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근한 식품으로 콩밥, 콩자반, 콩국수, 콩떡 등 콩을 이용한 음식도 다양하다. 육류부족으로 단백질 섭취가 모자랐던 시절에는 콩은 훌륭한 대체식품이었다. 게다가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조리법도 간단하지만 너무 흔해서 오히려 천대받기도 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요즘 아이들이 좀처럼 손대지 않는 반찬 중의 하나가 콩이다. 콩은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 등 영양분이 풍부해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불렸으며, 우리 선조들도 진작부터 콩의 우수성을 알고 두부, 간장, 된장 등 콩을 이용한 다양한 식품을 먹어왔다.
천대받던 콩이 항암효과에 치매예방 작용까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다시금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광우병, 사스 등 육류에 대한 공포심은 콩의 인기를 높이는 밑거름이 되었다. 서양에서는 콩의 영양과 효능에 대한 논문이 쏟아져 '21세기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렇게 몸에 좋은 콩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바로 검은콩이다. 검은콩은 일반콩과 영양소의 함량은 비슷하지만 일반콩에 비해 노화방지 성분이 4배나 강해 웰빙 열풍에 부응하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찍이 한방에서는 검은콩을 흑두(黑豆)라는 이름으로 약재로 활용해왔다. 《본초강목》에 “흑두는 신장을 다스리고 부종을 없애고, 혈액순환을 활발히 하며, 모든 약의 독을 푼다”고 했으며, 《본경(本經)》에는 “종기에 흑두즙을 마시면 통증이 멎는다”고 했고,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는 “생흑두를 갈아 부스럼이나 부은 곳에 바르면 금방 낫는다”고 할 정도였다.
검은콩도 몇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흑태는 검은콩 중에서도 크기가 가장 큰 콩으로 콩밥, 콩조림 등에 사용하며, 서리태는 첫서리 날 때 따는 콩이라 해서 붙은 이름으로, 껍질을 벗기면 파란 속살이 드러나며 콩떡, 콩자반, 콩밥 만들 때 사용한다. 최근 콩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바로 서목태이다. 크기는 보통 검은콩보다 작아 마치 쥐눈처럼 보인다고 해서 ‘쥐눈이 콩’이라고도 부르며, 약에 쓰는 콩이라 해서 ‘약콩’이라고도 부른다. 감두탕, 초콩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약재용 검은 콩이다.
조선 왕실에서는 중전 외에도 첩을 여럿 두고 생활하는 왕의 건강을 위해 검은콩, 검은깨, 오골계, 흑염소 등으로 보양식을 만들어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러한 음식들은 특히 신장기능을 보해주므로 정력을 강화시키고 젊어지게 하는 효과가 커서 현대에도 남성들의 자양 강정제로 활용되고 있다.
검은콩은 만성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허약증, 즉 어지럽고, 귀에서 소리가 나고 허리, 무릎이 시리고 무기력한 증상 등에 영양을 공급하는 목적으로, 기운과 영양을 보충하는 다른 약재들과 함께 사용한다. 검은콩이 훌륭한 보음(補陰) 효과를 낼 수 있는 풍부한 식물성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검은콩은 항산화 효과로 노화를 방지하므로 젊어지는 식품이라 할 수 있다. 검은콩 중에서 약콩으로 쓰는 서목태가 노화방지 효과가 가장 높은데, 색이 짙을수록 항산화효과가 높고 노화방지 효과도 크다. 이것은 바로 검은콩의 껍질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 색소 때문인데, 폐경기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과 갱년기 증상을 없애주기도 한다. 폐경기가 되면 여성호르몬 중의 하나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점점 줄어들면서 골다공증, 안면홍조, 상열감, 우울증, 폐경으로 인한 허탈감 등의 육체적?정신적인 증상들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국내 콩은 껍질이 얇고 깨끗하며 윤택이 많이 나고 낟알 굵기가 고르지 않는 데 반해 수입콩은 배꼽 색깔이 검은 낟알이 많이 섞여 있고 가로로 잘린 낟알도 많이 섞여 있다.
* 쉽게 즐기기
- 음식에 함께 넣어먹는다 : 된장국을 끓일 때는 끓인 뒤 콩가루를 한 숟가락 넣어 마무리하면 고소하고 진한 맛이 난다. 샐러드 위에 콩가루를 뿌려서 소스와 함께 섞어 먹으면 맛있다. 수제비와 칼국수를 만들 때는 밀가루에 콩가루 15%를 넣고 함께 반죽한다. 훨씬 쫀득하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김치전, 호박전, 부추전 등에는 부침가루와 콩가루를 9대 1로 배합한다.
- 머리도 좋아지고 영양도 보충 : 검은콩 말린 것을 기름 없이 볶아 곱게 가루 낸 것을 물이나 우유에 미숫가루처럼 타서 먹는다. 학생 야식이나 간식용으로 좋은데 영양도 좋은데다가 두뇌활동도 활발하게 하므로 일석이조이다.
- 기름진 고기 먹을 때 : 삼겹살이나 기름기 많은 육류를 먹을 때 검은콩 말린 것을 볶아 곱게 가루로 빻은 것에 찍어먹는다. 콩가루의 고소함 때문에 맛도 좋을 뿐 아니라 기름기를 줄여줘서 입속도 개운하고, 무엇보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민간요법
- 얼굴이 푸석하게 부었을 때 : 콩차
검은콩 말린 것을 기름 없이 볶은 다음 물을 붓고 30여 분 정도 끓여낸 물을 차처럼 마신다. 몸 안의 독성과 노폐물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서 부기를 빼주고 변비가 해소된다.
- 기미, 주근깨 : 콩가루팩
콩가루, 요구르트, 꿀을 섞어 얼굴에 팩으로 바른 후 15분 뒤에 미지근한 물로 헹구어내면 피부가 맑고 투명해지며 윤기가 흐른다. 특히 자외선으로 인한 기미에 좋다.
- 약물중독, 식중독 해독 : 감두탕
서목태와 감초를 1대1 비율로 물에 넣고 약한 불에 2시간 정도 끓여서 나온 물을 하루 종 조금씩 나누어 마신다. 식중독으로 인한 피부 발진이나 약물 중독의 증상이 오래되지 않은 것은 감두탕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 중이염으로 인한 청력 저하 : 삶은 검은콩
검은콩에 물을 붓고 하룻밤 불렸다가 삶아서 소금 간을 살짝 해서 먹는다. 중이염 발생이 잦거나 만성 중이염으로 청력이 떨어졌을 때 효과적이다.
- 요통 : 콩 찜질
검은콩을 삶아 뜨거울 때 자루에 담아 허리에 대고 찜질한다. 식으면 다시 따끈한 것으로 바꾸는 것을 계속하면 통증이 없어진다.
* 콩 요리 맛보기
고소한 콩물 냄새가 일품인 ‘제일콩집’(공릉동/ 02-972-7016)
: 콩물, 생두부, 콩탕, 콩국수
콩비지의 원조 - 옛날 민속집(구기동 북한산입구/ 02-379-7129)
: 생두부, 두부찜, 콩비지찌개
퓨전 콩 요리의 진수 ‘콩두’(콩豆 congdu-삼청동/ 02-722-0272)
: 두부새우찜, 콩절임 육회와 두부 스테이크, 두부 아이스크림, 콩요거트 퓨레
진한 콩국에 찰진 면발 ‘전주회관’(서소문/ 02-753-5388)
: 콩국수
서리태의 푸른 콩 국물 ‘조선국시’(잠원동 02-517-9492)
: 서리태로 만든 냉콩국수
매콤한 국물이 혀를 감치는 순두부찌개 ‘정원순두부’(서소문/ 02-755-7139)
: 순두부, 굴순두부, 소고기순두부
예부터 한방에서는 폐경기 증후군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는 지백이선탕(知栢二仙湯)을 처방했으며, 보조 치료제로서 검은콩과 태반을 동결 건조한 것으로 기혈과 정(精)을 보하는 효과가 켜서 회춘 약재로 유명한 자하거(紫河車)등을 함께 섞어 환으로 빚어 장기 복용하게 했다.
이렇게 하면 폐경기 증후군이 서서히 사라지고 골다공증도 치료, 예방되는 여러 가지 효과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
또한 검은콩에는 천연 토코페롤(비타민 E)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가 생기 있고 탄력 있게 해주며, 자외선으로 인한 기미, 주근깨 등이 없어지는 등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젊어지게 하는 효과는 비단 여성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신장 기운이 허약해서 성욕이 없고, 정력이 약하며, 정자의 활동성이 떨어진 남성이 검은콩을 먹으면 정력을 높여주며 비타민 E가 풍부해 정자를 풍부하게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신장에 찬 기운만 모이고 여성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는 여성이라면 검은콩을 꼭 먹어보자.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냉증은 물론이고 생리통, 생리불순까지도 없어진다. 한방에서는 혈(血) 부족으로 인한 어지럼증, 정신적인 피로감, 생리불순 등의 증상에 보혈(補血) 약재인 당귀, 천궁, 단삼 등의 약재와 검은콩을 함께 처방하는데, 보혈약재를 함께 먹지 못한다 하더라도 검은콩 한 가지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효과는 볼 수 있다. 게다가 노폐물 배출과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검은콩 속의 식물성 단백질에는 제니스틴, 사포닌 등을 포함해서 암을 예방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데 특히 이러한 항암 성분은 껍질 속에 다량 함유되어 있으므로 검은콩을 섭취할 때에는 껍질째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외에도 약물의 해독, 부종을 내리고 영양을 공급,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동맥경화를 억제해서 심장 동맥질환을 예방, 두뇌발달에 도움이 되는 DHA가 풍부해서 머리가 좋아지고 노인성 치매도 예방, 장내 세균인 비피더스균이 잘 자라도록 도와 장운동을 촉진시켜 변비를 없애고 대장암을 억제, 혈중 인슐린을 낮추고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억제해서 당뇨병을 예방하는 등 그 효능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이다.
검은 콩을 먹을 때 주의할 점도 있다. 날콩을 그냥 먹으면 소화가 잘되지 않고 설사하기 쉬우므로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소화율을 보면 두부 > 콩가루> 삶은 콩> 볶은 콩 순이다. 또한 콩은 성질이 차서 소화기관이 약해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은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 콩은 몸에 좋은 음식이지만 다른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서 콩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콩 속에 몸에 좋은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비타민 A, C, 그리고 필수 아미노산의 하나인 메티오닌 같은 성분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 좋은 콩 고르기
최근 미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위험성에 대해 논란이 많고 인체에 유해하다는 의견이 절대적이다. 게다가 중국콩의 수입이 점점 늘고 있어 국산콩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구입시 원산지 표기를 반드시 확인하고 가급적이면 국내 유기농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국내 콩은 수입 콩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많고 맛이 월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