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과 "동침할 뻔했던" 강원도 출장.

[세븐힐스]

요즘 출장을 자주 다니는 편인데, 다른 지방 출장과 달리 "강원도 출장"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일상적 관계의 끄나풀에서 벗어나 홀로 훨훨 떠나는 홀가분한 방랑 길에 오르는 기분이랄까.

얼마 전 강릉 거래처에 미팅 왔다가 예상보다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져 오후 2시 경 일이 빨리 끝났다.

다음 날 오전에도 한 군데 미팅이 있어, 집으로 귀가 했다가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내려 오기 어려울 것 

같아 시간 여유도 있고, 오랜 만에 탁 트인 바다도 볼 겸,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무작정 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강릉에서 30 여분 달리다 잠시 들른 어느 바닷가.

파도가 숨 쉬는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카페의 어느 여인과 막 달려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아무도 없는 봄 비 내리는 바닷가 바위에 앉아,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 멍하니 바라보며, 지독한 

외로움을 즐겼다.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찾아 들어 철저한 고독 속에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작은 풍요로움을 느낀다.

점심을 안 먹어 출출함을 달래려 아담한 어촌 마을 포구를 돌아 걸으며, 비릿한 내음의 허름한 식당에

홀로 앉아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눈빛에 주눅 들지 않고, 늦은 점심 한 끼 먹는 "낯선 자유로움"이 참 좋더라.

바다를 벗어나 울창한 숲 길을 걷고 싶어 삼척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오십천변 국도를 타고 느긋하게 

콧노래 부르며 달렸다.

오십천 계곡을 따라 울창한 숲 길을 지날 땐...홀로 철저한 고독 속에 맞이한 자연이 그린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한 마디로 뻑이 갔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엔 너무 아쉬워 숲 길로 "깊게 스며들어" 봤는데, 진정한 여행의 참 맛을 느꼈다.

숲 속의 "속살에 스며들어" 울창한 초록이 들려주는 소릴 들으며, 마음에 있던 잔병들은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더라.

그동안 빡빡한 생활에 치이며 허겁지겁 달리기만 했지, 내 삶에 이런 소중한 시간을 가져본 적이 과연

몇 번 있었는지...

늦은 저녁 다시 삼척 시내로 내려와 삼척 온천에 들러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궜다.   ...아...좋다.

돈 많고, 럭셔리한 여자를 끼고 있는 행복도 좋겠지만, 난 요즘 이런 "소소한 행복"이 더 댕기더라.

밤이 깊어갈 무렵, 배가 고파 가끔 들리던 묵호항 근처 횟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싱글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내 맘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저녁이다.

호텔까지 10분 거리지만, 대리 부를 생각에 모처럼 싱싱한 "가자미 회"에 한 잔 할 생각이었다.

허름한 횟집이지만,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라 가끔 들리는 식당이다.

60대 중반의 친구 사이인 두 여인이 운영하는 횟집인데, 비가 와서 그런지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코 앞에서 부숴지는 파도 소리, 추적추적 봄 비 내리는 바닷가 풍경....캬~~

술 마시기 전에 벌써 분위기에 취하는 기분이다.

한 때 좀 놀았다는 두 여인과 소주잔 주고 받으며, 싱싱한 가자미에 그녀들의 야한 농담이 곁들인 

걸죽한 입담에... 

술은 취해가고, 취기 때문일까...오늘따라 화장을 찐 하게 한 두 여인이 무척 곱게 보인다.

별로 웃기지 않은 내 유머에 뭐가 그리 재밌는지, 박장대소하며 "꽤 못 생긴 남자"를 사이에 두고 

그녀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내 곁에 바짝 붙어 앉으려고 암암리에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이는 것 

같았다...ㅎㅎ (혼자 만의 착각임)

이미 주량을 한 참 넘긴 난...거의 비몽사몽에 의자에 비스듬이 걸쳐 앉아 홍알홍알거리고 있었다.

얼핏 들리는 희미한 그녀들의 목소리...

"대리 불러도 이 시간엔 한참 걸릴 텐데"..."그냥 저 방에 재울까"...

갑자기 "저 방에 재울까" 라는 말에 술이 확 깨는 기분이 들어 최대한 정신을 차리려 했다.

혹시 두 여인과 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너무 놀라운 상황"에 어떻게든 이 자리를 도망

가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무조건 대리 불러 달라고 땡깡을 부린 기억이 난다.

그리고...그 후 기억은 가물거린다.

여하튼 그녀들의 산전수전 겪은 걸죽한 입담에 인생 공부하며, 출장의 첫 날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넉넉한 휴일 오후...글 읽으신 분들의 운치 있는 저녁을 위하여...^^)

[절벽]

홀로 떠나는 여행의 진미는 외로움을 느끼고나면 혹시나 하는 상상을 해보곤하지요
고독한 바다를 보면서 소주잔을 기울리면서 혼자 상상하는 그무엇이 현실로 나타날때의
당황함 두려움 그래도 혹시라는 호기심
그다음은 어찌되엇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아무일도 안일어나고 그냥 허전한 속쓰림만이
언제나 기대이상의 좋은글이 기다려 지네요

[세븐힐스]

진짜 두 여인과 한 방에서 동침을 했다면, 이런 글 올리기
어려웠을 겁니다...ㅎㅎ

다행히 아무일 없이, 허전하고 속쓰릴 정도가 더 나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유로운 휴일 오후 보내셔요...~~

[홍실이]

강릉바다가 맑고시원해 보입니다
즐겁고 엉뚱한 착각을 하신듯해요 ㅎ

[세븐힐스]

제 단점이 혼자 착각하고, 오바하는 면이 좀 있어요.
그래서 여태 여친이 안 생기는 것 같아요...ㅎㅎ

[세븐힐스]

술에 취하면 다 이뻐 보이는 착시 현상...
거기에다 봄이라 그런지 더 이뻐 보이더군요...ㅎㅎ

앞으로 어느 여인과 소개팅이나, 첫 만남 때 술 좀 마시고
나가야 할까 봐요...ㅋㅋ

갑자기 닭똥집에 소주가 생각나네요.
훈훈한 오후 보내세요...~~`

[여름에]

세븐힐스 님
글을읽으면
항상 가스미 조마조마
설레게해~

[세븐힐스]

흥미롭고 쫄깃한 느낌으로 읽히고 싶어ᆢ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읽는 분들이 시간 내 보시기에 그만큼 정성을 들이고 싶어서요ᆢ^^

[리진]

세븐힐스님의 글은 절반의 넌픽션에 픽션을 가미하니 재미는 쏠쏠하지만 가끔은 어느부분에서 진짜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찌되었던 재미있는 강릉출장길 에피소드이네요.~

[세븐힐스]

글의 중심을 흐트리지 않는 범위에서 약간의 픽션은
흥미롭게 읽힐 수 있는 양념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전 픽션을 가미하면 ᆢ"픽션도 좀 섞어봤다" 라고
항상 표기합니다.

즐거운 저녁 보내셔요..^^

[조 요한]

한밤중에 칼 가는 소리 들었을 수도 있어요 ㅎㅎ

[세븐힐스]

기억이 희미하지만ᆢ
뭔가 싸~한 소리가 들렸던 것 같습니다~~ㅎㅎ

지겹게 자주 다니는 출장에 이런 재미나고 긴장되는
일이 종종 생겼음 좋겠어요~~

[정 아]

참
글을 재미지게
잘 끌어가셔서
재미있게 순식간 읽게
됩니다 ㅎㅎ
늘 둘이서 다니니
낯선자유로움ㅡ요거는 느낄수가 없네요 ㅎㅎ
오늘도 둘이서 백운호수 한바퀴
벚꽃 아래서 뻥과자 먹으며
버스킹 섹소폰 연주 즐기며 휴일하루가 훅~!!!
바다 급 보고싶네요

[세븐힐스]

백운호수에서 튼실한 그 분과 벚꽃 데이트라 ᆢ
무지 부럽습니다~~

오붓하고 정겨운 모습이 그려져 참 행복해 보이는군요

오랜 동안 두 분 만수무강 하옵소서 ㅋㅋᆢ^^

[운선]

방파제 부근 작은 횟집인가 ㅎㅎ
알듯도 하구요 제가 살던 곳이라

여튼 탈없이 잘 쉬다 가셨다니 다행입니다
동해안 여행은 언제나 힐링이지요

[세븐힐스]

삼척, 동해, 묵호 이 지역을 좋아해 자주 여행다니곤
하는데ᆢ
그래서 인지 이 지역 출신 여성들은 왠지 정감이 갑니다.

운선 님 고향이 여기 부근이라 하시니ᆢ
무척 반갑습니다 ᆢㅎㅎ^^

[자연이다2]

네 출장 다니고 좋아요

[세븐힐스]

먹고 살기 위해 사방팔방 출장을 다닙니다.
힘들고, 피곤에 지칠 때도 있지만..

아주 가끔은 이런 흥겨운 일도 생겨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김포인]

육십대 중반?
저랑 국민학교 동창 일 수도 있겠다 싶네요.

묵호가 고향인데..
조심하세요.
강원도 만만한 동네 아니거든요..험험. ㅎ

[세븐힐스]

강원도의 힘..!!
특히, 동해안 7번 국도를 끼고 있는 주문진, 묵호, 삼척, 동해는
제가 제 2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지역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언제든 찾아가면 반갑게 맞아주는 고향 같은 곳이죠.
그 부근에 세컨 하우스를 알아 보고 있을 정도랍니다.

향 후 은퇴하면, 그 곳에 둥지를 트고, 튼실한 여인 만나 남은 삶
알콩달콩 여생을 보내고 싶은 동네에요...ㅋㅋ..~~

[가리나무]

제멋대로 얽히고설킨
회에 눈이 갑니다
두 여인과 잠시 휘청거림도 한때입니다 ㅎ
동해안을 항상 그리워합니다

[세븐힐스]

회를 좋아하시나 봅니다.
봄 가자미는 향과 쫄깃한 맛이 직이더군요.

언제 동해안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상다리 휠 정도로 싱싱한 자연산 모듬회에 쇠주 한 잔 올리고 싶습니다...ㅎㅎ

[하얀선인장]

나도 바다 보고싶어요 비릿한 바다내음도 좋고 회도 먹고싶네요 멋진 남자 있으면 더좋고

[세븐힐스]

다 내려 놓고, 훌훌 털고 갑시당..~~ㅎㅎ

온갖 거추장 스러운 괴로움들은 파도에 던져 버리고...
파도가 숨 쉬는 동해 바다에...
끝없이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

넘치는 즐거움을 안고...^^