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집에 데려온 둘째날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에 터진 베란다에서 최대한 찬바람을 피하는 방법은 프라스틱 개집 속에 들어가있는 것인데 아무리해도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녁에 견디기 힘들면 들어가겠지하는 예측도 빗나가 한밤중에도 그리고 새벽에도 베란다 가운데 신문지를 깔아준 맨바닥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아 코를 쳐박고 밤을 지냈다.
세번째날은 더 추워진다하는데 실내에 들여놓든지 아니면 큰 상자라도 구해서 바람막이 안에서 자게해주려고 궁리한 끝에 강순이가 서있어도 머리 위쪽으로 30~40 센티미터는 공간이 남는 커다란 종이상자 하나를 창고방에서 찾아냈고 집 뒤켠 계단 밑에 김장할 때 쓰는 넓적한 큰 고무통이 몇년째 쓰이지 않고 먼지끼어 보관만되어온 것이 생각났다.
더블침대 받침에서 걷어내 보관해온 대형 합판판넬 두개를 ㄱ자로 유리 벽에 이어 세우고 그위를 덮어 한면만 열리게하여 송아지 한마리가 들어가 살만한 임시 구조물을 만들고 그 안에 박스를 옆으로 뉘어 집어넣었다. 고무통 안에 얇은 스폰지매트를 깔아 보온성을 높이고 집안 잦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을 조금 넣고 신문지를 몇겹 다시 위에 깔아 그 속에 넣어주었다.
강순이를 불러 들어가라 지시하니 이번에는 비교적 공간이 넓고 닫힌감이 적어서 그런지 잘 들어가 앉았다. 영하 13도까지 밤사이 내려간다해서 노심초사했는데 엉성하긴해도 어느정도 편안한 잘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어서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아침 이중 유리문 안쪽면 창에 붙여진 뽁뽁이를 조금 거둬낸 관찰구로 내다보니 통안에서 편하게 누워 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유리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니 좋아라고 껑충거리며 주위를 맴돌았다.
첫날밤을 집안 창고방에서 지낸 다음날 아침 베란다에 내줬을 때 참았던 대소변을 몇발자국 안가 베란다 한가운데 대량 쏟아냈었다. 그뒤로 이틀이 더 지났는데 더 이상의 대소변이 눈에 안띄어 이상하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가을까지 몇가지 꽃나무들과 꽃고추들이 자라던 큰 스티로폼 상자화분 마른 풀들과 작은 나무가지가 꽂힌 흙 위 한구석에 강순이의 똥 한무더기가 모아 올려져있는게 뒤늦게 보였다.
감동이었다. 강화에 처음 가 선원면 옛농가 대문간 안쪽 넓은 공간에 자리잡고 닭들을 보호하느라 묶여져 지낼 때 그곳이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목이라 커다란 장롱서랍에 흙을 많이 담아놓고 그 위에서 대소변을 보도록 유도해 성공했고 실외에 묶여있으면서 전용화장실을 사용하는 깔끔한 네눈박이라고 많이 자랑했었다. 그때 든 습관이 집을 몇차례 옮기고 이제 서울 도심의 주택 2층 베란다에 옮겨와서까지 빛을 발한 멋진 순간이었다.
베란다가 길고 넓어 화분을 놓아두던 쪽은 강순이 잠자리에서 6~7 미터 이상 떨어져 꺽여 들어간 곳에 있고 안보여 집안에서 기르는 말티즈 코코는 내놓으면 그 구석 난간쪽이나 통로 이곳저곳에 대소변을 늘어놓는데 이 실외에서만 살아온 진돗개 네눈박이는 어떤 정신의 소유자이길래 이렇게 깔끔한 행동을 하는걸까. 참 대단한 녀석이다.
첫댓글 삶방엔 사진 그림 음악 태그등 제한하는 규정이 있사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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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찹니다 감기조심하세요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너 이름이 진강순인가뵈 좁은데 목줄달고 있자니 가깝하겠구나 그치만 주인이 잘 돌봐주니 천만다행이구나
친구녀석도 하나없고 어쩌니 나들이 가기만 학수고대 하겠구나 진강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