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군위 가톨릭 묘원에 갔다. 가는 길에 개나리, 벚꽃이 봄을 알리고 있었다. 여기회 상임위원은 꽃다발을 준비하여 성직자 묘원에 안장되어 계신 여기회 총재이셨던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께 바치고 연도를 올렸다. 묘원에서 내려와 경당에서 그곳 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드렸다. 미사를 마치고 신부님께서 차 한 잔을 하자며 당신의 사제관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손수 차를 준비하여 맛있게 마셨다. 나는 서재에 쌓여 있는 수많은 서적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평소에 보지 못한 귀한 책들이었기 때문이다. 신부님은 소탈하시고 다정다감하게 우리를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신부님은 사순 특강으로 받은 거마비를 원로 신부인 은사님께 전해달라며 봉투를 내밀었다. 돌아오는 길에 김수환 추기경 추모 공원 밑 용대리 삼거리에 청소년 수련원 원장 신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군위 읍내로 가서 식사를 했다. 추어탕과 돌솥밥으로 배불리 맛있게 먹었다. 청소년수련원으로 가서 차를 마시며 한동안 그곳 사정과 실태를 소상히 설명해 주었다. 그곳은 군위군 소속으로 되어 있으며 여느 수련원과 달리 최고의 쾌적한 환경과 쉼(안식)을 제공하여 이용자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그런 결과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었다고 했다. 신부님을 중심으로 전 직원이 열정으로 노력한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전 직원이 나와 따뜻하게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오늘 평신도인 우리가 두 신부님으로부터 넉넉한 대접을 받고 보니 사순시기를 보내는 우리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눔과 봉사, 자비의 정신을 마음에 새겼으니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산에는 진달래가 벌겋게 물들어 마음을 들뜨게 했으며, 시내에 들어오니 가로수의 벚꽃이 만개하여 부활의 기쁨을 환호하고 있다. 최근에 군위 묘역을 세 번 갔는데 자꾸만 정감이 갔다. 수많은 사람이 부활을 꿈꾸며 잠들어 있었다. ‘오늘은 내가 내일은 그대’라는 느낌이 들었다. 삶과 죽음의 교차가 동전의 양면처럼 가까이 다가왔다. 그곳은 공원처럼 아름다운 동산에 볕이 한없이 쏟아지고 꽃들은 다투어 피며 부활을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