에 처음 왔을 때는 잠자는 시간 외는 방에 있지 않았으나,
지금은 밥 먹으러 나오는 하루 한 번외는 방에만 처박혀 산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쪽방 특성에 나도 모르게 길들어 버린 것이다.
총회는 서기임명에 이어 최순규씨의 감사보고가 있었다.
지난 년 말까지의 출자금 4억 천 4백만원에다 조합원 누적대출은 8천8백이었는데,
예전에 비해 조합원 수와 출자금이 다소 줄었다.
그리고 2024년 수입대비 지출이 천 삼백여 만원 적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타 단체보다 모범이 될 정도로 성장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주목할만 한 사실은 올해 들어 새로 가입한 조합원수가 60명 늘어났다고 했다.
신규 회원도 있었지만, 탈퇴한 회원들의 재입회도 많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선동수간사의 사업결산보고에 이어 새로 선임된 임원 승인이 있었는데, 승인된 임원은 아래과 같다.
이사장에 양정애, 부이사장은 차재설, 이사는 윤용주, 정대철, 최갑일, 전도영, 오계순, 오희섭씨고,
감사는 정재용, 한순미씨가 선임되었다.
오희섭씨의 올해 사업계획안과 예산안 승인이 있었는데,
수입지출 같이 7천9백만원으로 예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었다.
총회가 끝난 후 기념품으로 믹스커피(50봉) 한 박스를 참석 조합원 전원에게 나누어 주었다.
총회가 끝난 후 밖에 나와 담배를 피웠는데, 낯선 분이 말을 걸어왔다.
성함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임수만이란다.
임수만씨면 잘 아는 분인데, 뵌 지가 너무 오래되어 얼굴까지 잊어버린 것이다.
나만 늙은 것이 아니라 같이 늙어가고 있었다.
다들 죽기 전에 이루어야 할 일은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추진 뿐이다.
엊저녁 케이비에스에서 동자동공공개발에 대한 방송이 진행된다고 했으나, 티브이가 없어 보지 못했다.
뒤늦게 듣기로는 반가운 소식은 없었다고 한다.
어차피 죽을 목숨, 이제 목숨 걸고 싸우는 길 뿐이다.
사진,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