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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근 한국부동산정책학회장 |
에스크로 등 부동산금융제 정착 새해 들어 부동산경기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다. 부동산시장이 워낙 가라앉았던 터라 올해는 좀 나아지길 바라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이다. ‘한국형 뉴딜정책’을 펴겠다는 정부가 올 상반기 중 100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집행하는 등 손을 쓴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정책이다. 건설·부동산정책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린 것이다. 돈을 풀고 사업을 펼치더라도 지금과 같은 규제일변도정책으론 시장살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활발한 모임을 가져오면서 건설·부동산분야의 문제점 지적과 정책 및 대안제시를 열심히 해오고 있는 이성근 한국부동산정책학회장(51·경희대 교수/경영·행정학 박사)을 만나 부동산시장 살리기에 따른 고견을 들어본다.<편집자> 사단법인 한국부동산정책학회를 이끌고 있는 이성근 회장은 부동산정책에 바른 소리를 잘하는 학자로 통한다. 잘하는 건 칭찬을 아끼지 않으나 그렇잖을 땐 학자적 양심을 걸고 쓴 소리를 마다 않는다. 날카로운 지적과 대안제시 등이 정곡을 찌른다. 그와 얘기를 나누다보면 정책문제와 대안, 방향제시까지 행간을 통해 알 수 있다. 올해 부동산시장전망부터 말머리를 풀었다. “부동산시장은 아직 어둡습니다. 빨라야 올 가을쯤부터나 풀릴까요. 지난해 부동산시장이 실종하다시피 했으니….” 상반기엔 큰 변화가 없지만 하반기 들어 부동산시장이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근거는 과거 예를 들며 선거와 연관시켰다. “2006년 있을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건설·부동산정책을 완화할 것으로 봅니다. 역대정권들이 그래왔듯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겁니다. 선거가 아니더라도 부동산정책은 상황에 따라 죄었다 풀었다 해왔잖아요.” 이 회장은 이 같은 밝은 전망도 정책에 대한 국민들 믿음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렇잖아 아쉽다고 꼬집었다. 부동산시장이 풀린다고 해도 정책에 신뢰가 가지 않을 땐 문제해결의 어려움은 물론 경기부양도 단타로 끝날 것이란 지적이다. 믿음을 주지 못했던 정부정책은 하나 둘 아니라고 했다. “김포신도시건립계획, 행정수도건설 등 잡았던 안을 줄이거나 뒤집힌 사례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같은 흐름에서 볼 때 2002년 대선 때의 아파트분양원가공개 공약과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금융정책 등도 마찬가집니다. 서민들 입장에서 밀고 갈 건 가야하는데 내용이 달라지거나 이런 저런 까닭으로 물거품이 돼 정책에 불신감이 싹트는 거죠.”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의 경우 처음엔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변질됐다고 했다. 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진 나머지 대출절차가 까다로워져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과 다름없다’고 비유했다. 기업도시건설도 취지는 좋으나 10년 이상 걸려야 효과를 보는데 임기가 3년쯤 남은 현정부가 과연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특히 국민들 관심이 많은 분양원가공개문제에 대한 이 회장의 몇 가지 해법은 설득력을 더해준다. 먼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일관성 있는 주택정책조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럴 경우 주택행정비용을 줄이고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잦은 정책변경은 주택업체의 설계변경과 인·허가기간 지체에 따른 금융비용증가를 가져오고 결국엔 분양가를 뛰게 만든다는 견해다. 따라서 일관된 정책으로 행정신속과 투명성을 꾀해야 한단다. 다음은 중·소형주택건설엔 용적률을 높여 공급확대와 무주택자의 모기지론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단다. 주택을 늘리기 위해선 원가를 밝히되 중·소형 집을 짓는 공공기관, 민간기업에 택지공급우선권, 용적률완화, 세제혜택을 주는 게 옳다는 시각이다. 무주택자의 아파트 우선분양율 상향조정과 모기지론정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셋째, 부동산금융제도정착으로 거래수단안전장치인 에스크로(escrow/부동산거래대금의 제3자 보관·관리)제도를 보완, 아파트분양·전매 때 거래사고와 투기차단모델을 개발해야한다고 제언한다. 에스크로제도는 분양가거품제거와 부동산세제정착에도 한몫 한다는 논리에서다. 이 회장은 “일시적 정치논리에 앞서 시장경제원리에 바탕을 둔 중·장기부동산정책을 펼 수 있도록 먼 안목의 로드맵을 짜야한다”면서 전문가집단의 소리를 듣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뭣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건설·부동산관련 세부정책에 대한 공청회, 연구·개발활성화 등이 좋은 예다. “잦은 정부조직개편, 선거공약남발, 땜질식 정책 등으로 실패했던 지난날의 경험을 되살려 정책의 지속성, 효율성을 위한 부동산정책단(가칭)을 대통령 밑에 둘 필요성이 있어요.” 청계천 복원공사완공, 강북 뉴타운사업 본격 추진 등 굵직한 사안들이 많은 서울지역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올해는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예고돼요.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세금정책차이를 조율하는 장치가 요구됩니다. 대중교통체계개편도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만족해선 안되고…. 저상버스 도입,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확충 및 안전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더욱이 세금으로 부동산문제를 푸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주택가격공시제도, 종합부동산세 신설은 부동산조세문제해결을 위한 일련의 수단으로 봤다. 시장전반에 대한 구조개선 없이 세금으로 부동산값을 통제하는 건 시장왜곡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 “부동산매매와 조세문제를 푸는 확실한 방법은 이중계약서작성 차단과 단일계약서 사용장치가 요구됩니다. 리츠법개정, 부동산펀드 활성화 등 환경변화에 따는 보완책도 아우러져야 합니다.” 이 회장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올해는 부동산간접투자가 활기를 띌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바뀐 부동산투자회사법으로 법정자본금이 500억 원에서 절반으로 줄어 부동산투자회사설립이 쉬워졌어요. 자기자본의 두 배 범위에서 차입 및 사채발행을 허용, 빠른 자금조달이 가능해졌고 위탁관리형 부동산투자사를 세워 일반리츠(REITs)도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설립으로 법인세감면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죠.” 바뀐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으로 다양한 부동산펀드상품 출시가 예상되는 가운데 400조 원의 떠도는 시중 뭉칫돈을 펀드시장으로 끌어들이면서 땅 및 아파트분양권 시세차익위주의 투자패턴을 벗어날 것으로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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