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0일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조재형 신부
‘저산 넘어’라는 영화가 지난 4월 30일 부처님 오신 날에 개봉하였습니다. 영화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동화작가 정채봉 프란치스코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고 그것을 작품으로 남겼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어린 날의 추억을 담담하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듯이, 어린 시절은 우리 모두의 고향과 같습니다. 몇몇 뜻있는 사람이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을 영화로 만들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영화는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흥행성이 있어야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영화에 대해 선뜻 투자를 하는 사람이 나서지 않았습니다.
몇 년째 표류하던 영화는 뜻밖의 투자자를 만났습니다. 투자자는 독실한 불교신자였지만 김수환 추기경님을 존경하였고,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을 영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종교는 달랐지만 한경직 목사님, 법정 스님, 김수환 추기경님을 존경했다고 합니다. 그분들은 시대의 어른이었고, 그분들이 있어서 위로를 받았고, 희망을 보았다고 합니다.
무지개는 일곱 가지의 색깔이 있습니다. 색이 다르지만 하나의 무지개를 이루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종교도 많습니다. 종교는 어쩌면 하나의 무지개를 이루는 것은 아닐까요? 서로 조화를 이루고, 보듬어 주기에 무지개입니다. 무지개는 다투고, 갈등하고, 분열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에 희망과 진리가 있음을 알려주는 이정표입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많은 나라가 한국식 모델을 따라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진단키트와 방호복을 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에는 국경도, 종교도, 이념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자존심도, 체면도, 선진국이라는 자부심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미국의 대통령도 전화를 하였고, 각국의 정상들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기꺼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가능한 범위에서 진단키트와 방호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더 좋은 모델이 있으면 기꺼이 도움을 청할 것입니다. 국민의 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국가의 존립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전쟁과 정쟁을 중단하고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을 함께 돕자고 호소하셨습니다. 특히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우선적으로 도와주자고 호소하였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한국을 외면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보다 정치적인 계산을 먼저 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일본은 일방적으로 반도체 등 일부품목의 한국수출을 금지하였습니다. 한국을 화이트 국가(우방국가) 명단에서 제외시켰습니다. 한국은 부품을 국산화하는 노력을 하였고, 한국인은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것 같습니다.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에 백제의 유민들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 문화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백제와 동맹관계였습니다. 역사는 임진왜란, 정유재란, 일제 강점기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나라이기에 생길 수 있는 애증의 관계입니다. 그럼에도 국민의 건강 앞에서는 정치적인 계산도 넘어서야 합니다. 역사적인 애증의 관계도 넘어서야 합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서 존립하기 때문입니다. 확진자가 늘어나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일본의 현실을 보면서 일본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대처를 기대합니다. 생명은 모두 하느님께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로해 주시고, 우리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는 분이 함께 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진리의 성령, 위로의 성령, 굳셈의 성령, 지식의 성령, 지혜의 성령’을 보내 주실 것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령의 따뜻함과 온유함이 우리들의 삶을 통해서 전해 질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생명의 복음을 만들어야 합니다. 생태의 복음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눔의 복음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오히려 모든 이에게 생명과 숨과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가톨릭 평화신문 미주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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