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에 일본의 부당함 전파 주력
국내 여론 싸늘...산업계 불안감 부담
작년 자동차 대일 무역적자 1조2000억
전문가들 '불매운동 확산 땐 일도 타격'
삼성.SK '반도체 공급 차질 없게 최선'
IBM 등 주요 고객사에 안내 서한 보내'
일본 정부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 통제를 강화한
4일 한국 정부도 '상응한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본 조치를 '보복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세계무역기구(WHO) 제소와
대일 수출 규제 등 외교.무역 분쟁을 불사한 전면전을 택했다.
침묵하던 靑, 여론 의식해 적극 대응으로 전환
그동안 청와대는 일본의 수출 통제가 우리 산업계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대응을 삼가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런 전략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나서 'WTO 위반이 아니다'며
한국에 대한 공세를 주도하는 것과 대비돼 부정적 여론을 자극했다.
그런 만큼 산업계의 불안감 고조와 싸늘한 여론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단호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우선 주변국에 일본의 보복적 성격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일본 조치의 부당함과 자유무역주의에 위배된다는 사실 등을
주요국에 설명할 예정'이라며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외교 무대에서 일본과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NSC의 '보복적 성격' 규정에 대해 '아베 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그렇게 밝혔기 때문에
(상임위원들도)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관계기관 대책회의
이날 열린 '일본 수출 통제 관련 관계기관 회의'에서는 일본 조치와 관련한 향후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유명희 산업통산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일본의 조치는 '특정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앟을 것이며,
선량한 의도의 민간 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략물자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세니르체제(다자간 전략믈자 수출통제 체제) 기본 지침'을 위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일본이 '신뢰 훼손'이라는 잘의적 주장을 하면서 수출제한 강화조치를 발동하는 것은
전략물자 수출통제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전략물자 4대 수출통제 체제 및 3대 조약에
모두 가입한 모범국가로서 다른 바세니르체제 회원국으로부터 전략물자 관리에 대한 어떤 지적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원칙적으로 상품 수출에 대해 금지나 제한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그 예로 수출허가제도를 명시하고 있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11조를 인용하면서 일본의 조치가 WTO 규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본의 조치는 WTO 규범에 부합한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정부는 구윤철 기재부 2차관 주재로 '일본 수출규제 관련 부품, 소재. 장비 관계 차관회의'를 연 뒤
일본 수출 규재 대상 3개 품목과 추가 제재 가능한 품목에 대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자립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직후부터 일본의 보복 가능성을 대비해 경제.,사회분야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책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대한 상응 조치 주목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추이를 지켜보면서 WTO 제소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소비재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일 자동차 무역적자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11월 국내에서 판매된 일본차는 5만3000대에 달하지만, 일본에서 판매된 한국차는 불과 300대뿐이다.
일본 패션브랜드 유니클로 등에 대한 수입규제 강화도 대응 조치가 될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수출를 규제한다면 무역분쟁으로 격화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한 상태여서
소비재 수입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벌써부터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도 피해가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안내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주요 고객사에
'차질 없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즉시 알려 드리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퀄컴, 엔비디아, IBM 등 유력 IT 업체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일부 고객사의 문의가 이어지자 이번주 초에 비슷한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 낸드 시장에서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글로벌 전자업계에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우상규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